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본질을 꿰뚫은 그림책, 우화

독자의 상상으로 완성되는 책
글 입력 2022.11.25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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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글자 없는 첫 그림책이 나왔다.

 

그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블로내 라가치상 3회 수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노미네이트된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다.

 

그는 그림책<우화>를 펴내며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 - 작가의 말 중

  

 

 

우화


  

이 책은 글자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으로, 독자 개개인의 생각과 상상, 판단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한 사람이 뒷짐을 지고 서있으며 어떠한 이야기의 실마리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떤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사소한 단서조차 배제하고 싶다. 메시지가 강한 두 개의 이미지를 나란히 붙여놓는 것. 책 가운데 접선을 중심으로 양옆 대비되는 형태들만으로 독자들의 자유로운 연상을 기대한다.] - 작가의 말 중

 

실제로 작가는 제목에서부터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상상력을 해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제목 "우화". 그의 섬세한 고민 덕에 우리는 궁금증과 우리가 갖고 있던 상상력 그대로 책을 펼칠 수 있다.


책을 펼치면 바다와 난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탄 배가 보이며, 다음 페이지엔 표지에서 보았던 사람이 똑같이 위치하고 있다. 왼편에 늑대가 남자를 보며 서있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동물처럼 보인다. 그는 바다를 보며 잠시 사색에 잠겨있는 듯하다. 충직하게 서 있는 늑대가 주인의 사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어떤 표정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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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같은 뒷짐을 지고 있는 남자가 또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의 분위기는 전 페이지와는 사뭇 다르다. 남자의 손에 쇠고랑이 채워져있기 때문이다. 어떤 죄를 진 것일까. 이 책은 단순한 그림의 반복을 통해 개인적 관점부터 사회적인 관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남자를 둘러싼 오브제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와 느껴지는 감정, 그리고 남자에 대한 생각까지 완전 반전이 되었다. 조금 더 경직되고, 어두운 느낌이 느껴진다.

 

이 암울한 분위기는 바로 옆 페이지에서 또 반전된다. 뒷짐을 지고 있는 남자의 손엔 꽃다발이 쥐어져 있다. 그리고 남자는 문 앞에 서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는 영락없는 남성의 뒷모습이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은 책


 

한 남자가 여러 일을 겪어오며 이렇게 살아온 것인지, 같은 모습이지만 다른 환경으로 다른 상황에 놓였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작가의 스토리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되었기에 독자들은 본인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똑같았던 사람은 선택에 의해, 또는 주위 환경에 의해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또한 이들이 모두 이어지는 같은 사람이라면 인간은 언제든 운명에 의해 다른 환경에 놓일 수도 있으며 바로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단순한 그림으로 인간의 본질까지 꿰뚫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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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같은 인물에 대비되는 상황들이 등장하며 독자들을 더욱 깊은 사유로 끌어들인다.

 

양 팔을 벌린 채 총을 맞고 무언가를 외치는 남성, 양팔을 벌리며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성. 휠을 잡고 바이올린을 키는 여성, 회초리를 쥐고 아이를 훈계하는 여성. 빵을 굽는 남성, 창을 쥔 남성. 고층에서 추락하는 아이, 그리고 그네를 타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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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긴장감 안에 있던 개인들은 함께 모이자 포용과 행복의 감정으로 물든다.

 

추락하는 아이를 남성이 받아내고, 슬픔에 젖어 있던 두 사람은 둘이 되어 서로에게 기대어 위로를 받는다. 혼자 어떠한 사물을 들고 있을 때보다, 함께하니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줄을 잡고 화합의 장을 만들어낸다. 각자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했던 개인들이 모이니 화합과 포용, 그리고 행복이 되었다. 함께할 때 우리는 더 행복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림책 <우화>를 통해 각자만의 스토리를 구성하며, 작지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얻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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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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