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립엔 도착지가 없어, 계속 살아가는 거지 - 아이를 위한 아이

우리를 부수고 나오는 아이들
글 입력 2022.07.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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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나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서도 “졸업하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던 고등학생이었다. 왜 졸업이 그토록 하고 싶은지, 졸업한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가 답답했다. 졸업이 마치 삶의 탈출구인 것 마냥 굴었다.

 

<아이를 위한 아이> 속 도윤에게 탈출구는 호주였다. 보육원에서 만난 형이 보호 종료 이후 돈을 벌기 위해 떠난 곳. TV에 나오는 호주 바다는 어둑한 학교나 보육원과 달리 아름답기만 하다. 도윤은 보호 종료를 앞두고 호주에 가기 위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었다.

 

호주라는 탈출구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 문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승원, 15년 만에 나타난 도윤의 아버지였다. 도윤을 버리고 15년 만에 등장하여 도윤을 다시 입양하고 싶다고 말하는 승원은 그야말로 일방적이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내보낼 때도, 다시 들여보낼 때도 도윤의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순순히 따라야만 한다. 세상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은 한없이 일방적이다. 지금은 어른이 된 모든 아이들은 그 시기를 지나쳐왔다.

 

<아이를 위한 아이>는 그 일방적임을 오롯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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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날이 서 있던 도윤이 승원과 승원의 아들, 재민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볼 때에도, 비로소 만나게 된 아버지와 함께 마주 보며 웃을 때에도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만 18세, 자립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자립 정착금 하나만 들고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이 뒤늦게라도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는 친아버지를 만났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얼마나될까.

 

‘그래도 아빠니까, 그래도 동생이니까.’라는 말속에 호주를 꿈꾸던 도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승원의 죽음 이후, 도윤은 호주행을 포기하고 기꺼이 재민의 형, 그의 보호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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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 없는 열여덟 살 아이, 도윤은 아이를 위한 아이로 살아가게 된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말이다. 승원은 자신의 죽음 이후 재민을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도윤을 입양했다. 자신이 도윤의 친아버지라는 거짓말까지 덧붙이며, 그것이 도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나는 새로운 우리가 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또 다른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 '도윤' 中

 

‘우리’라고 생각했던 가족이 사실은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우리’였음을 깨달은 도윤은 배신감에 그 우리를 뛰쳐나온다. 다시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어 돈을 모으며 호주행을 준비하던 중, 재민이 찾아온다. 과정이 옳지는 않았음에도 어른들이 만들어 둔 인위적 우리 속에서 살아가면 안 되냐고 애원하던 재민은 도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우리 밖으로 나간 도윤을 드디어 도윤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된 재민은 도윤에게 우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 또한 그 우리 밖을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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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과 재민은 아버지와 함께 갔던 바다를 다시 찾아간다. 그곳에서 도윤은 재민은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

 

다른 어떤 외부의 개입 없이, 오로지 도윤의 선택만으로 도윤은 재민의 보호자, 아니 이번에는 반려인이 되겠다 이야기한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갈 우리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는 보호 종료 아동들을 위한 캠페인 문구 중 “자립엔 도착지가 없어. 계속 살아가는 거지.”라는 문장이 있다. 우리 밖을 나서기 전, 도윤은 호주를 자립의 도착지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 밖을 나선 도윤은 그 이후에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꺠닫는다. 마치 졸업 이후에도 삶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던 20대 초반의 나처럼 말이다.

 

도윤은 계속해서 이어질 그 삶을 만들어갈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전하지 않은 선택일지라도, 다소 무모한 선택일지라도 자신의 의지로 밀고 나가는 삶 속에서 도윤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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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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