[Opinion] 가을과 문래, 낙엽과 사람 [공간]

문래동에서 가을을 만나다
글 입력 2022.11.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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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을 한가운데에서 제대로 가을을 밟으러 떠났다. 본가에서 이십분 거리이지만, 문래동은 그만의 색이 가득했다.

 

건너 듣기만 했던 문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요한 '힙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우연히 프로젝트 답사 겸 가게 된 문래는 '힙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곳임은 분명했다.

 

문래동은 역사가 깊다면 깊은 곳이다. 여러 변곡점들을 지나 지금의 문래가 존재하고, 그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60년대에 철공소들이 하나둘씩 모여 철강 골목이 형성되었고 90년대 말에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시대와 함께 쇠락하였다.

 

시들해져 가는 문래동이 다시 그만의 따스한 온도를 찾게 된 것은 2000년대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앉게 된 예술가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문래동은 산업과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2021년 지역사회혁신 계획 사업에 따른 아카이브 북 <말하는 문래>에 따르면 문래동 2,3가에 활동 중인 예술가는 2020년 기준으로 237명이다. 순수미술부터 뉴미디어까지 다양하게 작업하는 문화 예술 창작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마을이라고 부르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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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전부터 있어온 철강 골목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비교적 새로 생긴 카페나 식당 옆에 여전히 묵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많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둘, 친할까?

 

 

 

예술 기술 융복합 문화공간 술술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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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예술•기술 융복합 문화공간인 '술술 센터'가 그곳이었다.

 

'초록지붕 그곳'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곳은 예술가와 기술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허브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특히 <말하는 문래>를 펴낸 곳이기도 하며, 그곳에서 걸으면서 보았던 문래가 풍기는 분위기를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볼 수 있었다.

 

기술가 분들이 다양한 예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라운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기술가, 주민, 예술가는 이곳에서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만나고 가까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말하는 문래>에서 소개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재미있다. 문래에 눌러 앉고 싶은 마음을 꾹 담아 먼저 눌러 앉은 이들을 소개한다.

 

금성 기계는 철강 골목에서 오랫동안 있어온 공간 중 하나다. 점점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이 사라져 아쉽지만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그런 것이 또 발전이니 보기 좋다,라며 변화를 거쳐온 문래 다운 답변을 하시기도 했다.

 

앞으로 문래가 어떻게 변해가길 바라냐는 물음에 그는 "제가 바란다고 되겠어요. 시대에 따라가야죠."라는 여유가 느껴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첨단'은 카페이자 웹, 기계 예술을 하시는 거는 노정주 사장님의 작업실이다. 2014년에 처음 이곳에 와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셨다고 한다. 주변 공장 사장님들과 데면한 사이에서 조언을 얻는 사이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다.

 

'드림 산업'은 청년 용접공들의 작업실이다. 공간의 문과 간판을 만드는 드림 산업은 문래의 젊은 예술가와 공장의 나이 드신 분들을 연결해 주는 용접공들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하는 문래의 특징상, 이들은 공간의 장례식을 해주기도 한다.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공간은 실은 무엇보다 부지런히 변해가는 것 같다.

 

바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좀 슬프니 '변한다'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흐름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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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를 잠시나마 겪으면서 느낀 것은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인정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가득한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변화를 쫓아가지도, 억지로 끌어가지도 않고 보듬어 가는 사람들, 동네, 가게들... 문래가 오래오래 휘어가며 섞여가며 남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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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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