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나친 욕심과 허황된 꿈, 썬더버드

썬더버드. 2022
글 입력 2022.09.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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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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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을 차지한 ‘썬더버드’는 돈다발이 든 자동차 ‘썬더버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누아르의 영화다.

 

고전적인 누아르 영화는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와 함께 많은 범죄와 폭력이 나온다. 그래서 흑백 영화의 특징을 가지는 경우도 많고 선과 대립되는 ‘악’의 모습을 상품화한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물론 일반화할 수 없다.

 

영화 ‘썬더버드’는 이런 고전적인 누아르와 다르게 현대적으로 제작되었다.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시간적 배경을 밤으로 설정하고 어둠과 상대되는 빛을 통해 시각적으로 균형을 잡는다. 자동차의 이름 일부인 ‘썬더’도 밤과 빛을 함께 함축한다. 밤이 되면 더 빛나는 카지노가 위치한 정선 사북의 공간적 배경도 어둠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와 동시에 사실감을 부여한다. 정선 사북에는 전당포와 저당이 잡힌 자동차들이 가득 차 있는 주차장이 많다고 한다. 돈을 잃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돈을 뺏기 위한 범죄도 많다. 이런 지식이 없다면 마냥 각색된 소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다. 정선 사북이 고향인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보다 더한 일도 많다고 한다. 자연의 끝에서 자본의 끝을 향해 달리는 인물들은 그래서 그런지 더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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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목표가 눈에 보일수록 욕심이 치닫는 ‘태균’의 심리가 돋보였다. ‘태민’과 ‘태균’은 형제지만 성격이 달랐다. ‘태민’은 눈앞에 보이는 욕망에 솔직한 반면 ‘태균’은 솔직하지 못하고 빙 돌려 말한다. 그래서 ‘태민’의 자동차가 사채업자에 의해 저당에 잡혔을 때도 ‘태민’은 물불 안 가리고 찾기에 열중했다. 자동차를 찾기 위해 돈도 훔치고 전당포를 뒤지는 등 눈앞의 일만 생각한다.

 

‘태균’은 자신이 필요한 돈이 ‘태민’의 자동차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같이 찾는 걸 도와주지만 초반에는 우유부단했다. 하지만 점점 날이 밝아오고 ‘썬더버드’를 찾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해졌다. ‘태균’의 운전이 점점 과감해지고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등, 돈을 갈망하는 심리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인상적이었다.

 

‘태균’의 이러한 심리 변화는 마지막 장면과도 연결된다. 영화 초반에 그가 만났던 사람들이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 초반에는 ‘태균’의 소극적이고 조용한 모습이 비쳤지만 후반에는 다르다. 돈을 찾는 과정에서 얻은 얼굴의 상처들은 그가 감정에 충실했다는 상징이다. 얼굴에 그런 상징적인 상처가 있음에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결국 ‘태균’은 자신이 변한 모습을 보여줘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태도에 회의감을 느꼈다. 마지막 그의 얼굴은 그날 밤 그가 겪었던 수모와 회의감, 그리고 절망감의 집합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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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만 집착하는 인물들만 있다면 심심했을 영화에 ‘미영’은 새로움을 준다. ‘미영’은 ‘태민’의 여자친구로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 주변에 의해 쉽게 흔들리는 단순한 면모와 미래를 생각하는 나름 합리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태민’과 ‘태균’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 ‘태민’과는 정서적 안정을 생각하며, ‘태균’과는 미래의 안정을 생각한다. 단순히 사북에서 ‘태민’과 지내며 현실을 살고 있었지만 ‘태균’을 통해 서울에서의 성공과 안정에 대해 합리적인 고민을 한다.

 

특히 아기 사진을 주의 깊게 보는 장면은 그녀가 현실뿐만 아니라 미래도 생각하는 사람임을 알려준다. 그녀의 결말은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태균’과 ‘썬더버드’를 타고 서울로 가는 약속을 깨고 ‘태민’을 찾음으로써 현실의 정서적 안정을 선택하고, 그 이후 ‘태민’ 몰래 혼자 ‘썬더버드’를 타고 서울로 올라감으로써 미래의 안정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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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버드’는 지나친 욕심과 허황된 꿈을 상징한다. 가진 돈에 비해 비싼 자동차를 산 ‘태민’은 이런 말을 한다.

 

 

‘자동차는 용기로 사는 거다.’

 

 

돈이 없어도 비싼 차를 타야 돈이 들어온다는, 배보다 배꼽이 큰 허황된 꿈이다. ‘태균’에게 있어서는 지나친 욕심이다. ‘썬더버드’ 안에 들어있는 돈을 차지하기 위해 동생도 배신하고 살인도 한다. 하지만 ‘썬더버드’는 ‘미영’이 끌고 간다.

 

얼굴이 돋보였던 영화다. 미의 기준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얼굴이 주는 감정이다. 어둠 속 간판과 자동차 불빛, 가로등의 불빛이 얼굴에 드리운 감정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인물들의 얼굴만 봐도 어떤 감정일지 잘 느껴졌다.

 

대사와 행동이 없어도 전달되는 감정과 그 변화는 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자연과 자본의 모습이 공존하는 사북이란 공간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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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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