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의 묘약을 관람하고 -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22.11.1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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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서오페-메인포스터.jpg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이 마무리되어간다.

 

강동아트센터에서 진행되었고, 기본적으로 위치나 시설에 있어 첫인상이 좋았다. 벌써 7회인데 그동안 이런 축제가 있는지 몰랐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가게 되었고, 오페라는 처음이라서 더욱 설레는 마음이었다.


오페라 초심자로서 “사랑의 묘약”으로 오페라 첫발을 띄었다는 것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까지 무겁지도, 마냥 가볍지도 않았고, 적당히 즐길 구석과 가끔은 진지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당연히 극 자체는 원어로 진행되지만, 양옆에 자막이 읽기 좋게 나와 내용을 따라가기에도 불편하지 않았다. 호불호가 갈릴 순 있지만 종종 자막으로 개그를 치기도 해서 지루할만 하면 신선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주변을 보니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해 보였는데, 이런 개그는 오페라를 지루해할 수 있는 관람객을 배려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내 뒷자리 분들이 빵빵 터지면서 보길래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났다.


사랑의 묘약은 탄탄한 실력의 배우들과 듣기만 해도 고막이 버터화 되는 듯한 발음과 상반되게 내용은 단순하고, 아기자기하며 유치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여주인공 아디나와 그를 짝사랑하는 바보 네모리오는 돌팔이 약장수 둘마까라의 엉터리 묘약(사실은 포도주)을 사서 아디나의 마음을 얻고자 하고, 여차저차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3) 2022서오페-사랑의묘약 포스터.jpg

 

 

또한 오페라 하면 생각나는 이름 긴 왕국의 무슨무슨 3세가 무슨무슨 장군과 정치와 세력 싸움을 하는 등 그동안 막연히 생각한 너무나 이국적이고 어려울 것이라는 오페라의 편견도 많이 깨주었다.

 

극을 보고 오페라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니 신기하게도 단어만 어렵지, 오페라는 생각보다 단순한 줄거리로 이루어진 것들이 다수였다. 중에서도 당연히 사랑은 굉장히 자주 다뤄지는 주제였다.


오페라가 오래된 문화인만큼 현대에 와서 어떻게 재해석되었는가를 보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워낙에 그런 것에 둔감해서 난 끝날 때까지 눈치를 못 챘지만, 동행인은 무대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조형물이 물약 병의 모양인 것을 알아채기도 했다.

 

묘약이란 제목을 너무 직관적으로 무대 장치로 사용한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것이 물약 같아 보이진 않았고, 또한 조명과 바로 옆 커다란 계단과 합쳐지니 완성도는 있어 보였다.

 


공연사진(6)_사랑의묘약.jpg


 

이번 오페라에서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의상인 것 같다.

 

노팅힐의 배우 휴 그랜트가 예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입어볼 때 그 역할에 대한 생각이 명료해지는 것 같다고 말이다. (어떤 인터뷰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이번 오페라의 의상은 연출가의 의도가 분명히 있겠지만 그 의도가 잘 전달이 되진 않은 듯하다. 굉장히 톡톡 튀고, 재치 있는 연기와 내용에 비해 조금 둔하고 정제된 느낌의 의상이었기 때문이다. 둘까마라, 벨코레에게는 각 캐릭터의 특색이 의상에 드러났지만, 마을 주민들, 아디나, 네모리오같은 주연, 자주 나오는 인물들에게는 흰색으로 통일된 옷을 입혔다.

 

의상이 극의 분위기, 무대미술, 인물의 정체성 등 많은 것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데 왜 한가지 스타일로 통일했는지 궁금증이 든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뒤져보니 같은 의상의 무대가 있길래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무대와 잘 어울려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오페라, 뮤지컬이 그렇지만 자막이 양옆에 있어 배우들의 재치 넘치는 표정과 연기를 어쩔 수 없이 놓친다는 아쉬움이 존재하긴 했다. 그러나 워낙에 내용이 쉬웠고, 반복되는 가사로 이루어진 곡들은 자막과 상관없이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의상, 무대, 극 중간중간 끊임없이 들어오는 새로운 관객분들에 대한 반가움이 극의 집중을 흐트러트린 것은 맞다. 그러나 한창 몰입되었을 무렵 나오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에선 그 모든 것을 잊고 목소리와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성악이라고는 펜트하우스밖에 모르고, 오페라라면 조수미 선생님밖에 몰라도, 익숙한 음악이 주는 감동, 배우들의 노력과 실력은 입문자에게 벌써 다음 오페라를 기대하게 해주었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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