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보이지 않는 도시 [도서]

"공간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그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글 입력 2022.07.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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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상님을 산에 모실까.

 소파는 왜 등받이가 됐을까.

모임의 끝은 왜 항상 노래방일까.

 

 

살면서 한 번쯤 위와 같은 질문들을 머릿 속에 떠올린 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떠올린 사람도 떠올리지 않은 사람도 대다수의 경우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민할만큼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유는 그것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집, 학교, 병원, 도시 등 수많은 공간들은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된 것으로 대개 만들어져 있는 것들이다. 옆에 늘 그렇게 존재해왔고 발걸음만 옮기면 그곳에 닿을 수 있었다. 때문에 나를 둘러싼 공간들은 이미 한 몸이 된 것처럼 익숙하다.

 

“공간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그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익숙해진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거나, 이미 적응된 상태를 애써 바꾸려 들지 않는다. 설사 바뀌어야 한다는 걸 느낀다 해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짚어 내기 어렵다. 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운전할 때 늘 보는 신호등 위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우리나라에는 왜 노래방, PC방, 찜질방 같은 ‘방’이 많은지 궁금해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머무르는 도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도시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미 공간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임우진 건축가는 도서 <보이지 않는 도시>를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어쩌다' 그런 공간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맥락을 짚어보고 다소 낯설면서 새로운 도시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익숙함과 당연함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도시를 밝혀낸다.

 

본문을 통해 독자는 어렵지 않게 일상 속 ‘보이지 않는 공간’을 다소 의외의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다. 공간이라는 범위가 단지 건축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아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익숙한 모든 일상이 공간과 관계된 것이란 사실까지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보이지않는도시-표지.jpg

 

 

 

우리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국에서 30여 년, 파리에서 20여 년 생활하며 두 문화권의 거주민이자 이방인으로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된 저자는 열 가지 질문을 던지며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당 도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또한 바로 목차에 담긴 아래의 열 가지 질문이었다. 모두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이다.

 

 

1부. 보이지 않는 공간

   1장. 왜 그 차만 정지선 앞에 멈췄을까

   2장. 국회의원들은 왜 고함을 칠까

   3장. 왜 조상님을 산에 모실까

   4장. 소파는 왜 등받이가 됐을까

   5장. 왜 부자들은 벤츠를 탈까


2부. 보이지 않는 도시

   6장. 만남의 광장에서 누굴 만나는가

   7장. 왜 우리는 높은 건물에 열광할까

   8장. 모임의 끝은 왜 항상 노래방일까

   9장. 왜 아이들은 항상 어지를까

   10장. 누구를 위해 꽃을 심는가

 

 

1부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공간 속 이야기들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생활 공간의 이면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각 공간이 단순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 도시 체제 안에 있고 그 체제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컨대, 공동묘지는 우리에게 ‘기피 공간’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가까운 공간’이다. 우리에게 묘지는 공포스럽다는 인식 때문에 '혐오의 공간'으로 여겨져 생활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반면 유럽에서 묘지는 그리운 사람을 기억하며 자주 찾아가는 곳으로 도시 안, 집 가까운 곳에 공원 같은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다. 그들은 묘지를 죽은 자들이 아닌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도시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도시 속에 뿌리내린 공원묘지는 시민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마저 다르게 만든다. 반대로,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공동묘지라는 단어가 가지는 분위기도 달라지며, 동시에 그것이 놓이는 위치와 분위기까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역시 대부분 일상적인 공간에 관한 내용으로, 한국의 도시·건축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관점이 담겨 있다. 길은 어쩌다가 광장의 역할까지 하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방 문화가 오늘날 우리 도시의 근간을 만드는 데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등 도시 아래에 숨어 있는 모습들과 그것이 품고 있는 여러 가능성을 비추어본다.

 

이때 저자는 도시 속 숨겨진 맥락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없는 연결고리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9장 <왜 아이들은 항상 어지를까>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어보겠다.


 

우선 새로운 장에 들어감과 동시에 질문과 함께 현상을 되짚어본다. ‘왜 아이들은 항상 어지를까? 또는 ‘왜 엄마는 아이들 방이 어질러진 것을 참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면 반대 방향에서의 질문도 가능하다. ‘왜 아이들은 엄마의 계속되는 잔소리에도 자신의 방이 어지러져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까?’


저자는 해당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간에 관한 핵심적인 개념을 끌어온다. 바로 공간 주도권. 공간에 대한 애착으로 발전하는 핵심 요소로, 위와 같은 엇갈린 상황이 발생하는 진짜 이유는 엄마도 다른 가족 구성원도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간 주도권 싸움을 집 안에서만 국한시키기 않고 도시의 문제까지 뻗어나간다. 이번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길은 누구의 것인가’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공간 주도권에서 비롯된 소유감의 유무에 따라 공간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도, 반대로 무기력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오늘날 도시민이 느끼는 외로움은 바로 공간 주도권이 박탈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집에서도 길에서도 도시에서도 공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래는 우리 것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냥 그렇게 놓여 있는 도시 속에서 보이는대로 살아간다.


- 9장 <왜 아이들은 항상 어지를까> 중에서

 


이렇듯 저자는 우리가 일상을 경험하며 한 번쯤 떠올릴 질문 또는 호기심을 끌어와 현상을 분석하고 도시의 문제로까지 확대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로 끌어올린다.

 

 

 

우리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책 속 모든 이야기는 ‘사람이 먼저인 도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처음에는 겉으로 보이는 공간과 도시를 관찰하다가도 도시를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파헤쳐보면 결국은 도시 속에 사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시선이 옮겨진다. 그리고 사람, 문화, 공간, 도시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 구조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과 건물과 도시를 적절하게 연결시키는 것은 건축 기술의 문제가 아닌, 도시라는 모두가 함께 사는 공간을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다.

 

- p.264

 

 

이제껏 우리는 도시의 다양한 얼굴을 만든 장본인이 그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던 사람들이었음을 보지 못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책을 통해 우리의 사고와 태도는 도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동시에 사회문화적인 맥락 아래 공간에 대한 관점과 태도는 우리가 사는 도시를 다시 새로이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닫는 글에서도 밝히듯, 저자는 우리의 도시가 우선으로 두고 살아왔던 ‘절대적 가치’라 여겼던 것들을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상대적인 영감’을 제공해 준다. 내가 사는 이 공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당연하게만 보이던 현실 뒤에 숨겨진 나만의 상대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제서야 우리가 머무르는 도시 속에서 공간 주도권을 가지고 보다 현명하고 주체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긍정적인 공간의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책을 덮고 새로운 질문을 품고서 바깥을 나선다. 그리고 이 길을, 이 도시를 다시 바라본다.

 


나는 어떤 도시의 얼굴을 원하는가.

어떻게 도시를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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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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