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담은 음악회 - 최인 기타 리사이틀 ‘MUSICSCAPE’ [공연]

최인 기타 리사이틀 ‘MUSICSCAPE’을 다녀와서
글 입력 2022.06.2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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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녹음이 푸르른 초여름 저녁에 열린 기타리스트 최인의 음악회 'MUSICSCAPE'에 다녀왔다.

 

'MUSICSCAPE'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에서 얻은 영감을 소재로 작곡된 최인의 창작곡들로 구성된 음악회로, 2017년 초연 이후 여러 차례 국내 유수의 공연장에서 공연된 바 있으며, 올해에는 ‘문화비축기지 T1 파빌리온’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열렸다.

 

문화비축기지는 오래된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하여 친환경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이곳에 있는 T1부터 T5까지 5개의 탱크는 현재 공연장, 전시장, 다목적 파빌리온과 같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 하나인 문화비축기지의 공연장 T1 파빌리온은 투명한 유리 벽 너머로 매봉산의 암반과 어우러진 자연과 하늘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최인의 음악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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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을 연상시키는 듯한 건축물과 마침 바깥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감돌았다.

 

그 밖에도 공간을 채운 소리들은 정말 다양했다. 최인의 기타 소리, 연주 중간마다 내는 최인의 섬세한 숨소리, 곡 소개 중 때맞춰 등장한 뻐꾸기 소리, 유현수의 대찬 피리 소리, (들리지 않지만) 모두가 숨죽인 채 듣고 있는 듯한 소리, 연주가 끝나면 두 손을 힘차게 맞대어 내는 박수 소리까지.

 

모두 문화비축기지의 공연장 T1 파빌리온이었기에 들을 수 있었던 소리들(특히 뻐꾸기 소리)이었으며, 이들의 자연스러운 울림이 모아져 더욱 풍성하고 이색적인 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최인이 첫 곡을 끝내고서 “생각보다 엄청 가깝네요.”라고 말할 정도로,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웠는데, 이때 연주자가 몰입할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움직임의 미묘한 변화들을 세심하게 느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수평이 맞지 않는 의자 탓에 앉은 자세가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점점 스스로도 연주에 몰입하면서 편한 자세와 움직임을 찾아가는 모습부터, 기타를 연주할 때 시시각각 변하는 눈짓과 몸짓, 그리고 표정까지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눈을 뗄 수도, 귀를 그냥 흘려보낼 수도 없다. 말없이 그저 그가 온몸으로 내는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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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이야기하는 최인의 음악에는 공통적으로 자연의 지혜가 묻어난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나로 사색하게 하고, 때로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묻어난다.

 

 

書 서

산-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감포 앞 바다에서…

가던 길

Blue Hour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짜임새 있는 곡의 구성의 역할이 컸다.

 

첫 곡 ‘書 서‘에서부터 '바람과 나'에서는 마치 기타리스트 최인을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기타로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듯, 다양하고 화려한 기타 주법과 기교가 돋보였다. 필자는 기타 주법을 잘 모르기에 연주하는 장면을 보며 그것들의 정식적인 이름 대신 정말 다양한 동사를 떠올렸다.

 

줄을 어루만지고, 꾹꾹 누르고, 손을 털고, 툭툭 건드리고, 삐거덕 거리는 음을 냈다가 삑사리가 나듯 끊어냈다가, 튕겼다가, 쓰다듬었다가, 두드리고, 선과 선끼리 마찰시키는 등. ‘기타로 이런 소리까지 낼 수 있다니’ 하며 그의 화려한 손짓에 속으로 감탄하며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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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기타와 피리 이중주에서는 단연 피리 소리가 돋보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오랜 벗인 피리 연주자 '유현수'와 함께하였으며, 2018년 초연되었던 '가던 길'과 '감포 앞바다에서'를 연주하였다. 피리와 클래식 기타의 조합은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구성이라 처음에는 ‘잘 어울릴까’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들은 피리 소리는 귓가를 진하게 울리는 아주 팽팽하고 대찼으며, 그래서인지 부드럽고 잔잔한 기타와의 입맞춤이 묘하게도 매력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모든 구멍을 막아낸 채 피리를 통과하며 나는 아주 날것의 숨소리를 들은 것이 제일 진귀했다.

 

이후 ‘Blue Hour’부터 ‘숲’까지는 다시 클래식 기타의 독주가 이어졌다. 앞서 선보인 다채로운 흐름의 곡조와는 달리 주로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멜로디가 주를 이루었으며, 마지막 앙코르곡 ‘함께’에서도 묵직한 믿음의 가치를 전하며 잔잔한 따스함으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듯, 화려한 기타 주법으로 시작을 알리고, 피리의 등장과 함께 공연장에 소리를 가득 채웠다가, 자연의 소리에 동화되듯 차분하게 소리를 비워내기까지, 연주에도 나름의 서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적절한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오가며 ‘기타로 보여주는 최인의 여행 이야기’를 물 흐르듯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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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의 다양한 손짓에서 떠오른 동사들,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멋진 공간, 연주 중 불쑥 등장하여 합주에 동참한 뻐꾸기 소리, 그리고 대차게 공간을 가득 메우던 피리 소리의 전 울림까지.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남은 것은, 처음 알게 되었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이름들과 소리들이었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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