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하시겠습니까? [도서/문학]

책 『네 이웃의 식탁』, 공동 육아의 허점
글 입력 2022.08.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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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개인 차원이 아닌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 속에도 공동육아를 활용해 저출생을 탈출하기 위한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다. 입주요건은 다음과 같다.

 
<꿈미래실험공동주택 입주요건>
 
기본 요건
- 자녀 1명 이상인 가정
- 42세 이하의 한국 국적의 부부
- 10년 내 자녀 3명 이상 출산 (단, 시험관 시술 시 정부가 비용 지급)

우대 요건
- 자녀 2인 이상인 가정
- 둘 중 한 명만 직장에 다니는 부부
 

‘근로소득으로 꿈꾸기 어려운 경기 교외에 위치한 집을 제공하는 대신 아이를 낳기’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정책을 동의한 네 쌍의 부부가 자발적으로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을 들어와 생활한다. 처음에는 서로의 육아 지식을 나누고 함께 양육하고 한 식탁에서 오순도순 대화하는 생활을 꿈꾸고 들어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끝은 공동육아로 상징되는 거대한 식탁이 엎어진다.

소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실감이 넘쳐 흐른다. 삶의 밀착도가 높아서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불편하다. 흔히 하는 말로 뼈를 때린다. 육아의 현실, 워킹맘의 부담, 자연스러운 성희롱 등의 다양한 불편한 문제를 풍선에 바늘을 찌르듯 장마다 펑펑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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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고 외치고 우는 아이들


 
아이들이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는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무심코 튀어나오기도 했고 그건 때로는 본능이나 반사작용 이전에 존재하는 자연법칙, 이를테면 심장박동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상황에 아빠를 찾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P.61 『네 이웃의 식탁』
 
 
아이가 넘어지고 울면 보통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는 걸 자주 봤다. (나도 그랬다) 마치 엄마의 역할이 태초부터 정해진 것처럼 행동한다. 과연 그랬을까? 여성이 사회로 진출한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조효내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1~2년 육아휴직으로 쉬고 돌아와 승진에 밀리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경단녀’가 된다.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대부분이 치우친 상황에서 마을 차원으로 키운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황혼육아를 하는 할아버지보다 훨씬 할머니가 늘어날 뿐이다. 결국 육아는 또 다른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격언 속에서 말하는 마을은 여성만 뜻하지 않을 것이다. 마을, 즉 사회는 여성, 남성, 정책, 규율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곳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어떤 형태의 마을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만날 것 같은 불편한 사람들, 혹시 나도?


8명의 등장인물의 모습은 이질감이 없다. 어딘가 익숙하다. 현실에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구병모 작가는 불편함을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고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편한 이유가 있겠죠. 누군가한테 저도 일조할 수 있고 살아가면서 모두가 어느 불편함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나는 아이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비호감인 인물을 통해 ‘나’의 불편한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강교원이다.
 

 

그때마다 교원은 스스로마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끝이라는 절박함에 살림과 육아를 더욱 밀도 있게 사수하는데 골몰했고, 그 결과는 누구나 부러워하며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는 각종 사진과 짧은 동영상으로 남았었다.

 

- P.82 『네 이웃의 식탁』

 


강교원만큼은 아니지만, 강교원과 비슷한 경험이 있다. SNS에서 멋진 사진을 올려 ‘좋아요’ 세례나 치켜세우는 댓글을 보고 은은한 만족감을 얻었다. ‘나를 표현하기’가 매력으로 여겨지는 시대를 역행하기 어렵지만, 내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자존감을 채우는 행위는 위험하다.

 
< MISSION >
 
당신은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하시겠습니까?

YES
NO
 
  
“대학 - 취직 - 결혼 - 출산” 미션 CLEAR


가끔 세상 사람들이 같은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처럼 느껴진다. 시험지의 하나뿐인 정답을 찾는 것처럼, 게임 스테이지를 ‘CLEAR’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서 대학과 취직의 고리가 헐거워지니까, 뒤를 잇는 고리도 전부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테이지를 이탈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저출생’은 여기저기서 지겹도록 듣는다.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고령화가 심화하여~"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쏟아진다. 원인은 대부분 저출생이다. 국가가 저출생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구가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다. 사람은 소비와 생산의 주체이다. 출생율이 낮아질수록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줄어들어 나라의 생산 가능한 노동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력의 감소는 국가 경쟁력의 하락이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3년 연속으로 합계출산율 1.1명으로 198위 ‘세계 꼴지’다.*
 
『네 이웃의 식탁』은 공동육아의 문제점을 담론장으로 끌어오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공동주택의 유일한 생존자가 강교원이라는 점을 이렇게 설명할 뿐이다.

 

이 공동주택을 집에 있기로 결정한 사람이 개인적 욕망을 내려놓고 육아를 보람으로 삼는 것이 총체적으로 건강에 이로운 것이라고 결론이 자연스러웠으며, 각오하고 인내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즐거움이자 삶의 원동력인 동시에 성취의 기준…

 

- P.187 『네 이웃의 식탁』


 
『네 이웃의 식탁』은 어디서도 보여주지 않는 현실판 육아 스릴러다. 누군가는 실제로 겪는 일처럼 느껴져서 책을 덮고도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불편한 마음을 깨닫고 나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묘하게 통쾌하다.
 
 

* 출처 : ‘2022 세계인구현황보고서’, 유엔인구기금(UNFPA)과 인구보건복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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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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