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안에 불탈 때, 안 꺼져! - 연극 '육쌍둥이'

글 입력 2022.07.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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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육쌍둥이’는 연극의 확장을 추구하는 예술단체 “즉각반응”의 현대시리즈 1탄으로 용산 망루 철거 사건을 모티프로 한 창작극이다. 용산 망루 철거 사건은 2009년에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이다.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이 재개발 보상 문제와 관련하여 해당 건물에서 농성 중이었고, 경찰의 진압에 철거민들이 화염병과 새총형 투석기 등 무기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권과 자본주의적 이득을 놓고 벌어진 사건이다.

 

이에 연극에서는 자본주의의 실태를 고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섯 쌍둥이’와 ‘불’을 사용한다. 그리스 비극의 구성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극에 맞게 구성한 만큼, 극에서 여인은 코러스 장으로, 육쌍둥이는 코러스로 등장하여, 사건을 겪는 개개인이 아닌 노래와 춤을 담당하는 ‘무리’로써 등장한다. 이것을 잘 드러내 주는 대사가 “한 명을 들자 여섯 명 모두가 들렸다”이다. 같은 얼굴을 한 육쌍둥이들은 서로 쌍둥이라는 집단 안에서 자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지만, 그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 집단을 뛰쳐나가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한다. 얼굴만 같고 모든 것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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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화자는 게이, 신기해는 어릴 적 평창동으로 입양을 갔으나 자해를 즐겨 하며, 박수쳐는 알코올 중독으로 박수 치는 것을 좋아한다. 최고야는 배우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기자는 짜장면을 좋아하고 유명한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며, 조진내는 저능아로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 각자 떨어져 살던 육쌍둥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몇 년 만에 ‘집’이라는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기쁨과 슬픔 또는 이 두 가지 기분을 동시에 느낀다.

 

불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개인의 욕망을 상징한다. 아버지의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 조진내와 어머니를 제외한 다섯 명은 빨간색을 ‘일부분’ 소유하고 있다. 함화자는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신기해는 연지 곤지, 박수쳐는 코에 십자가 모양과 빨간색 머리 두건을 두르고 있다. 이기자는 빨간색으로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빨간색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 있으며, 최고야는 이마 중앙에 세로줄을 그린 모습이다. 이때 ‘빨강’은 이들이 모두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의미하는 단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난한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던 고물상 300평의 땅이 재개발이 들어간다는 내용이 적힌 유언장이 공개되는 순간, 그들의 일부분이었던 ‘빨강’은 확장되어 그들을 뒤덮기 시작한다. 함화자는 조커처럼 빨간 립스틱을 입을 벗어나 더 그리고, 신기해는 연지 곤지를 더 크게, 박수쳐는 얼굴 전체에 십자가를, 이기자는 눈 전체에, 최고야는 이마 전체에 빨간색을 칠한다. 이 순간 빨간색은 ‘욕망’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며, 욕망에 휘둘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극 전반에 걸쳐 동일한 모습을 유지하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바로 어머니와 조진내이다. 조진내는 머리가 빨간색이며, 어머니의 옷은 전체가 빨간색이다. 몸의 일부가 빨간색인 조진내는 끊임없이 아이스크림을 쪽쪽이처럼 물고 있으며, 땀을 흘린다. 어머니는 옆에서 그의 얼굴을 천으로 계속 닦아주며,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면 다시 가져다준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저능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득을 전혀 챙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조진내의 몸 안에는 불이 활활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을 통해 누구나 욕망에 잠식될 수 있으며 이해관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난다. 빨간색이 욕망, 그리고 조진내의 대사를 통해 ‘불’을 상징하는 것임이 명확해지는 순간 종국에는 누가 살아남을지가 확실해진다. 조진내를 제외한 다섯 명이 모두 죽고, 조진내는 어머니에 의해 살해당한다. 온몸에 빨간색을 휘감은 그녀가 최후의 남는 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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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내를 제외한 육쌍둥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때 스탠드 마이크를 이용한다. 그리고 축제의 한 장면처럼 재미있게 논다. 하지만, 조진내가 입을 떼는 순간 아무도 그의 말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직 어머니만이 주목할 뿐이다. 즉, 하나의 공동체로서 여겨지는 육쌍둥이지만, 조진내와 어머니가 하나의 공동체, 그 외 다섯 명의 쌍둥이가 다른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이는 집을 떠난 자와 떠나지 않은 자의 분리에 의한 것이다. 마이크 사용을 통한 축제 분위기 형성, 맨발, 기저귀는 모두 현재 이 상황이 광기와 본능에 휩싸이는 디오니소스 축제와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박수쳐는 다스베이더와 루크 간의 부자관계,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예수 등의 이야기를 하며 부모와 자식 간의 윤리 관계에 대한 고찰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가 끊임없이 마시는 술은 포도주를 연상케 하며 더더욱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이름은 각 인물들의 성격을 직접적 또는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함화’는 가까이 맞선 적군을 향하여 큰 소리로 정치적, 군사적인 선동을 의미하는 만큼, 장남인 함화자는 현재의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 신기해는 평창동에 입양 간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고물상 냄새가 나는 집에 있던 것들을 신기해한다. 이기자는 이름 그대로처럼 자신이 가장 큰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최고야는 학문적 배움을 통해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박수쳐는 술 먹고 박수치는 것을 좋아하며 박수를 유도한다. 조진내의 이름은 ‘조지다’와 ‘냄새’가 결합된 것처럼 보이며, ‘조지다’가 일신상의 형편이나 일정한 일을 망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보았을 때 재개발 땅을 보며 각자 행복한 꿈을 꾸던 다섯 명의 인물들이 조진내가 가지고 있던 다른 하나의 유언 “조진내에게 인정받은 자식에게만 유산을 상속한다” 때문에 그들의 희망이 부서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조진내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와 어머니를 돌보고,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려는 쌍둥이들의 다툼이 점점 고조되자 조진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불을 꺼줘”라고 소리 지르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조진내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고, 그때 아버지에게 붙은 불이 자신에게 와서 달라붙었다고 말한다. 철거 관계자와 대립하다가 불이 붙은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불이 붙은 조진내. 욕망의 불꽃은 이렇게 전이되었고, 그 크기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것은 조진내를 집어삼키며 그가 아이스크림 없이 살게 만들었고, 다른 쌍둥이들의 욕망의 불꽃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그는 참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는 쌍둥이들을 차례로 죽이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불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불이 붙는 순간, 불은 빠르게 퍼져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이처럼 본 작품은 불에 주목함으로써 초고속 성장을 추구했던 한국의 현대사 속 물질만능주의 원초적 불씨와 잉여적 불씨를 이야기하고 있다. 극은 불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생존’을 위한 욕심 외에도 안정을 위한 인간의 욕심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지금 동시대에서 긍정하고 과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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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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