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잔잔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케시(keshi)의 세계가 궁금해 [음악]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케시의 첫 정규 앨범 [GABRIEL] 다큐멘터리
글 입력 2022.07.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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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타이틀 곡 ANGOSTURA

 

 

싱어송라이터 케시(keshi)의 첫 정규앨범 GABRIEL 발매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그 작업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아마존 뮤직에서 공개되었다.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으며 본 글 하단에서도 볼 수 있게 달아 두었다.)

 

아, 케시는 베트남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로 그를 소개할 때 종양학 간호사에서 뮤지션이 된 가수라는 타이틀이 빠짐없이 따라붙지만 여기서는 순수하게 그의 음악 세계와 다큐멘터리에서 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평소 케시의 노래를 일상의 배경음으로 자주 틀어 놓는다. 잔잔하고 몽환적인 보컬이 주의를 지나치게 끌지도, 너무 지루해 있는 듯 없는듯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지 유튜브에 작업할 때 듣는 음악, 새벽에 듣는 플레이리스트 등을 검색하면 꽤 자주 케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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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가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냐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앞서 발매한 앨범들을 보면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lo-fi 음악인 것 같기도 하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힙합 같기도, 진한 알앤비 노래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모든 노래가 ‘케시스럽다’는 것. 때문에 그의 노래를 한 번에 쭈욱 듣기에도 거슬림 없이 좋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낱낱이 담고 있다. 여기서 본인만의 색을 유지하면서 따라오는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 질문들에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다.

 

 

 

다채로운 팔레트


 

“정규 앨범을 함께 작업할 프로듀서를 찾았어.” 자신이 봤을 때 작업물이 서로 비슷해지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한다. 아티스트라면 본인의 색을 표현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한곳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팔레트를 다양하게 사용할 줄도 아는 것이 아티스트의 의무이자 자연스러운 욕심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 약간의 객관성을 위해 LA로 몇 달에 거쳐 오가면서 프로듀서 일리(ELIE)와 작업을 시작한다.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주저하지 않는 대담함이 그의 음악의 단단함과 닮아 있는 듯하다. 도전에는 용기보다는 근면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사실 마음을 먹었다면 쉽다. 그러나 두려운 것은 선택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그 꾸준함에 반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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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예술


 

케시는 솔직한 음악을 사랑한다. 솔직함과 예술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그에게 있어 자신의 작업물에 솔직해지는 것은 중요하다. 솔직해질 때 비로소 자신의 작업물을 제대로 바라보고 진정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느 아티스트가 그렇듯이 어느 정도 기대에 미치는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어떤 때에는 그것을 자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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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와 작업하기 전 그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높은 곳(Greater heights)에 가 닿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비전을 가지고 그것에 도달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 작업자들을 보면서 그는 영감을 받았다. 그도 마찬가지도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진심인 사람이다.

  

함께 작업하는 일리와 진지하게 작업하는 모습에서 어떤 솔직함을 느꼈다. 진지한 모습도 있지만 시종일관 즐겁게 작업하는 모습이 좋았다. 기타 리프를 넣었다가, 시그니처 사운드를 여기저기 붙였다가. (케시의 연인이 그의 이름 Casey를 부르는 영상에서 따왔다는 귀여운 유래가 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하다 이거다! 싶은 게 나왔을 때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의 음악을 하나하나 진심으로 다시, 또다시 들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신뢰 관계에서 오는 시너지: keshi + ________


 

신뢰와 음악이 또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가 싶겠지만 여기서 신뢰는 일리와 케시, 팬들과 그의 관계에서의 신뢰를 의미한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놓치지 않는 그의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뭘 듣고 싶은지, 뭘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멈춰서 그는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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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까지 5일 남은 시점에서도 두 작업자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프로듀서인 일리와의 첫 작업으로 정규 앨범을 만든다는 것이 긴장될 수 있음에도 그는 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일리는 자신이 그를 돕는 포지션이기보다는 “가끔은 약간의 객관성이 필요할 뿐이야.”라 말한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팀플레이에 회의감이 있는 내게 조별 과제_희망 편 같기도 하다.

 

한편 리스너와 창작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케시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악은 일방적일 수 있다. 어쨌거나 팬들의 입장에서는 참여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어떤 변화를 시도하게 되면 팬들의 기대와 어긋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케시는 말한다.

 

 

“A thing that happens to a lot of fans of artists, who want to change their sound and it takes a few listens to but you have to trust the artist. And that's kind of how I view being a fan.”

 

어떤 때에는 변화를 시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팬들이 약간의 인내를 발휘하기도 해야 한다. 몇 번이고 듣고 나서야 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를 믿어야 한다. 나 또한 음악을 듣는 팬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예술을 큐레이팅 하는 자인 그들에 대한 믿음을 가져달라고 한다. 그런 목소리로 부탁하면 안 그럴 수 없다.

 

사실 이에 완전히 동의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새 앨범이 나올 때 설레기도 하지만 약간은 망설이는 편이다. 주변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 묵혔다가 준비가 됐을 때 듣는 편이다. 사운드가 변했음을 느낄 때는 조금 머뭇대지만 이내 적응하고 듣는다. 여러 번. 그러다 보면 아티스트의 생각과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의 입장으로 이것을 발견한 것에 대한 짜릿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돌아보면, 변하지 않는 아티스트보다 욕심 많은 이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음악은 여기서 한 번 더 만들어진다. 아티스트와 팬의 감각이 한 톤으로 조정될 때. 그런 순간이 온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왜 그렇게 음악가들이 작업에 미쳐 사는지 알게 됐다.

 

 

 

앨범: 단일성과 다양성에 대한 고민


 

앨범이라는 것이 단일성을 가지고 통합적인 느낌을 주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채로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노래를 들을 때 한 앨범 단위로 돌려 듣는 나로서는 어느 정도 앨범이 총체적인 메시지나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면 케시와 같은 젊은 아티스트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고 이를 제안하는 게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창작이란 끊임없는 물음표와 뒤끝 많은 선택의 연속인 듯하다.

 

케시는 이 두 가지의 고민을 모두 앨범에 녹여냈다. 모든 곡이 한 곡 같지 않으면서도 뿔뿔이 흩어진 느낌은 아니길 바라는 노력의 흔적이 앨범 곳곳에 묻어난다. 사실 이런 고민에 있어 프로덕션이 중요하다. 하나의 팀으로 같은 고민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이것저것 실험해 보는 일리와 케시는 랩(lab) 연구원 같다. 작업에 참여한 건 단둘뿐이었는데, 배가 산으로 갈까 걱정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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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큐멘터리와 온갖 미디어에 올라온 그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 다 봐 버린 나는 더 이상 케시의 최애곡이 뭐냐는 물음에 답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앨범을 통으로 들어야 하는 버릇이 있듯이 그저 케시의 음악, 그에 대한 애정, 아니 아티스로서 케시 그 자체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I want to make something undeniable.

I want to make something where

when people here it like they are convinced.

like they want to listen to me."

 

"거부할 수 없는 음악을 하고 싶다. 진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음악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원해서 듣는 그런 음악 말이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이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그 자신도 이 앨범을 통해 그런 시도들에 대해 만족했기를 바란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앨범을 만들었는지, 뮤지션으로서 어떤 딜레마들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그의 작업들이 더 기대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keshi - GABRIEL 다큐멘터리

 

 

p.s 올해 12월에 그가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앨범 GABRIEL과 더불어 많은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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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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