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을 닮아가는 나만의 리듬으로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도서]

글 입력 2022.07.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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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에세이스트, 철학자, 활동가, 생물학자, 생태학자, 조경가, 농부 등 스물한 명의 작가들이 지구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책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코로나19 등 전례 없는 최악의 환경문제에 직면한 인류세 시대의 작가들이 써 내려간 성찰과 응답의 기록이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에서 시작된 이 책은 그가 전하는 주제에 관해 숙고하며, 저마다가 묻고 답한 자연에 관한 사유의 언어들로 채워진다.

 

에머슨의 '자연'은 레이철 카슨의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으로서의 자연으로 파생되고, 어머니 대지의 무한한 사랑과 생명력을 지닌 자연, 인종과 계급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치유적인 자연, 무심하고도 모두에게 평등한, 자유 그 자체로서의 자연 등으로 확장되어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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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사는 로키산의 브리슬콘소나무,

북극성을 따라 움직이는 새들의 야간 비행,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한 연못 수영……

우리 삶을 둘러싼 대괄호 '자연'이 전하는 경이로운 이야기들

 

 

로키산의 브리슬콘소나무는 천 년을 산다. 젊은 나무들도 17세기, 18세기에 태어났다. 곧게 뻗은 다른 소나무와 달리 브리슬콘소나무의 가지는 엉키고 뒤틀렸다.

 

어떻게 이 나무들은 이렇게 오래 살까? 소나무의 특징 및 물리적, 환경적 요인에 관한 고찰은 시간에 대한 관념으로까지 나아간다. 데이비드 해스컬은 말한다. "브리슬콘 소나무는 긴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을 산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어느 곳이든 수천 개의, 아니 어쩌면 수백만 개의 시간이 공존한다.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순간 ‘소나무’가 처처럼 가지런히 곧게 뻗어 보기에 좋은 나무는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나무들보다도 더 깊게 뿌리를 내렸을 것이라 확신했다.


소나무는 세찬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을 때마다 조금씩 더욱 힘차게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긴 시간을 느릿느릿 제 속도로 지나며 조금씩 나무의 형태로 완성돼 갔을 것이다. 소나무의 모습엔 그 리듬의 흔적이 함께 한다.


뒷장에 이어지는 ‘자연의 무심함 속에 사는 영광(Glory in Living Through Nature’s Indifference)’에서 후안 마이클 포터 2세는 “자연 안에서는 모든 나무의 가지들과 한가로이 굴러다니는 조약돌까지도 나와 하나가 된다.”고 했다. 비로소 나라는 사람도 이따금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책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를 읽어 나가며 이 땅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아마 먼 훗날 돌이켜 보았을 때, 자연을 닮아가는 나만의 리듬으로 지나가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실린 스무 편의 글들은 인간으로서 경험 가능한 다채로운 자연에 대한 그림을 짧지만 힘 있는 목소리들로 하나하나 그려놓았다. 자연을 닮은 듯, 아름답고도 자유로운 모습을 한 이 책은 자연이 하는 말들에 보다 귀 기울이기를, 그리하여 그 말들이 우리 영혼과 정신에 가닿기를 바라고 있다.

 

자연과의 질서를 회복하고 조화를 되찾을 때, 우리의 삶은 또다시 삶으로 이어지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눈코뜰새 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 잠시나마 멈추어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만큼은 잊지 말자. 당신의 곁에서 느린 시간을 지나온 나무 한 그루가 시야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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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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