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이 준 선물 - 장르는 여름밤

여름의 변주 <장르는 여름밤>을 읽고
글 입력 2022.09.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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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의 몬구는 언제부터 몬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내가 나이를 먹은 건가. 20대 때의 나는 홍대를 쏘다니며 인디문화에 흠뻑 빠졌었다. 너희는 대중음악을 들어라. 나는 특.별.한. 인디음악을 들을게. 라는 허세 가득했던 지난 기억에 웃음도 나고 그때의 우리가 귀여워서 큭큭거린다.

 

이제는 인디와 대중음악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고, 어느 순간부턴 랜덤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연스레 인디음악은 멀어졌다. 우연히 <장르는 여름밤>이라는 이 책을 접했을 때, 저자 몬구의 이름이 익숙했다. 몬구? 낯설지가 않다.

 

몬구는 바로 십여 년 전 그토록 내가 열렬히 들었던 밴드 몽구스의 리더였다. 그때의 몽구스 노래도 가삿말이 참 예뻤는데 시간이 흐르는 사이 그는 어느덧 작가가 되어 있었다.

 

몽구스 : 범우주적 슈퍼 댄스 밴드 라는 소개글이 쓰인 그의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들어갔다. 여전히 화면 가득 개구진 세 멤버의 사진이 피사체를 제대로 맞추지 않은 흐릿한 초점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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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여름밤>. 책 제목조차 너무 몽구스답다. 몽구스가 부른 노래중에서 가장 처음 듣게 된 음악은 "서울의 밤 청춘의 밤"이다.


 

-서울의 밤 청춘의 밤-

 

이 밤 갈 곳 없는 청춘들 모두 모여서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춤추네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위로도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순 없지만

함께란 이유로 서로에 기대어 잠드네

서울의 밤 청춘의 밤

널 볼 수 없다면 난 차라리 도망칠래

서울의 밤 청춘의 밤

운명 같은 첫 사랑이 푸른 새벽에 내릴 때까지

언제라도 누구라도 이 거리에서

가만히 누군가가 다가오길 기다린다면

그 어떤 운명같은 사랑이

네 앞에서 노래 부르리

서울의 밤 청춘의 밤

널 볼 수 없다면 난 차라리 도망칠래

서울의 밤 청춘의 밤

운명같은 첫 사랑이 푸른 새벽에 내릴 때까지

서울의 밤

 


<장르는 여름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 노래가 생각났다. 하나의 맥락처럼 자연스레 읽혔고, 몽구스가 말했던 그들의 청춘이 떠올랐다. 책에도 그가 노래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이 쓰여 있다. 자신의 노래로 위안을 얻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라며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들 일 거라고 몬구는 생각한다.


가끔은 그때의 음악을 들었던 자신의 팬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해하는 몬구의 몽글몽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 대목을 읽을 땐,

 

"나 여기서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요. 여전히 그대의 감성으로 잘 지내고 있네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오랜만의 이 오그라드는 듯한 감성이 너무 반갑고 좋다.


그의 챕터는 마치 그가 부르던 노래제목처럼 하나같이 전부다 센스있고, 어딘가에 끼적여 놓고 싶은 말들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불러왔던 그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고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던 시간의 여백을 메우듯 책 속에 그의 이야기가 있다.

 

<챕터>

음악과 사람 그리고 응원 … 11

감성 불변의 법칙 … 14

장르는 여름밤 … 20

푸른 공상의 위로 … 22

그대로의 너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 25

불안과 성장 … 30

딱 그 정도의 여백 … 33

로우파이 달천동 … 34

소울메이트 … 40

은하서울 … 45

그건 그때 가서 알 것 같다 … 48

진심은 통할까 … 53

열린 질문 … 54

잎사귀가 자라지 않아도 … 57

튼튼한 괴짜 … 62

4106 … 66

남는 것은 결국 … 71

파도의 위로 … 75

옛 글을 찾다 … 78

Look on the bright side … 82

몇 살이에요? … 87

나의 쓸모 … 89

달과 나 … 91

도망이 등산이 될 때 … 96

불꽃놀이 … 100

칭찬 … 103

한강 … 104

무의미한 대화의 마스터 … 107

음악은 물 같다 … 110

데미안의 괴롭힘 … 111

기타와 튜닝과 마음 … 116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 122

행복 … 126

맞바람에 달리기 … 127

밴드 … 131

부지런 … 136

비와 우쿨렐레 … 141

소중한 것 … 145

스튜디오의 유령 … 151

야간 운전 … 157

영혼을 위로하는 피칸파이 … 160

요즘 뭐 들어? … 164

잘 듣는다는 쪽지 … 169

인맥은 소멸형, 친구는 적립형 … 171

먼저 핀 꽃 … 174

인터뷰 … 175

물음이 상처가 될 때 … 179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아버지 … 180

품위를 지키며 꾸준히 실패하는 중 … 183

필라멘트 … 187

미니멀한 것들의 맥시멈 … 192

보이는 것 … 195

하루 … 196

용기 … 199

플로깅 … 201

황홀한 빛 … 204

히트곡 … 208

대기실의 긴장감 … 215

습관성 달리기 … 220

기타 탐구 생활 … 222

말 … 225

부(끄)럽지 않은 삶 … 227

틈 … 230

비에 젖은 운동화 … 233

죽다 살아난 사람이 있다지만 그도 결국 한 번이다 … 234

표정의 기본 설정 … 236

여름 노래 … 241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장르는 여름밤", "그대로의 너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은하서울", "파도의 위로", "달과 나", "데미안의 괴롭힘", "비와 우쿨렐레", "영혼을 위로하는 피칸파이", "황홀한 빛", "부(끄)럽지 않은 삶", "여름 노래"


하나같이 그가 만든 노래제목처럼 느껴진다. 여름을 좋아하는 몬구의 감성이 곳곳에 가득하다. 나 역시 여름, 특히 노을 지는 여름밤을 무척 좋아한다. 늦봄, 초여름이 시작되면, 풀벌레 소리와 녹음이 우거진 숲내음이 코끝에 전해지는 해 저무는 오후 여섯 시 반 경의 서울숲의 밤을 좋아한다.

 

닮아있다. 내가 좋아했던 가수의 감성과 나의 감성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기분이 아주 좋다. 반가움이 한가득 이다. 혹시라도 이 책의 저자이자 몽구스의 여전한 리더인 몬구님이 이 글을 본다면, 그토록 궁금해했던 당신의 오랜 팬, 여전히 어딘가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고, 더불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이자 하나의 챕터이기도 한 "장르는 여름밤"을 보다 보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가 몽상가라고 말한다. 몽구스의 음악을 들으면 유독 여름의 청량한 무언가가 떠올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여름은 감성의 근원이고 여름밤은 열매이다. 여름밤을 떠올리며 곡을 쓰고 여름밤에 곡을 쓴다. 그가 쓰는 음악의 장르는 "여름"이다.

 

내가 봤을 때, 그의 음악 장르는 여름 안에서도 다양한 여름이 존재한다. 찬란한 여름, 신난 여름, 하염없이 내리는 장마철의 축축한 여름, 장마가 끝나고 난 뒤 비 내음이 가득한 새벽녘의 여름, 이 밖에도 그의 장르는 끝도 없이 여름이 지속된다.

 

이제는, 지금쯤 그의 여름은 어떠한 여름일지를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나도 나이가 들고 그도 나이가 들었다. 예전처럼 음악축제를 가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한다. 20대의 체력은 어느덧 30대의 체력이 되어버렸다. 체력을 조금은 내려놓고 대신 좀 더 감성 짙게 음악을 듣는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여름, 주황빛 노을이 지는 우리의 여름밤은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의 중간 어느 즈음일까.

 

이만큼 살아오는데 있어 우리에게 사랑이 빠질 수 없다. 어릴 적 그의 사랑은 이대로의 '나만'을 사랑해주라는 어리광을 부렸다고 한다. 반면에 나의 어릴적 사랑과 지금의 사랑은? 나 역시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 나를 더 이해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사랑의 정의지만, 이제 우리는 나이도 더 먹었고, 비로소 정말로 있는 그대로 서로를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함부로 사랑을 정의내릴 순 없지만, 그가 말하는 번뜩이는 찰나의 순간만큼은 우리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순간으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만에 정말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책 표지부터, 제목, 소개글까지도 기분 좋은 밝음이 묻어나온다.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느꼈던 눈부신 밝음과 찬란함의 빛나는 순간들이 빳빳한 종이에 빼곡히 잘 개켜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듯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챕터의 내용이 연인과의 안타까운 이별이던, 친구와의 갈등 속에 묻어났던 일화이든 상관없이 그저 기분 좋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혹자는 그의 에세이가 너무 감성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너무나도 감성적인 그의 글에서 나는 큰 위로를 얻는다. 잠시 잊고 있던 나의 찬란한 20대를 떠올리며 기분좋은 웃음도 나온다. 이건 <장르의 여름밤>이 내게 주는 큰 선물이다.

 

그가 믿는 유일한 마법인 여름을 통해서 여전한 그의 에너지를 지속했으면 좋겠다. 사방을 가득 메우는 초록빛 함성을 벗삼아 수분기 가득한 여름 공기로 언제나 늘 행복한 마법에 걸려 기쁘게 지내길, 몽구스의 오랜 팬으로, <장르는 여름밤>의 열렬한 팬으로서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몽상가이고, 여름밤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몽상가이다. 나는 여름밤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소리를 만들고 글을 쓴다. 그 결과물인 음악을 어느 계절에 들어도 누구나 여름밤을 떠올리기 바라며. 내게 여름은 감성의 근원이고 여름밤은 열매인 셈이다. 소나기는 여름의 변주다. 초록색 이파리에 빗방울이 떨어져 하늘을 비추고, 아스팔트와 건물은 짙은 색으로 변한다. 냄새도 바꾼다. 땅을 뚫고 올라온 흙내음이 무릎으로 타고 코끝에 다다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여름의 변주는 놀랍다. 그래서 삶도 여름에 가장 변수가 많은가보다. p20-21


삶에서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오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우리가 유한한 존재이며 유약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어느 한순간에는 잠시나마 영원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알고 깨닫는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한순간만이라도 그대로의 너와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런 순간엔 그대로의 너와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9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앉아있으면 왠지 초연한 기분이 들곤 했다. 곧 학생들로 가득 찰, 그 텅 빈 공간을 홀로 대면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눈이 펑펑 오는 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혼자 걷는 느낌과 낯선 골목을 혼자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적당한 외로움이 여유를 주는 것 같다. 딱 그 정도의 여백이 지금 내게 필요하다. p33


틈틈이 나 자신을 칭찬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타인에게 받고 싶은 칭찬의 기대치가 줄어든다. 칭찬 못 받는다고 못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 담백하게 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p103


행복해지자는 말이 싫어서 지구를 떠났다. 집착하듯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오히려 행복을 더 멀리 내쫓는 일 아닐까? p126


이 싸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런저런 불평은 마음 한구석 저 멀리 던져 놓고 몸을 숙인 채 남은 거리를 열심히 달리는 것뿐. p130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것도 그럴 터다. p150


친구가 되어 가는 사람도 있고, 친해졌다가 조금은 소원해진 사람도 있다. 인맥은 소멸되지만 친구는 적립된다. 다만 유의할 점은 적립형 친구도 감가상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러니 좋아할 수 있을 때 좋아하는 게 좋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른다. 아마도 지금이겠지. p173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는 스무 살의 봄 같다. 싱숭생숭 싹을 틔우고, 아픔이 있어도 싹을 틔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찾는 용기는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가 아닌 '뒤돌아보는 용기'다. 뒤돌아 과거의 나를 만나서 잘못을 바로잡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수선하면서 조금씩 살아가는 용기 말이다. 오늘 자라지 않은 싹은 내일 틔우면 되니까. p200


내가 믿는 유일한 마법이 있다면 바로 여름이다. 여름에는 알 수 없는 신비가 존재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끝없이 팽창하려는 무엇과 관련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주의 탄생 역시 여름의 그 알 수 없는 에너지와 닮았을지도 모른다. p241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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