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이라는 꿈을 소유하는 방식 -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전시]

일상의 모든 찰나가 그에게는 풍경이 된다
글 입력 2022.11.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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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회고전이 삼성역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인 프랑코 폰타나의 한국 최초 회고전이다.


프랑코 폰타나는 1933년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서 태어났다. 28살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폰타나는 1965년 토리노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과 그룹전 활동을 이어 나갔다. 프랑코 폰타나는 세계의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여러 그룹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개인전을 여럿 가지면서 이탈리아의 대표 사진작가로 성장했다.


프랑코 폰타나는 피사체의 기하학적인 미를 극대화하는 구도와 생동감을 불어넣는 색감으로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했다.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폰타나의 스타일은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중요한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사진을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뉴욕 모마 미술관, 예루살렘 이스라엘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선보인 폰타나는 캐논, 소니, 페라리, 돌체앤가바나, 코닥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와도 협업하였다. 또한, 미국 보그, 프랑스 보그, 뉴욕 타임스 등 세계적인 패션잡지와 언론지에서도 폰타나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폰타나는 사물과 인물,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피사체를 담아내면서 소중한 순간과 시간을 소유한다고 말한다. 그가 사진에 녹여내는 알록달록한 현실의 색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아름다운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폰타나의 인생 철학을 대중들에게 보여준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폰타나가 걸어 온 예술의 길 위에서 지금까지 고찰해온 예술적 주제와 그의 철학이 담긴 작품 122점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폰타나의 작품을 감상하며 다채로운 인생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폰타나가 전해주는 색과 풍경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다. ‘마이아트뮤지엄’의 다양한 콜라보 마케팅을 통해 관객들은 보다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다.


노루페인트의 팬톤 페인트 협찬으로 전시장 내의 색감은 한층 더 다채로워졌고, 지니뮤직이 준비한 귀로 듣는 컬러별 뮤직과 ‘뮤직 컬러 스케이프’ 등을 통해 알록달록한 색감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다. 또한, 파크 하얏트 서울의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 코너스톤은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을 오마주한 코스 메뉴와 디저트를 선보이며 미각으로 느끼는 컬러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다양한 굿즈를 통해 관객들이 작가의 작품 속 컬러를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폰타나_최종본-01.jpg

 

 

 

네 가지 섹션을 따라 걷는 폰타나의 세상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 라는 이름의 섹션 속에서 자연과 도심, 인물, 그리고 도로가 각 섹션의 피사체로 등장한다.


[랜드스케이프] 섹션에서는 프랑코 폰타나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경이로운 풍경은 마치 회화를 그린 것과 같은 폰타나의 스타일과 만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해낸다. 폰타나의 작품 속에 펼쳐진 광활한 자연의 경관은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로 특색 있는 매력을 자랑한다.


폰타나의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도드라진 특징은 바로 보색의 대비와 간결한 구도이다. 파란 하늘과 노란 꽃밭의 풍경, 시리도록 푸르게 펼쳐진 파도와 모래사장의 강렬한 색감의 대비는 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또한, 폰타나가 담아내는 풍경의 간결한 구도는 사진의 신비로움을 극대화시킨다. 이렇게 폰타나는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을 그림처럼 작품에 담아내며 관객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해준다. 다채롭게 펼쳐지는 다양한 국가의 풍경을 보다 보면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반스케이프] 섹션에서는 주변 도심과 물체를 폰타나 특유의 시점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기하학적인 사진의 구성과 알록달록한 색감의 조합은 디지털 합성을 한 듯 비현실적인 평면감을 나타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부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상의 한 조각임을 알 수 있다. 폰타나는 황금비율에 따라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며, 평범한 현실의 순간을 완전히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변신시킨다. 개인적으로 도심과 물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직선들이 이끄는 평면적 아름다움이 인상 깊었던 섹션이었다.


[휴먼스케이프] 섹션의 피사체는 사람이다. 이 섹션을 통해 피사체가 사람이든 나무이든 동일한 폰타나의 예술관을 확인할 수 있다. 폰타나는 인체의 형태가 색을 만나 만들어내는 회화적 구도의 풍경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과감한 피사체의 구도와 색감의 조화가 폰타나의 예술관을 그대로 나타내준다. 폰타나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실루엣을 통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은 현실에서 놓치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아스팔토] 섹션에서 폰타나는 새로이 등장한 아스팔트와 도로 등을 담았다. 폰타나가 기존에 보던 풍경이 아닌 새롭게 등장한 풍경 덕에 폰타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셔터 속도와 피사체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뭉개진 형상은 사진 특유의 표현법으로, 폰타나가 절묘하게 포착한 풍경이 어떻게 회화적 요소로 변형되었는지를 나타내준다. 각도와 관점에 따라 추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의 변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네 가지로 나누어진 각 섹션의 주제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폰타나의 작품이 그 테마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주고 있어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피사체를 사진에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섹션별로 적절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풍경과 도심, 사람, 그리고 도로에 걸친 다양한 피사체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올곧게 나타낼 수 있는 폰타나의 능력이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그 덕에 폰타나의 작품 세계의 매력을 한층 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FRANCO FONTANA© Los Angeles 1990 GGTF.jpg

 

 

 

폰타나의 컬러 인 라이프



‘색은 우리가 말을 걸 때 존재한다.’


폰타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폰타나의 세상에서는 색들이 전부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실제로 폰타나의 작품 속에서 색깔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흑백 사진의 관습을 벗어난 순수 예술 사진 작가가 거의 없었을 때부터 폰타나는 컬러 필름을 받아들였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이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 사진 속에서 색깔을 다룬다던 폰타나는 다채로운 색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폰타나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색감은 알록달록하기도 하지만, 차분한 색감도 존재한다. 다양한 색감을 활용한 작품이 전시된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를 통해서 폰타나가 색 자체의 다양성을 활용할 수 있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폰타나가 보여주는 현실 속 색깔의 향연은 노루페인트를 만나 그 진가를 발휘한다. 노루페인팅이 선보이는 팬톤 페인트의 전시회 벽 색상은 작품의 색감을 더욱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각 구역별로 다른 색으로 구성된 색색의 벽은 전시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또한, 적절한 색감의 배치로 섹션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기도 한다.


폰타나의 사진은 색감뿐 아니라 구도에서 그 매력이 드러난다. 기하학적인 구도가 안정감을 주는데, 안정적인 구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과감하게 확대해 주변을 잘라낸 것을 알 수 있다. 그 덕에 폰타나가 담으려는 피사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안정감 속에서 폰타나 특유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기하학적이고 안정적인 구도가 알록달록한 색감을 만나 반전을 주어 깊은 감상을 준다.

 

 

FRANCO FONTANA© - Los Angeles 2001 DAS.jpg

 

 

 

폰타나의 아이덴티티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고르자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폰타나의 가치관을 고를 수 있겠다. 아름다운 폰타나의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었지만, 그 작품을 오래 오래 곱씹게 만든 건 바로 작가의 가치관이었다. 전시에서 폰타나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안에 담긴 폰타나의 인생 철학이 정말 인상 깊었다.


폰타나는 자신이 담아낸 풍경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발견하고 그것을 담기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 말이 정말 인상 깊었던 게, 폰타나의 사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전체의 풍경에서 어떠한 부분을 선택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폰타나가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해주어 신기했다.


폰타나는 사람들이 그의 사진을 보고서 폰타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그의 사진이 곧 그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폰타나의 정체성. 반박할 수 없게도 그의 사진은 곧 그의 정체성이다. 폰타나만이 이런 순간을 담아낼 수 있고, 자신의 인생관을 그 안에 담아낼 수 있기에 그의 사진은 곧 그의 정체성이 된다. 그렇다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을 나타낼 수 있을까. 내 정체성은 무엇일까.


폰타나에게 풍경은 단순히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 역시 예술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은 곧 꿈이고, 색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폰타나는 그를 포착해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우리가 지나치는 이 미묘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폰타나의 사진은 그 시간들을 소유하게 해준다. 폰타나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인생이라는 꿈을 소유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시간과 순간을 소유하고, 그를 대중과 공유한다.


폰타나는 삶이 이끄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 인생은 대리석과 같아서 재떨이가 될 수도 있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폰타나의 사진을 다시 보니, 폰타나가 전하고자 하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폰타나의 가치관 덕분에 전시의 매력이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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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폰타나의 아름다운 작품과 가치관을 모두 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폰타나의 특색이 잔뜩 묻어있는 작품은 우리를 멈춰 있는 현실의 꿈속으로 초대하고, 그 여행을 통해 깨달은 현실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다시 우리의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를 다녀온 후, 내가 살아내는 이 현실의 아름다운 한 조각을 발견해내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사진과 도시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사진도 좋아하고, 평행이 잘 맞는 사진에서 쾌감을 느낀다. 정말 거짓말처럼 이 모든 요소가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에 전부 담겨있다. 그렇기에 폰타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게 너무 즐거웠고, 오래 오래 그 앞에 머물러 작품을 눈에 담았던 전시였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관람이 절대 후회되지 않을 전시로, 친구 또는 연인, 혹은 가족 등 사랑하는 이 누구든 함께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물론, 혼자 방문하여 작품 속에 담긴 일상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굿즈로 재탄생한 폰타나의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엽서부터 마그넷, 쉬폰 포스터까지 아름다운 굿즈의 종류가 다양했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2023년 3월 1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폰타나가 렌즈 안에 담아낸 인생의 풍경과 놀라운 삶의 형태, 그리고 색채를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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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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