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ye Blue Bird [사람]

자유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
글 입력 2022.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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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Blue bird

  

 

어디든, 누군가에게든 분명히 뱉어야만 하는 말들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래서는 병이 날 것 같았지만, 그보다 후회라는 기회비용을 치르기 싫었다.

 

파랑새를 처음 만났다. 이걸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머리를 바닥으로 숙이고 움직이지 않은 채 엉거주춤하게 거기 있을 뿐이었다. 낯선 존재가 미동도 하지 않으니 기회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언제 얼음에서 땡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치곤 유심히.

 

아니 사실은 눈을 떼고 걸음을 재촉하고 싶었다. 바람과 다르게 한 곳에 고정된 시선과 불편한 자세로 달싹이는 몸, 나 또한 엉거주춤했다. 다섯 발자국 조금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새가 혹여 튀어 오르면 재빠르게 도망칠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쯤 일지 가늠하면서 그 동그란 몸에 눈을 맞췄다.

 

앞으로 밀어주는 손에 못 이겨 고개를 돌린다. 새로 시작된 대화와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에 정보들이 흩어진다. 돌아오는 길에 새는 여전히 초르스름했지만 차마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그대로 사라지기라도 했으면 또 생각해야 할 게 많아질 것 같았다. 자유의 의미를 담은 무언가를 처음 본 그날 자유의 죽음 또한 본 셈이다.

 

자유는 그 푸른색이 바랄 때쯤에야 알아챌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

 

같은 날 애정하는 가수의 동명 앨범 ‘파랑새’가 발매됐다. 그 새의 이름을 알게 된 경로이기도 했다.

 

앨범 커버 사진 속 그 새는 눈을 뜨고 생기를 가득 담은 채 언제든 가지를 박차고 넘어질 것 같았다. 사실 좀 보기 힘들었다. 내가 본 것과는 다른 모습 때문인지, 새를 원래부터 무서워하던 탓인지는 모른다.

 

며칠 뒤 아파트 화단 자리에 있던 파랑새는 흔적도 없이 이동했다. 경비원일까 고양이일까. 자유를 들고(혹은 입에 물고) 옮길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혹 그의 자세는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을까.

 

참새나 비둘기를 본 적이 있다. 똑같이 가만히 누워있었는데 다만 어딘가 없거나 뭉개져있었다. 학교 앞에서 데려온 병아리는 두 다리를 쭉 뻗고 잠들었다. 하나같이 이질감만 들던 마지막이었는데 파랑새는 살아있는 것처럼 죽어있었다.

 

그때 그 파랑새는 왜 그런 자세를 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앉아서. 생각지도 못한 이유이진 않을 텐데 사람에겐 묻지 않기로 했다. 이유를 묻기엔 나는 너무 가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bluebirdme.JPG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정의를 내리는 방식이 있다. 그것들은 너무 천차만별이고 자유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리라. 어느 때에 나에게 자유란 생각 없이 뻗어나가는 젊은 나무의 가지들이었다. 그 가지가 영롱한 열매를 맺기도 하지만 옆 나무들이 받을 해를 다 앗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또 나에게 자유였던 건 본인은 모르게 푸른, 말없이 화단에 누워있는 파랑새다. 입을 닫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것이다. 많은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거기에는 나와 같은 생각도 있을 테니 굳이 입을 열 필요 없었다. 그렇게 쏟아져 오는 정의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것이 지혜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스펀지에게도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오히려 편안하다. 아마 또 변하게 될, 누군가에겐 ‘불안’이라 이름 붙여진 나의 자유를 후회 없이 즐기고 싶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생각, 새로운 장소, 이미 알던 것들의 재발견, 불호였던 것에 예기치 못한 사랑까지 모두 빨리 만나고 싶다.

 

아는 만큼 말하고 모르는 만큼 물으며... 가능한 한 오래오래 푸르고 싶다.

 

 

 

한승하태그.jpg

 

 

[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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