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고를 가득 채운 생생한 삶의 단편들 - 도서 '비비안 마이어'

글 입력 2022.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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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을 가지고 왔고, 내 인생은 이 상자들 속에 있어요."

 

- 비비안 마이어가 고용인에게 한 말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서 나온 상자가 미국 사진계를 발칵 뒤집었다. 현상되지 않은 필름처럼 그대로 있던 보모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삶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그동안 은둔하며 살아온 그녀의 삶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의 작품은 어느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 인터넷에 올려지게 된다. 그리고 대중은 열광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면서, 그녀의 명성은 날로 커져갔다.

 

훌륭한 사진들과 달리 그녀의 삶은 베일에 싸여있었다. 평생 14만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어 왔으면서 어째서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는지, 왜 신분을 숨기고 사람과 깊은 유대 관계를 쌓는 것을 왜 거부했는지, 처음에는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저자이자 그녀의 삶과 작품에 대해 최고 권위를 가진 앤 마크스가 그녀의 삶을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그 비밀은 드러난다.

 

 

 

은둔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의 삶


 

엄격한, 유머 있는, 퉁명스러운, 거친, 사교적인, 너그러운. 모두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이 묘사한 비비안의 모습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녀가 살아온 삶은 탁월할 정도로 행복하면서도 유년 시절의 아픔이 오래도록 그녀에게 영향을 준 탓에 어둡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마이어 가의 가족들이 불행해지게 된 할머니 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 외제니의 이른 나이에 출산, 이민, 신분을 숨긴 채 한 결혼 그리고 비비안의 어머니와 오빠인 칼의 정신 질환과 방임으로 인한 불우한 가정환경은 그녀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비비안은 특유의 강인한 성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그의 사진을 보면 그가 호기심 많고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했다. 때문에 피사체로 판단한 것들에 다가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피사체를 발견하면 곧바로 카메라를 열어서 초점을 잡고 셔터를 눌렀어요. 콰광! 정말 빨랐어요. 걸으면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를 때까지 1초도 안 걸렸을 거예요. 그러니 찍히는 사람들은 반응할 시간도 없었죠."

 

- 잉어 레이먼드, 비비안이 돌봤던 소녀

 

 

물론 피사체의 감정에 신경을 썼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화 기록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만큼은 촬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비비안이었다. 보모로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을 정도로 그녀는 그 일에 푹 빠져 있었다. 어머니 마리가 쓰던 카메라에서 최고급 카메라인 롤라이플렉스를 가지고 다니게 되면서 그의 실력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사진으로 소통하는 어엿한 거리 작가


 

초기 시기의 그녀의 작품을 보면 차이와 다양성에 이끌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녀는 진정성에 있어서는 전혀 타협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가 촬영한 아이들의 사진들을 보면 당시에 보편적이었던 웃는 모습의 아이 사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거나 심통이 난 모습까지도 다양하게 기록하며 순간의 진실인 감정에 집중한다.

 

외에도 그녀는 성별, 인종 계급, 정치와 같은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상당수의 작품이 그녀의 그런 관심을 보여준다. 가령 시카고에서 찍은 '주변화된 사람들, 1959'은 시청 앞에서 성조기의 비호를 받으며 서 있는 백인 사업가들과 아웃포커싱으로 시각적 틀을 이루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두 여성의 사진이 그녀가 그런 주제에 명확한 주장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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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그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작품인 자화상들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많은 자화상 사진들을 보면 그녀가 사람들이 묘사하는 만큼 딱딱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뻣뻣한 실루엣과 옷차림을 이용해 주변 사물에 자신의 그림자를 더해 유머러스한 사진들을 제법 남겼다. 또한 그녀가 일생을 은둔하며 지내왔음에도 상업적으로 사진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든지 세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어 했음이 여기서 드러난다.

 

비비안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실재하는 시작 속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는 익히 알려진 사실처럼 그녀의 정신질환인 저장 장애처럼 위협적인 방식보다 오히려 예술적으로 승화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이미지에 자신의 그림자를 병치시키면서 비비안은 자신을 보여주고 드러냈다. 그녀의 이웃들이 그와 그의 방을 궁금해할 때, 그녀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심각하게 기피했는데, 일례로 그녀는 자신이 소지한 책을 사람들이 볼 수 없게끔 책의 표지들은 모두 벽 쪽을 향해 보관하였다.

 

실제로 그녀가 아끼던 겐스버그 가족과 이별하게 된 이후에 그녀의 자화상은 우울하게 보인다. 어둡고 암울한 이미지에 그의 그림자를 비췄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진에 있어서 만큼은 엄격하게도 솔직했다. 본인의 감정마저도 예리하게 투영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에 더해 사진에 대한 열정이 그녀로 하여금 엄청난 양의 사진을 남기고도 유언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오직 자신 앞에 세상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작은 단서들을 모아 추적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시간에 따른 화품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그녀가 앓고 있던 저장 장애가 역설적이게도 훗날 우리가 그녀를 알아보게 해줬다는 점은 흥미롭다. 비비안 마이어,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 있으며,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거리의 작가인 그녀의 삶과 작품이 궁금하다면 그것을 담은 책 <비비안 마이어: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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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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