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과 색에 대한 정교한 집착 - 전시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모습이다'
글 입력 2022.11.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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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타나_최종본-01.jpg

 

 

 

흑백 필름 좋아하는 사람



사실 내 취향은 흑백 필름에 더 가깝다. 컬러는 변수가 너무 많다. 필름의 종류에 따라 강조되는 색도 다르고,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 내가 보는 색과 결과물로 나온 사진 속 색이 달라진다. 그런 게 '왜곡' 아닌가? 나는 컬러를 왜곡이라고 생각해왔다.

 

반면에 흑백은 내게는 진실한 사진이다. 옛날 역사의 주요 변곡점들을 기록한 사진들은 죄다 흑백이었다. 중앙일보의 사진, '김 군'의 얼굴 같은 것들. 강렬한 흑백의 대비가 마치 사실을 꿰뚫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한다. 게다가 자가 현상이 쉽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내 고집은 내가 60년대 사진작가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의 작품에 흠뻑 빠지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을 따라 했고, '구직' 사진으로 유명한 임응식의 작품,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이형록의 작품, 한 컷 안에 강렬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범태의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사진을 찍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코 폰타나는 이른 시기부터 컬러 필름을 받아들이고 관습에서 벗어나는 사진을 만들어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하여 회화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진을 많이 탐구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해나간 작가들 중 하나이다.

 

 

 

랜드스케이프, 시스케이프 시리즈


 

프랑코 폰타나의 가장 특색 있는 작품이기도 하면서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인 랜드스케이프, 시스케이프 시리즈를 보면 동양 회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만 동양 회화는 색이 없는 것 까지를 진정한 무(無), 단순함, 여백의 아름다움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FRANCO FONTANA© BASILICATA 1985 QWT.jpg
FRANCO FONTANA© BASILICATA 1985 QWT

  

 

한편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에서는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색은 절대로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사진의 구조를 단순화하는 대신 그 색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표현의 영역을 확장했다.

 


FRANCO FONTANA© PUGLIA 1995 paesaggio immaginario mmg.jpg
FRANCO FONTANA© PUGLIA 1995 paesaggio immaginario mmg

 

 

단순한 사진 한 장을 위해 수많은 답사를 했다는 점에서 그에겐 일종의 강박이 보이기도 하고, 많은 풍경의 정보 값을 여러 번 보면서 하나씩 배제해나가는 것이 그의 스타일일 것이라고 생각되며, 오히려 섬세한 시각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보여주는 예시는 그의 사진에 보이는 세부적인 요소들인데, 멀리서 보면 그저 색깔의 덩어리들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세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풍경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시선이 보이는 다른 작품은 바로 시스케이프 시리즈이다. 특히 바다와 하늘이 평행한 사진에는 그런 그의 시선이 집약적으로 녹아들어 있어 더욱 놀랍다. 

 

우리는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바다와 하늘만 있는 풍경을 보면 조금 심심해하고 따분해한다. 그러면서 그 풍경 속에 다른 사물을 끼워 넣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폰타나의 사진에는 너울거리는 파도, 미세하지만 서로 다른 색깔, 구름이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다.

 

프랑코 폰타나의 그림, 아니 사진을 보다 보면 그가 근경과 원경이 분리된 풍경을 많이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아채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입체적인 풍경을 평면에 감쪽같이 옮겨 두었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의 최근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공간에 관한 이해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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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Los angeles 1991 vert ACC

 

 

랜드스케이프와 시스케이프와 같은 풍경 사진에서는 너른 여유와 한가함이 보였다면, 어반스케이프로 넘어오면서부터는 '도시의 강박'을 볼 수 있었다. 온갖 인공적인 조형물 사이에 굳건하면서도 곧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돋보인다.

 

자연은 그럴 곳이 없지만, 도시에는 숨을 곳이 많다. 은밀하게 숨어서 사물을 관찰하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되는 작품이 정말 많다. 사진작가는 대개 관찰자이다. 바쁜 도시를 지나치는 피곤한 사람과 모르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프랑코 폰타나의 그러한 관찰자적인 면모는 각종 도시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다. 도심의 모습 한 부분을 포착했음에도 그 사진에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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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NEW YORK 1986 GHY

 

 

'뉴욕'하면 생각나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과 그렇기 때문에 지쳐 보이는 사람들을 잿빛 화면으로 담은 작품이다. 가운데 있는 여인의 '아이 러브 뉴욕' 비닐 봉지가 작가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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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1969

 

 

한국 전시만을 위해 프랑코 폰타나 작가와 직접 인터뷰한 영상도 전시가 되어 있었다. 그의 작품관과 직업 정신에 관해 알 수 있는 대목이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전문적인 사진과 예술적인 사진을 찍는 행위를 구분한 부분이었다.

 

프랑코 폰타나와 같이 예술적 경지에 이른 작가도 생계를 위해 전문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모르는 배우가 카메라 앞에 등장해도 많은 사람이 그 배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촬영하고, 다시 여유 시간이 있을 때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보통 예술적인 분야를 개발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열정과 예술에 대한 애정만으로 자신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만 일하고 싶고, 오직 그 분야를 통해서만 내 자아의 욕구를 성취하고 싶은 생각이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아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그 열정이 사그러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말이 예전에는 현실에 타협한 것을 인정하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한 실패자들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 말로 들린다.

 

 

 

전시 공간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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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미술관의 벽이 새하얗고, 그림에 집중하게 하는 것과 다르게, 프랑코 폰타나 전시관의 벽은 각자 다른 색깔이다. 이 점이 전시품 감상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 만의 독특한 무드를 조성해 감상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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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전시는 노루페인트, 지니 뮤직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각 전시 섹션마다 팬톤 컬러 코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니 뮤직이 제공하는 큐알 코드를 통해 각 섹션에 어울리는 음악을 감상하며 전시를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도 있다.

 

전시의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노루페인트의 컬러 사운드 영상이 보여주는 디지털 뉴미디어 아트 장르 중 하나인 ASMR, 전시 공간에 가득한 꽃향기 등은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기획 단계에서 차별화되는 전시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과하지 않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자극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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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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