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온전한 개인의 시간,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

손으로 담은 평안한 일상
글 입력 2022.11.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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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에 거대한 조형물이 들어섰다.

 

단순하고 어딘지 장난스러우며, 귀엽다. 원색으로 알록달록하나 깔끔한 선을 갖은 캐릭터가 자신감 있는 멍한 얼굴로 바로 옆의 캐릭터를 응시하며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었다.

 

캐릭터 밑에 쓰인 전시회의 삐뚤빼뚤한 로고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땡그란 눈이 멀리서도 훤히 보여 한산한 서울디자인재단에 유독 그 근처만 인파가 몰려있었다. 다채로운 캐릭터 덕에 유모차에 탄 아기도,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공주 옷을 아이들도 많아서 낯선 풍경에 잠시 얼도 탔다.

 

이토록 많은 아기와 어린이를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브랜드 협업뿐만 아니라 개인 스튜디오도 운영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은 것 같았다.

 

사진 찍는 아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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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를 통한 간결한 소통



그의 그림은 간단하다. 빠르게 그어진 선 때문에 엎드려 누워 그린 낙서처럼 느껴진다. 개인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라 그런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의 휘갈겨진 작가의 필체와 더불어 채도와 색감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는 느낌 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안 그래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판매 순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선과 간단한 캐릭터가 유행이다. 장 줄리앙의 그림도 이러한 시기적 흐름에 알맞게 탑승하여 한국인의 호감을 쉬이 샀는지 전시회가 성황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림체와 더불어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그의 소재는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과 소품을 이용한 그림이 많다.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도 살짝 섞인 것이 특징인데, 이는 [소셜 미디어] 파트의 믹스한 미디어, 포스터 맨(Poster man)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SNS에 집중한 일러스트가 전체 벽면을 가득 채우는데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심플한 배경과 간단한 그림 덕분에 일반인도 호감을 느끼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을 만든 장 줄리앙(Jean Jullien)은 1983년 3월 14일생으로 2022년 기준, 한국 나이로 40세다. 그는 프랑스 출신으로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의 직업을 가졌다. 꽤 젊은 나이부터 주목받은 작가로 상업성도 갖추어 굿즈 판매율도 좋은 거로 알고 있다.

 

2011년 설립한 줄리앙 브라더스 홈페이지에서 그의 작품과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배경만 아니라면 제주도 어딘가 있을 법한 인스타 핫플 소품샵 같다. 그래픽뿐만 아니라 형제인 니코와 협업하여 미디어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으며,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전시회마다 포토존이나 영상관으로 마련했다.

 

장 줄리앙의 작품은 끊임없이 말한다.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고 무슨 활동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가릴 것 없이 모두와 공유하고 싶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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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담은 평안한 일상


 

작품도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작가가 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드로잉] 관에 직접 그린 손그림과, 아웃트로 이후 출구 유리창에 그린 EXIT, 그리고 주최 정보등을 담은 클로징 멘트 등, 작가 손으로 삐뚤빼뚤한 영어와 더불어 한글로 ‘주최 서울디자인재단’까지 손수 적은 섬세함과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회에 걸린 작품 중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작가의 가장 최근의 흔적일테다. 아마 전시 준비를 하면서 이런건 어때? 하는 아이디어와 함께 신이 나서 준비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이번 전시는 15년 이상 대학 친구인 우리나라의 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기획했다고 하니, 좀 더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친구와 하는 협업이니 더 완벽히 해내겠다는 신념하에 정반대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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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와 영상, 조형물, 캔버스의 회화 등 다양한 소재가 있었다만, 앞서 말한 작가의 디테일처럼, 내 눈을 사로 잡은건 인트로 구간을 지나 보이는 100권의 스케치북이었다.

 

손바닥만한 스케치북에 즉흥적인 드로잉이 잔뜩 들어있었는데, 이뿐만 아니라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했다던 새로운 추가 작업이 벽면 너머로 관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있었다.

 

줄지어 감상하는지라 글자 하나하나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여 아쉬웠으나 그의 일생을 다루는 듯, 스케치북과 일맥상통한 자신만의 기록이 재작년부터 키워드로 떠오른 #기록 감성와 맞물려 온전한 개인의 일상이 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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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시간을 담은 전시



장 줄리앙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편안함, 평화로움, 단란함. 따뜻함 등의 기록물이기에, 그리고 이것을 간결한 그림으로 일반인도 쉽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표현때문이라 생각한다.

 

사회로부터 받은 피로에 지친 우리들을 정서적으로 채워주는 일상을 전달해 관람객들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엔 그의 회화 드로잉도 있는데, 따뜻한 화풍과 부드러운 터치감을 볼 수 있다. 역동적인 모습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이란 키워드가 서퍼의 모습에서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시회를 방문한 당일, 솔직히 말하자면 북새통을 이루는 인파로 머리가 아팠다. 작품으로부터 피로를 풀었으나 복잡한 현장에 의해 다시 피로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이드 그룹도 있어 그다지 넓은 공간은 아니라 피해 다니느라 정신 없었다. 쨍한 색감을 따뜻하게 뽑아 벽면으로 높에 쌓아 올리니, 간결한 그림체 덕분에 사진도 잘 찍히는지라 인트로부터 메인 캐릭터의 표정과 함께 사진 찍는 줄도 있다. 오브젝트 작품은 유리컵, 보드, 서핑보드 등 쇼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관에서 물욕에 한참을 머물게도 한다. 나 또한 대중이라 유리컵이 유독 탐나서 가이드 그룹을 피한다는 이유로 여러번 돌아보기도 했다.

 

이 점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전시가 갖는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편안함은 확실하다. 모두가 이 점에 이끌려 오지 않았나 싶다.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는 2022년 10월 1일(토)부터 2023년 1월 8일(일)까지 DDP 뮤지엄 B2F 전시 1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휴관일이 없다한다.

 

조금은 한가로울 평일의 어느 시간대에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그런날이 있지 않나? 아주 가끔 일과가 일찍 끝나 어딜 가야할지 모를 정도로 생각이 마비된 그런 날에, 일상의 환기와 온기가 필요할 때, 적절한 전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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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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