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의식이 뛰어놀 빈칸 [사람]

글 입력 2022.09.2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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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오디오북 윌라에서 접하게 된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계속 하나에 몰입해서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개념이 체화되고 해결 방법이나 내가 원하는 것을 유레카! 외치며 찾게 된다는 단순하고도 신박한 주장이다.

 

유레카 외치는 순간 깨닫는 게 아니라, 외부의 자극이나 정보 없이 내면에서 이미 알고 있어 어느 순간 밖으로 튀어나오는 게 특징이다.

 

짬 내어 황농문 교수님의 저서 <몰입>, <슬로싱킹>을 읽고 있는데, 참 쉬운 일 같으면서도 어렵다. 하루 종일 내가 얻고자 하는 개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몰입한다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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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몰입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그 실천에 대해 생각하던 중 우연히 허준이 교수님의 인터뷰를 접했다. 필즈 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님께서 말하는 공부 방식과 수학의 매력은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과 완벽히 일치했다.

 

 

(좋은 내용에 비해 썸네일이 아쉬운 편,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본질적인 진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따라서 무의식이 뛰어놀 빈칸이 필요하다.

 


수학의 매력은 다른 분야와 달리 과거 수학자와 현대 수학자들의 정보량이 동일한 상황에서 풀어내는 과정에 있다고 짚으셨다. 발전된 계측 도구나 기술들을 활용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서 온전히 퍼즐 맞추듯이 몰입한다.

 

그는 두뇌 안에서 일어나는 무작위적 연결이라고 명명했는데 난제를 풀고자 도전하는 과정에 있으면서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외부로부터의 정보 없이 갑자기 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인터뷰에서 연구 공부는 하루 4시간 동안만 하고 일상을 보낸다고 했는데, 사실 그 다른 일상에서도 천천히 어떤 문제를 음미하고 퍼즐을 만들어 하나씩 맞추고 있는 과정에 있던 것이었다.

 

우리의 무의식중 아주 결정적인 연결이 일어난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스스로 깨닫는 방식으로 난제를 풀어내셨다. 요즘 내가 관심 있는 학습법이자 인생의 태도라고 할 수 있는 '몰입'을 이미 평생 실천하고 있는 교수님 부부의 인터뷰를 보니, 참 신비로운 소름이 돋았고 경이로웠다.


첨언으로, 교수님께서 서글서글 순수하신 분이라는 게 인터뷰 짧은 영상에서도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동안 짧지만 만나본 여러 교수님, 학자, 소위 전문가이신 분들과 조금만 이야기 나눠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의 권위와 노련함에 빠져서 아래 있는 사람들을 은근 무시하거나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절대 신념을 가진 뒷방 늙은이인지 아닌지 말이다.

 

솔직히 전문가 딱지를 달고 사시는 분들은 그런 위험한 요소들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하고 동의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곧게 정진하고 자신의 길을 걷는데 남에게 좋은 영향까지 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위대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교수 부부는 참 순수해 보이시고 남의 의견을 내리깔지 않아 더 존경받아야 하는 분들이신 것 같다. 그리고 쾌감을 느끼고 여러 난제를 위해 학문에 인생을 바쳐 연구하시는 모습이 참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어떤 분야에 미쳐서 의식주+연구로 하루 한 달 1년 평생을 채워가는 사람들의 끈기와 그 쾌감을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진다.

 

 


인요가를 하고 온 날



양적인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요가와 달리, 음적인 기운으로 몸의 인대와 결합 조직들을 움직이고 풀어주는 느린 1시간을 보내고 와서 이 인터뷰, 몰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일맥상통한 메시지가 나에게 다가오기 위해 분주히 노력했던 것 같다.

 

우연의 연장은 곧 필연이다. 동작을 잘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살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 휴식으로 또 다른 에너지와 무언가를 채워갈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요가 선생님의 말이 참 깊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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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약 부작용으로 거의 하루종일 헤롱대면서 제대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자기소개서와 완전경쟁시장 앞에서 잠들어버린 하루를 보내고 죄책감에 저녁 운동을 하러 나가 인요가 수업을 듣고 또 저런 몰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무의식 속에서 일어날 무한한 창조와 발전을 급하게 원하기보다 말 그대로 슬로싱킹, 천천히 음미하면서 하루하루 살아내자는 든든한 위로와 원동력을 얻었다.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또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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