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리 장르가 액션이라도 해도 [영화]

글 입력 2022.10.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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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개봉해 가을이 되어서야 본 <그레이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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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맨>은 한여름의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에 개봉한 영화이다. 개봉일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유는 영화가 공개되기 한 달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기 때문이다.

 

홍보 자료에는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영화 제작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했다. 연출한 감독과 출연한 배우, 제작 비용에 대한 설명으로 말이다. <그레이 맨>은 마블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루소 형제가 연출한 작품으로, 인기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했으며, 넷플릭스로부터 약 2억 달러의 금액을 지원받아 제작된 영화이다.

 

이 세 가지의 홍보 전략 중 단 한 가지도 나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마블 시리즈를 잘 모르는 나는 루소 형제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 알지 못했고,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의 작품을 모두 봐야 할 정도로 열성적인 팬이 아니었으며, 투자 규모가 작아도 좋은 영화가 많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레이 맨>은 보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고서야 <그레이 맨>을 보게 되었다. 홍보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단 한 장의 사진 덕분이었다. 사진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총을 매만지는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인공에게 어떤 사연이 있길래 총을 잡고 있는지, 신경질적이면서 고독해 보이는 표정은 어떤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화려한 홍보 문구가 아닌 순전히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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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맨>은 부정부패를 숨기려는 미국의 중앙정보국 ‘CIA’와 그것을 밝히려는 ‘CIA의 암살 전문 요원’ 간의 대결을 다룬다. CIA의 암살 전문 요원인 ‘식스’는 그들의 악행이 담긴 USB를 가지게 되고, CIA는 증거물을 인멸하기 위해 USB를 뺏고 ‘식스’를 처단하려 한다.

 

하지만 '식스'는 CIA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대였고, 그를 잡기 위해 소시오패스라고 불릴 정도로 잔인한 ‘로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로이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식스'를 없애려 한다.

 

 

 

공들인 액션신과 부실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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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수많은 액션신이 등장한다. 무지막지한 '로이드'답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움이 벌어진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난투가 일어나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은 광장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시작되기도 한다.

 

시내를 운행하는 트램의 안과 위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격투가 진행되기도 한다. 치열한 대결은 아침부터 시작해 밤까지 계속되어 낮에는 7개 국가의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밤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액션신은 흥미로웠고 훌륭했다. 지루할 틈이 없었고, 배우들의 합이나 CG가 어색한 장면은 없었다. 자칫하면 진부한 액션신에 새로움을 더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투박하고 거친 액션에 어울리지 않는 소품들을 이용해 액션신을 다채롭게 꾸몄다.

 

형형색색 불꽃놀이와 분홍색 화염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난투극은 칙칙하고 어두운 장면에 색채감을 불어넣었다. 'Silver Bird'라는 경쾌한 노래에 맞춰 벌어지는 액션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휘몰아치는 액션신에 정신을 뺏겨 영화를 다 감상했지만,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영화의 말미까지 영화를 보기 전에 떠올렸던 질문들에 답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CIA와 싸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사진에서 보인 섬세한 감정 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시종일관 싸우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단해 보였다. 액션에 진심인 것은 알겠지만 액션과 스토리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멋진 액션신이어도 스토리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영화의 진가를 발견하기 힘들다. 후속편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전편에서 못다 한 '식스'의 이야기를 후속편에서 잘 풀어내면 영화적 재미와 관객들의 공감을 모두 잡는 액션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그레이 맨>은 한 계절이 지나서야 보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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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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