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크린은 감각을, 감각은 비극을 [영화]

글 입력 2022.10.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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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영화란, ‘역사상 한 시대와 그 시대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 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으로 등장하여 현대에 영화 ‘1917’, ‘박열’, ‘동주’, ‘덩케르크’ 등 인기 있는 영화 장르가 되었다. ‘랜드 오브 마인’은 그러한 역사 영화의 순기능을 실현한다. 이때 순기능은 영화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역사의 목적에 다가가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역사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과거 사건의 답습을 막기 위함 일 수도 있다. 수많은 역사 영화 가운데, ‘랜드 오브 마인’은 우리에게 역사 속 감각을 전달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각은 ‘현재’의 것이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과거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랜드 오브 마인’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감각을 연결시킴으로써, 역사를 경험시킨다.

 

덴마크는 2차대전 종전 이후, 독일군이 심어놓은 220만개 이상의 지뢰를 전쟁 포로 독일 소년병들이 직접 제거하게 했다. 그리고 영화는 독일을 증오하는 라스무센 대위의 지휘 아래, 독일 소년병들이 해변 지뢰를 해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 러닝 타임 내내 배경이 되는 ‘해변’은 관객과 소년들의 육체적 감각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소년들은 어두운 군복을 입은 채 하얀 모래밭 위에 있는데, 이러한 색 대비는 소년들을 향한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마치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의 진공상태 같은 고요함은, 소년들이 지뢰를 해체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촉각은 클로즈업 된 소년들의 손과 함께 갈수록 예민해진다. 우리는 살아있기에 ‘감각’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랜드 오브 마인’에서 감각은 죽음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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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영화에서 바다는 ‘생명’과 ‘잉태’를 나타내지만, ‘랜드 오브 마인’에서 바다는 ‘죽음’이다. 그리고 영화는 죽음의 해변 속 소년병들의 모습을 정지된 카메라로 관찰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뢰를 해체하는 과정을 단 한번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관객들은 예민해진 감각과 함께 그들을 지켜본다. 그러던 중 지뢰 폭발로 소년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의 모든 감각 또한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에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는 커녕 더 극한의 서스펜스를 느끼게 된다. 육체적 감각이 죽음에 도달하여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화는 감각을 전달하고, 감각은 비극을 전한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지뢰의 공포를 ‘감각’에서 끝내지 않는다. 지뢰가 터질 것 같은 공포를 ‘감각’에서 느끼게 한다면, ‘감각’의 예상은 빗겨나가고 오히려 뜻밖의 서스펜스를 전달한다. 영화의 초반부 지뢰 연습 장면에서, ‘하프케’ 소년병은 지뢰 해체에 서툰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의 모습은 다양한 각도로 보여지는데, 이때 우리는 그의 지뢰가 터질 것을 예상한다. 그러나 지뢰는 다음 차례 소년병에서 터진다. 영화에서 지뢰는 언제나 이런식으로 폭발한다. 또다른 사건을 보면, ‘세바스티안’ 소년병이 이중 지뢰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급히 멀리 있는 ‘루드리히’ 소년병에게 이중 지뢰를 알린다. ‘루드리히’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 멈추지 않고 지뢰를 만진다. 이에 우리는 그의 지뢰가 폭발할 것을 예상하지만,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 있던 ‘웨너’ 소년병의 지뢰가 폭발한다.

 

영화는 이러한 연출로 관객을 죽음에 근접시킨다.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고, 대개 우리가 접하는 죽음은 영화, 드라마 매체 속에 있다. 우리는 그러한 연출된 죽음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연출된 죽음에 무뎌져 있기에, 실제 죽음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하지만 실제 죽음은 결코 예상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특히 당시 독일 소년병들이 경험한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러웠을 것이다. 당시를 재현한 ‘랜드 오브 마인’은 지뢰 폭발 장면을 연출하여, 그들이 느낀 죽음을 관객도 체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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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미성년자로 이루어진 군대 또는 그에 딸린 군인’. (국제법상 만 18세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음.) 영화는 이들이 어린 소년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들은 작은 벌레를 매만지며 이름을 지어주고, 팔다리가 잘리면 엄마를 부르고, 서로 시기와 질투를 한다. 덴마크의 경쟁국에 대한 증오심은 이러한 어린 소년들을 지뢰밭으로 내몰게 했다. 당시 지뢰 제거에 동원된 어린 소년병들은 2천명이 넘었고, 그들 중 반 이상은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마틴 잔드 블리엣 감독은 덴마크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심지어 독일과 덴마크가 공동으로 제작 지원을 했다. ‘랜드 오브 마인’은 현대에 꼭 필요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당시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어디선가 나라 간, 종교 간, 인종 간, 사람 간 에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우리는 소년병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준 막스무센 대위처럼, 잔존하는 증오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감독은 결코 덴마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는 이토록 슬픈 역사의 답습이 스크린과, 또 다른 매체와, 그리고 우리의 노력으로 인해 사라지길 바란 것이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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