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을 위하는 마음 - 정조, 화성궐리사를 세우다

글 입력 2022.11.04 10: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21104_222014215_02.jpg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은행나무다. 길가를 수북이 점령한 노란 은행 열매의 시큼한 냄새 탓에 누군가에게는 불호로 꼽히곤 했지만, 노랗게 물든 은행을 탓하거나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길가에 흔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공자'를 떠올리는 이가 몇이나 될까. 중국의 성인 공자는 사상가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수두룩했는데, 이들을 가르친 곳이 바로 은행나무 아래였다. 학문을 닦는 곳을 뜻하는 행단(杏壇)은 바로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유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주말, 오산시 궐리사에서 진행된 '정조, 화성궐리사를 세우다'에 참여했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극뿐만 아니라 '리더라면 정조처럼'의 저자 김준혁 교수의 해설이 함께하는 친절한 시간이었다.

 

가을 햇볕이 유독 따가웠던 오후, 사람들은 은행나무 아래 모여 앉아 정조의 이념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KakaoTalk_20221104_222014215_04.jpg

 


현장극의 순서는 오후 두 시부터였다. 공연에 앞서 풍력 자동차 만들기, 가을 향 테라피 주머니 만들기, 우드버닝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대체로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는 경내에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문화동행이 주관하고 오산시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기획 목표는 정조가 되살린 궐리사를 널리 알리는 데 있다. 특히 이제 막 역사를 깨우치고 배움을 알아가는 새싹들에게 유익한 행사였다. 이날 많은 아이들이 행단 앞에 모여 앉았다. 정조의 고단한 생애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겠다, 생각했는데 현장극이 시작되자 바로 그 생각을 거뒀다.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고 '극단 정:지'의 배우분들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시작하였다. 'Ugly Movement 움직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유롭고 독창적인 몸짓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울부짖음이다. 현장극을 참여한 배우분들 모두 열연을 보여주셨는데 특히 사도 역을 분한 문소연 배우님의 연기가 인상 깊이 자리했다. 영조를 향해 억울함을 읍소하는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연 배우님의 탄탄한 성량이 궐리사 경내를 감싸 안으며 순식간에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의 적극성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다소 따분할 수도 있는 역사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다 재밌고 생동감 있게 풀어나갔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질문의 답을 하겠다며 높이 손을 들었다. 정조가 보았다면 기특함에 웃을지도 모르겠다.


현장극이 끝이 나고 한신대학교 김준혁 교수가 함께하여 정조와 궐리사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앞서 사도세자의 죽음 및 노론의 공격 속에 강해지는 정조를 이야기했다면, 이에 덧붙이는 해설은 궐리사를 짓기까지의 정조의 이야기다.


오산시 궐리사는 공자의 후손 공서린이 지은 사당이다. 후학들에게 강의를 했던 터를 공자의 고향 궐리에서 이름을 따와 '궐리사'라는 이름으로 정조가 새로이 짓게 되었다. 이름뿐만 아니라 공자의 교육 가치를 이어받은 정조의 이념을 엿볼 수 있는 장소였다.


바로 인(仁)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본받아 백성을 위한 마음이 깃든 교육을 지향함에 있었다.


오늘날 정조가 탁월한 리더로 손꼽히는 이유는 애민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사다난했던 정조의 생애를 돌아보며 오로지 백성과 나라의 성장을 위해 애쓴 진정한 리더의 자세를 배운다.


 

KakaoTalk_20221104_222014215_03.jpg

 

 

정조는 내로라하는 애주가였는데 유생들에게 술을 권하며 취할 때까지 음주를 즐겼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불취무귀(不醉無歸)’라는 고사를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취하지 않으면 집에 가지 못한다.’ 정조는 백성들이 양껏 술을 마실 수 있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오산시 궐리사에 공자의 초상화를 모신 제향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대부들은 공자의 초상화에 제사를 지내고 참배를 했다. 학업의 중심지를 꿈꿨던 정조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김준혁 교수는 공자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과거 제사를 지냈던 모습을 재현해 볼 것을 제안했다. 공자의 초상화를 보는 이는 훌륭한 학자가 된다는 과거 속설이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졌으면 했다. 공자의 가르침과 궐리사를 지은 정조의 정신을 본받아 학업의 길로 나아갈 것을 희망하는 바이다.




[정지] 화성궐리사_포스터-01.png

 

 

[이보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