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상 속 불쾌를 유쾌로 바꾸는 위트 - 장 줄리앙 회고전 “그러면, 거기”

글 입력 2022.11.1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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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수많은 스케치북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엄청난 작업량이다.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지만, 펼쳐져 있는 페이지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노력, 시간, 손때가 묻어있는 100여 권의 스케치북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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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장 줄리앙의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 장 줄리앙은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이다. 그는 일러스트, 회화, 조각뿐만 아니라 패션, 출판,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는 동시대의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

 

그가 DDP에서 첫 회고전을 열게 되었다.

 

장 줄리앙의 예술적 영혼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의 장난스러운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마치 장 줄리앙의 일러스트로 구성된 하나의 테마파크를 경험하는 듯하다.

 

장 줄리앙의 작업물 자체가 흥미롭기도 할뿐더러, 예술가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수 있는 전시였다. 앞으로의 예술 인생이 더욱 기대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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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의 예술을 관통하는 특징은 그가 작품 활동의 이유를 말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나는 비판적인 성격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기보다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

 

그는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고 표현하지만, 그 안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직관적인 비판의 내용을 위트로 유머러스하게 포장하여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조금은 피곤하게 느껴졌던 이슈조차도 새로운 시각으로, 오히려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완벽하게 실현된다. 관객은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가 펼쳐놓은 장난기어 린 테마파크에서 진지한 비판점과 웃음기 사이를 넘나든다. 블랙코미디를 시각화한다면 장 줄리앙의 일러스트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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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어떤 뉘앙스의 작가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하고 자신의 개성에 자신 있는 모습이 작품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영상과 음악 역시 작가 본연의 고유성을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마치 편집숍에 들어온 듯한 음악과 쉴 새 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빠른 속도감의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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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작업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일러스트에서도 ‘선’이 돋보였는데, 회화 작업에서는 다른 의미로 선이 돋보였다. 특히 수직과 수평이 관객에게 주는 효과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여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장 줄리앙은 마지막까지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며 배웅한다. 출구 표시, 크레딧 등 전시장 내부의 사소한 디테일까지도 작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장 줄리앙의 일대기를 보고 나와, 그의 미래까지도 궁금해졌다. 엄청난 양의 작업물이다.

 

그 사이를 통과하는 것 자체로 한 사람의 인생을 깊숙히 들어간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동시에, 그의 장난스러운 시선을 함께 담아보는 것은 곧 일상 속의 유쾌함을 스스로 선물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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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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