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티스트와 관객의 소통 [공연]

글 입력 2022.10.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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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수원에 위치한 모 대학교 축제에 다녀왔다. 캠퍼스를 장식한 형형색색의 불빛들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주점은 대학 축제의 상징.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곳은 초대 가수의 무대가 열리는 스테이지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메인 스테이지는 대학 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래퍼 ‘사이먼 도미닉’의 무대가 있었다. 수많은 히트곡을 선보이며 공연의 열기가 정점으로 향하고 있을 때, 사이먼 도미닉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바로 관객 중 자신과 함께 랩을 할 사람을 모집한 것. 이때 무대 앞 줄에 있던 한 여성 관객이 번쩍 손을 들었다.

 

 

해당 영상은 사이먼 도미닉의 개인 SNS에

'그 랩퍼에 그 팬'이라는 소개와 함께 게시되었다.

 

 

해당 장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이먼 도미닉의 개인 SNS 계정에도 게재되며 해당 관객에게는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평소 사이먼 도미닉의 팬임을 밝힌 해당 관객이, 좋아하는 래퍼와 함께 수많은 사람 앞에서 그 어려운 랩을 완벽하게 해냈으니,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중학생 시절, 나는 학교에 한 명씩 있다는 ‘록 마니아’였다. 당시 나를 로큰롤의 세계로 이끈 영국 밴드 ‘뮤즈(Muse)’의 내한 공연 소식이 전해졌고, 그렇게 나는 인생의 첫 콘서트를 맞이했다.


당시 나의 우상이기도 했던 뮤즈의 프론트맨 ‘매튜 벨라미’. 히트곡 ‘Starlight’ 연주와 함께 그가 관객석으로 내려왔다. 노래 중간 관중들과 함께 부르는 파트를 위해 무대 밑으로 내려온 듯했다. 나는 나의 우상을 최대한 가까이서 보기 위해 대략 열 시간 전부터 맨 앞자리에 서 있었고, 드디어 그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다.


정말 기적처럼, 관중들과 함께 부르는 파트가 나올 때 그는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고, 파트가 시작되자 나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잠실 주경기장은 나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비록 한 소절,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상 앞에서 그의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삶의 원동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Muse 'Starlight', live in Citybreak 2013

가끔 힘이 들 때마다 검색하여 찾아보며 용기를 얻곤 한다.

 

 

두 번째 일은 스무 살 때 일어났다. 고등학생 시절 나의 버팀목이자 K-POP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된 걸그룹 ‘여자친구’의 첫 번째 팬 미팅에, 운이 좋게도 티켓을 구하게 되어 방문하였다.


해당 공연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었는데, 멤버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에서 노래를 부를 때에는 촬영이 허가되었다. 나는 복도 쪽 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쪽을 지나가지 않을까 싶어 셀프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순간 여자친구 멤버 유주가 그것을 발견하였는지, 내 뒤를 지나가다 멈춰서서 함께 동영상 촬영을 해주었다. 해당 영상은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가장 먼저 옮겨 저장하며 나의 인생 기념물로 간직하고 있다. 그날을 계기로 나는 살아가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 여자친구의 팬덤이 되었다.

 

*

 

이처럼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그들의 공연에서 얻은 좋은 기억이 많아서일까, 시간이 지나 현재는 공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무대를 보며 행복해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면 과거의 내가 공연으로부터 행복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공연장에서 아티스트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은 관객에 대한 하나의 팬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연 중 이러한 장면들이 SNS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전파되며 ‘우리의 공연에는 이러한 재미 요소가 있다’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일종의 홍보 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이다. 단순히 관객들이 아티스트의 무대만 감상하는 것을 넘어, 서로 소통하며 호흡을 맞추어나갈 때 비로소 ‘공연’의 의미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관객에게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점과 아티스트에게는 그러한 관객이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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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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