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바티망 Bâtiment" 展
글 입력 2022.08.1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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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다시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b.1973)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장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렸던 그의 전시를 놓치곤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았던 그 전시를 통해 그의 이름을 알게 된 한국 관객들도 꽤 많을 것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다.

 


세계의 지하철(Global Express, 2011).jpg

 

 

이번에 서울에 상륙한 그의 작품은 “바티망(Bâtiment)”. ‘바티망’은 프랑스어로 건물을 뜻하는데, 2004년 파리에서 열린 예술 축제를 위해 처음 제작되었던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이 전시에 다녀간 관람객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헉, 놀라게 될 것이다. 건물 외벽에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전문 스턴트맨도 액션 배우도 아닌 평범한 관람객들이 연출해낸 장면이다.

 

 

131.jpg

 


18년간 런던, 베를린, 도쿄, 상하이 등 전 세계를 투어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입증한 이 작품의 비밀은 ‘거울’이다. 바닥에 실제 건물 크기의 모형 파사드를 설치하고, 그 앞에 45도로 기울인 대형 거울을 세우면 파사드 위에 누운 관객의 모습이 아주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중요한 것은 관객의 창의성이다. 단순히 파사드 모형 위에 눕기만 해도 창문에 걸터앉은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손을 뻗고, 다리를 움직이고, 약간의 표정 연기까지 해주면 진짜 건물에 매달린 것처럼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바티망> 전시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 관객들이었다.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는 다른 관객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었고, 큰 건물 작품을 모두 함께 채워나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교실(Class Room, 2017).jpg

 


에를리치 작품의 핵심은 ‘상상력’인데, 이는 “교실(Classroom, 2017)”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두운 방 안에 검은 박스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는데, 여기에 앉아 옆의 유리 쪽을 바라보면 마치 교실 책상에 앉아있는 것과 같이 보인다. 흐릿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잃어버린 정원(Lost Garden, 2009).jpg

 

 

“잃어버린 정원(Lost Garden)”도 마찬가지다.

 

납작해보이는 공간의 창문을 들여다보면 꽤 널찍한 중정이 펼쳐진다. 거울을 이용하여 확장된 모습이다. 거기다 반대편 창문들에도 내 모습이 보인다. 거울을 이용한 착시 효과를 기막히게 이용하는 작가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것을 그럴 듯하게 실현하는 능력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좌) 비행기(El Avión ,2011) _ (우) 야간 비행(Night Flight, 2015).jpg

 

 

전시에서는 그의 대형 설치작품 외에도, 지하철과 비행기의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작은 영상 설치작업과 그의 지난 주요작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수영장(Swimming Pool)”이었는데,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헨티나 국가관 대표로 출품하였던 작품이다. 그 이후 여러 공간에서 이 작품을 재현하였다는데 언젠가 서울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보았다.

 

 

수영장(Swimming Pool)_1.jpg

 

수영장(Swimming Pool)_2.jpg

 

 

전시가 열리는 장소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이다. 규모는 작은 편이나 노들섬 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내겐 장점이었다.

 

일년 중 여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노들섬을 방문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들리고, 만질 수 없는 작품 앞에서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참여형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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