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위로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을 꺼내볼 시간

예술은 수납되어있던 나를 꺼내주는 힘이 있다.
글 입력 2022.08.2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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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좋은 음악을 발견했을 때 숨어있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뛰곤 한다. 그 아티스트의 모든 음악을 들어보고, 각종 무대 영상과 인터뷰를 찾아보며 점차 애정을 갖게 된다. 나아가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게 노래를 선곡해 들으면서 한 아티스트가 내 삶에 스며들곤 한다.

 

여기 미술의 영역에서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이 있다. 바로 미술 교육자이자 아트 컬렉터인 이소영 작가이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은 저자의 오랜 관심사였던 ‘아웃사이더 아트’를 찾아다닌 마음의 여정이 담겨있다. 아웃사이더 아트란 정규교육을 받지 않는 화가의 작품을 말하며 이미 미술계에서는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영역에 속한다.

 

저자는 왜 ‘인사이더’가 아니라 ‘아웃사이더’ 화가들에 마음이 끌렸을까? 저자 이소영은 자신도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욕망으로부터 유명한 화가들보다 사라진 화가들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감동적이거나 흥미로운 삶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삶을 위로하곤 했다고. 사라졌다고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고. 단지 숨어있는 보석으로 남아 아쉬울 뿐.

 

이제 낯선 이들의 위로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꺼내 볼 시간이다.

 

 

 

경계선과 도전: 앙리 루소


 

앙리 루소는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경계선을 넘나든 화가이다. 루소는 왈츠를 작곡하기도 하고 바이올린 연주로 돈을 벌기도 했으며 미술에 대한 꿈이 커지자 사십 대 후반에 세관원을 그만두고 전업화가가 된다.

 

앙리 루소에 대한 평은 경계선을 넘나든다. 앙리 루소는 미술계에서도 경계선에 있는 화가이다. 유명하다고 하기에는 변두리에 있지만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다.

 

루소는 정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조롱당했다. 그럼에도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기보다는 꾸준히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간다. 꾸준히 창작할 용기와 끈기 덕분일까, 루소는 피카소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루소의 초상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결국 루소는 사후에 더 주목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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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몇 년을 제외하면 예술계에서 평생 비주류로 살았던 루소. 하지만 그는 그 비주류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느꼈다. 자신이 진정 즐거워하는 일을 알고 그 자체를 즐긴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 그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사람이어서 그의 매력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아닐까. 그가 만약 그 경계선에서 주류가 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의 앙리 루소는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잘하는 것, 적당히 주류인 것. 누군가는 두 영역의 경계선에 있는 것을 애매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경계선에서 초조해하기보다는 경계선에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비로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알로이즈 코르바스


 

열한 살의 나이에 엄마를 잃은 알로이즈 코르바스. 그녀는 노래를 좋아해 오페라 가수를 꿈꿨지만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후 사랑하는 남자와도 언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사랑했던 카이저를 만날 수 없다는 슬픔은 점차 망상으로 변해갔고 결국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그후 그녀는 약 46년 동안 자신만의 왕국을 끊임없이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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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대부분의 그림에는 남녀 커플이 있다. 왕자와 공주는 그림 속에서만큼은 마음껏 연애하고 결혼도 할 수 있었다. 한평생 카이저를 사랑했던 마음은 그렇게 그림으로 남았다.

 

 

자신의 바람을 가공하지 않고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끊임없이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다가 지친 나에게 충고를 건낸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담았던 순수한 세계를 잊고 그저 살아내기에만 바쁜 것은 아닌지,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삶의 기쁨을 충만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아닌지.

 

-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p.51

 


솔직한 내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 것. 이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다면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 적당히 하는 것. 자기보호를 위해 더 많은 감정과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해 본 사람을 존경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자신을 허술하게 해 상대방을 높인다. 마음의 길이 열려 있다면 상대의 눈빛이 나를 향해 흘러오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늘 낮은 자세다. 사랑 때문에 자신을 낮춰본 사람만이 지니는 삶의 깊이가 있다.

 

-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p.51

 


지금도 온전히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서 상대방에 대해 온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예술은 미처 알지 못했던 타인의 삶과 경험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무의식 속에 머물러있던 내 생각을 표면 위로 꺼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문화 예술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향유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찮은 예술은 없다. 하찮은 삶은 없다. 작품이 나에게 와닿아 의미를 갖는다면 유명세와 상관없이 나에게 더 큰 아름다움을 지니게 될 뿐이다.

  

당신의 삶을 위로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제 그 위로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을 꺼내볼 시간이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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