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키우는 글쓰기의 힘, 도서 '신의 문장술'

글 입력 2022.11.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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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문장술 표1.jpg

 

 

요즘에 신간들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근래에 어떤 책들이 나오는지, 그 중에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서, 출판사 유튜브도 종종 보고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신간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에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바로 도서 '신의 문장술'이었다. 살짝 연두끼가 도는 밝은 노란색에 파란색으로 연필을 쥔 손이 그려져 있고, 도서명이 간결하게 쓰여 있는 이 책의 표지가 순식간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니,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책 표지를 보고 내가 '신의 문장술'에 관심을 가져서 책을 펼치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신의 문장술'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도 그저 표지 색이 예뻤던 그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흘러넘겼다. 도서 '신의 문장술'이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고 하고, 제목에 "문장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다보니 글을 잘 쓰는 왕도를 알려주는 책인가 싶어서 오히려 내용으로는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글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왕도라는 게 따로 존재할 수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의 문장술'에 대한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문득, 종종 이 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요즘, 스트레스를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과 이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발산하고 있는 나에게는 글을 쓰는 것만을 다루는 책도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도서 '신의 문장술'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큰 기대는 없이, 하지만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이 책의 첫 장을 폈다.


 



< 책 소개 >


'쓰고 버리기'로 시작하는 글쓰기 기초 훈련 

흰 종이, 빈 화면 앞에서 머릿속이 더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쉽고 친절한 글쓰기 지침서 


스티븐 킹,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유명 작가나 편집자, 글쓰기 전문 강사 들이 쓴 글쓰기 책이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그중 글쓰기 초보를 위한 책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쓸 수 있다", "꾸준히 많이 쓰면 된다", "잘 못 써도 괜찮다, 일단 써라".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겐 '일단 써보라'는 말만큼 당황스러운 것도 없다. 잘 쓰고 못 쓰고 이전에 아예 쓸 수 없어서 고민이니까. 나의 생각과 감정을 나의 말로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의 문장술]은 바로 그렇게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사람들을 위한 가장 쉽고 실용적인 글쓰기 지침서이다.

 




운명적이라는 건 이런 것일까. 내가 '신의 문장술'을 보려고 하지 않았을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도 모른 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달리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운명적인 끌림이었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저자 후미코 후미오는 나에게 본보기가 되어주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그저 글을 오랫동안, 꾸준히 써온 사람이었다. 물론 일본에서 블로그 인플루언서고 두 권의 출판 경험도 있는 작가라는 점은 다르지만 그가 전업 작가가 아니라 본업은 따로 있다는 것이 어쩐지 위안이 된다. 나 역시도 그냥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만일 내가 아직 학생이었더라면, 선생님께 글을 꾸준히 써가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내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는 경우는 없다. 기안문에 대해서라면 회사 상사에게 피드백을 받겠지만, 내가 향상시키고 싶은 것은 기안문이 아니라 진짜 내 글이기 때문에 더더욱 누군가로부터 날 것 그대로의 조언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내가 가진 것 중에 참 다행인 것이 있다면,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꾸준히 글을 써온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음악회나 전시, 연극, 뮤지컬, 영화 혹은 도서를 접한 다음 이에 대한 후기를 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편은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나는 저자 후미코 후미오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출발해 있었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은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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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ronburden, 출처 Unsplash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후미코 후미오는 결단코 어떻게 쓴 글이 잘 쓴 글이라는 얘기는 '신의 문장술'에서 일절 하지 않는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오로지 '글쓰기' 그 자체다. 글쓰기 그 자체를 말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직 '신의 문장술'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겠지만 말 그대로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꾸준히 할 것을, 후미코 후미오는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그의 20년 인생을 바꾼 것이 글쓰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어떻게 인생을 바꾸는가. 과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법한 말이다. 나 역시도 아직 후미코 후미오만큼 인생의 놀라운 변화를 글쓰기만으로 느낀 것은 아니니 그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글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써본 입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나를 키우는 무작정 글쓰기의 힘"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공감이 간다. 왜냐하면 글을 쓰면 생각이 분명히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1장에서 후미코 후미오는 '쓰고 버리기'의 글쓰기를 통해, 그는 글을 쓰면서 관점이 생기고 복잡한 머리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어지는 2장에서는 글쓰기가 생각을 명확하게 만든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분명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입밖으로 꺼내면서 그것을 언어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하더라도, 글로 쓰는 것만큼 명확하게 그 생각과 감정이 내것으로 체화되지는 않는다.


*


개인적인 경험을 빌어 설명하자면, 나는 매달 음악회와 전시회를 간다. 혼자 갔을 때에는 혼자서 감상하지만, 동행인이 있는 경우 음악회건 전시회건 반드시 소감을 함께 나눈다. 그렇게 내가 경험한 예술적인 순간의 감상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보면 문득 생각이 든다. '이 정도 감상으로 리뷰를 충분히 쓸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음악회나 전시회에서 내가 느끼는 감상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는 어떤 단어거나 감정이다. 강렬한 감상일 때에는 자동적으로 머릿속에서 문장이 바로 완성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음악회나 전시회의 리뷰를 충분히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원초적인 감상을 빠르게 휴대폰에 정리해둔 다음, 집에서 직접 리뷰를 쓸 때에는 놀랍게도 상황은 전혀 다르다. 후미코 후미오의 표현을 빌어 설명하자면, 내가 음악회나 전시회에서 느낀 원초적인 감상은 내 '글감'이다. 그리고 그 글감을 가지고 리뷰를 쓸 때에, 그 글감은 글감 자체가 가진 소재와 글감 외적으로 가진 내 경험들 중에서 글감과 연결되는 소재들이 어우러져 글이 나온다. 저자의 표현대로 표현해보자면, 나름대로 내 '세계관'이 반영된 글이 나오는 셈이다. 그렇기에 자동적으로 최종적인 글의 분량은 원초적인 감상의 형태였을 때 혹은 이를 동행인과 감상을 나눴을 때보다 더 풍성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나는 스스로 질문했었다. 왜 나는 음악회장이나 전시회장에서 느끼는 감상보다 리뷰를 쓰면서 더 깊게 감상하는 걸까? 그런데 '신의 문장술'을 쓴 후미코 후미오가 내 질문을 들었다면, 그는 내 의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콘서트홀이나 전시회장에서 얕게 감상하고 리뷰를 쓰면서 그제서야 깊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현장에서 느꼈던 심상과 감상을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명료화하고 내 것으로 체화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던 특이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의 문장술'을 읽으면서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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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kmorrison, 출처 Unsplash



나는 지금 회사원이지만,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글쓰기로 월 얼마의 부수입을 내야겠다거나, 아니면 책을 써내고야 말겠다거나 하는 측정 가능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싶다. 표면의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이면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를 알고 싶다. 그런 나에게, 후미코 후미오의 '신의 문장술'은 그저 글을 쓰라는 하나의 답을 내려주었다. 글을 씀으로써 인생의 나침반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명백하게 역설하고 있었다.


비록 글을 꾸준히 써온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저자가 쓴 것처럼 다양한 것에 대해 무작정 글을 써본 경험은 없다. 전공에 대해서, 업무에 대해서 그게 아니라면 내가 경험하는 음악과 미술 그리고 책에 대해서만 글을 썼지 당장에 일상적인 일기조차도 이제는 너무 가끔 쓰고 만다. 자유 주제로 글을 쓰기엔 글감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다고 늘 핑계를 댔던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후미코 후미오는 친히 "변명하며 도망치지 마라"라고 말하고 있다. 그저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두고 글을 시작한 순간 다 쓰라는 것이, 그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유일한 방향성이다.


후미코 후미오는 자신의 글쓰기 삶을 통해, 글을 쓰는 행위가 체화(體化) 그 자체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체화의 사전적 정의는 "생각, 사상, 이론 따위가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꼭 물리적인 행위를 수반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내재화되었을 때 우리는 체화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글쓰는 것은 그 자체로 물리적인 행위다. 글을 쓰는 순간, 이는 더이상 관념이거나 육성처럼 보이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물리적으로 구현된다. 그 일련의 과정이 우리를 객관적으로 만들고, 명확하게 만들며 더욱 발전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사실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본질적인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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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a_tavares, 출처 Unsplash



후미코 후미오의 '신의 문장술'을 읽어가면서도, 아직은 완전히 공감하지 못한 영역도 있다. 글쓰기의 최종 형태가 이야기라는 대목이다. 이야기, 즉 서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아마도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주제로, 저자가 말하는 '쓰고 버리기'를 실행하면서 내 세계관을 넓혀야 할 듯하다. 좀 더 내 글감이 풍부해지고 나면, 비로소 그의 말을 불현듯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삶. 그런 삶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후미코 후미오를 통해 조금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저서 '신의 문장술'을 통해, 그렇게 그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글을 써가야 할 지 좀 더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시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행동 없이 생각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조금씩, 어떤 글이라도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워야겠다. 글쓰기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의 길을, 나도 나만의 페이스대로 걸어가봐야겠다는 의지가 든다. 언젠가는 글쓰기가 진정 내 인생을 바꿨노라고,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말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신의 문장술


지은이 / 옮긴이: 후미코 후미오 / 한승동, 한호정

분야: 글쓰기(인문), 자기계발


출판사: 교양인

페이지: 284쪽


정가: 17,000원

ISBN: 979-11-87064-95-4 (0380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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