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음악, 우리 예술가들의 창조적 에너지 - 2022 여우락 페스티벌

글 입력 2022.07.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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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립극장의 대표 여름 음악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23일간 국립극장의 달오름극장, 하늘극장, 문화광장에서 12편의 공연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여러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우락 Extension>을 관람했다.


‘여우락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사실 이전까지 어떤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출연 아티스트들의 소개글을 훑어보니 거문고, 가야금, 해금 같은 전통악기들의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통악기만을 다루는 공연은 아닌 것 같긴 했지만, 오늘 어떤 공연을 보러 가는 거냐고 묻는 친구에게 일단 ‘국악 공연’이라고 답장하며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낯선 장르의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과 설렘, 기대감을 동시에 품은 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고, 어느새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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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우락 페스티벌’의 슬로건처럼, 아티스트들은 첫 무대부터 그야말로 ‘창조적 에너지의 폭발’을 보여주었다. 9개의 팀이 함께 무대에 올라 선보인 합주의 열기와 에너지는 한여름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고, 그동안 생각해왔던 국악 연주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스스로가 국악에 대해 잘 모르고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국악이 아닌 새로운 어떤 것인지, 여러 생각이 빠르게 스쳐 갔지만 결국 장르에 대한 정의는 중요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페스티벌의 이름 ‘여우락’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굳이 어떤 장르로 정의 내리지 않고 ‘우리 음악’이라고 표현했듯이, 우리 음악을 하는 이 시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락 Extension> 전체 출연진의 합동 무대 이후에는 각 아티스트의 무대가 이어졌다. 바로 다음 무대를 꾸민 천지윤×상흠을 비롯하여 무토(MUTO), 리마이더스×달음, 밤 새는 앞서 ‘2022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무대의 앙코르를 보여주었다. 임용주, 이일우, 차승민은 솔로 무대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장, 증폭, 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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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무대가 훌륭했지만, 올해의 키워드인 ‘확장’, ‘증폭’, ‘팽창’의 측면에서는 천지윤×상흠, 리마이더스×달음, 그리고 밤 새의 무대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천지윤×상흠은 해금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융합을 보여주었다. 강력한 신스 사운드와 비트가 바탕이 되어 해금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독특한 조화를 이루었다. 천지윤의 해금 연주는 마치 소리꾼이 창을 하는 것처럼 애절하고 아름다운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음악이 굉장히 세련되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공연 관람 이후에 음원을 찾아 듣기도 한 무대였다.


리마이더스와 달음은 둘 다 거문고, 가야금 듀엣으로 활동하는 팀이다. 그들이 곡 소개 시간에 말했듯 서로 같은 구성의 듀오이기 때문에 두 팀이 한 무대에 설 일은 좀처럼 없었을 텐데,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에서는 함께 협업 무대를 꾸몄다. 일반적으로 협업 무대를 구성할 때는 서로 다른 악기를 조합하는데,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같은 악기군 편성의 콜라보’를 선보인 것이다.


같은 악기를 다룬다 하더라도 당연히 연주자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고, 같은 악기 편성의 팀이어도 각자의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리마이더스×달음은 그 점을 간과하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협업 무대를 선보였다. 두 팀이 함께 연주하며 즐거워하는 표정과 모습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고, 힘이 넘치면서도 수려한 연주도 인상 깊었던 무대이다.


마지막으로, ‘밤 새’는 팀의 악기 편성이 굉장히 참신했다. 거문고와 드럼 연주자, 소리꾼이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데 <여우락 Extension>에서는 소리꾼 김보림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때문에, 거문고 주자 황진아와 드럼 연주자 서수진이 둘이서 구성한 무대를 관람하게 되었다.


거문고와 드럼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조합인데, 이런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스스로가 너무 음악과 예술에 있어서 경계를 지어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그들의 연주는 붉은색 의상과 배경 영상처럼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청량함과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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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씩 개별 무대를 감상한 후 마지막에 다시 전체 출연자 합주를 감상하는 것은, 첫 무대 합주와는 완전히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엔 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충격과 압도감이 가장 강했다면, 마지막 무대에서는 각 아티스트들의 개별 무대를 이미 본 상태였기 때문에 합주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눈여겨볼 수 있었다. 특히나 한 명씩 조명하여 독주를 선보이는 파트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여우락 Extension>의 무대를 빛나게 해준 미디어아트도 기억에 남는다. 영상과 조명이 음악의 정서에 한껏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연주자들을 포함한 여러 예술가가 함께 어우러져 응집된 창조적 에너지를 가감 없이 폭발시켰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실험적이고 참신한 시도 자체가 가치 있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를 제쳐두고 생각해도 너무 훌륭한 음악이었기 때문에 ‘왜 이런 예술가들을 여지껏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가 슬로건인 ‘여우락 페스티벌’이 꾸준히 사랑받으며 이어지고 있듯, 우리 음악은 앞으로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며 또 다른 발전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우리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의 약진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포스터] 국립극장 2022 여우樂(락) 페스티벌.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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