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평온한 멜로디에 잠시 머물기. [음악]

베이시스트 사명훈 [In The Morning] & 기타리스트 송관욱 [Jazz Guitar Hymns GAJI]
글 입력 2022.06.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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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훈 - In The Morning (Myung Hoon Sa, 2022)

 

이번 앨범의 놀라움은 단 한 번도 힘을 줘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힘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눌변의 특징이 아니라 성실한 언변의 소산이다. 사명훈은 이 차분함을 앨범 내내 유지한다.

 

준킴과 최한글 역시 마찬가지로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인 ‘가공하지 않음’에 어려움 없이 녹아든다. 후작업이 필요하지 않을 수준의 연주자들임은 물론이고, 어떤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믿음이 곡들마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메트로놈 없이 자유롭게 서로의 호흡을 주고받으며 있는 그대로 녹음했다는 최한글의 이야기가 그 진심을 반영한다.

 

‘Rainy Sunday’에서 준킴의 나긋한 기타 톤과 사명훈의 나직한 베이스는 이 앨범의 정수와도 같다. ‘Meditation’에서 한 음도 놓치지 않고 꼭꼭 집어 연주하는 최한글의 연주 역시 사명훈의 베이스와 군더더기 없이 어우러지면서 제목에 걸맞은 심상을 떠오르게 한다.

 

바람을 상상하고, 하루를 상상하고, 아침을 생각하는 이가 만든 음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게 있다면 그가 얘기한 ‘시작’에 대한 감각일 것이다. 이곡을 듣는 지금이 아침이고,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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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관욱 - Jazz Guitar Hymns GAJI (GAJIRODA, 2022)

 

기타 한 대로 전하는 고백이 있다. 송관욱은 찬송의 멜로디에 성실한 어투를 담은 고백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메시지의 종착지는 우리 너머 아득한 저곳이겠으나 그 흔적이 결코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건 결국 송관욱의 음악 덕분일 테다. 단단한 베이스에 얽히는 멜로디, 발화하는 목소리처럼 공명하는 화성은 음악적 흥취나 쾌감을 기술로써 취하는 종류의 가뿐함을 단정하게 흘려보낸다.

 

대신에 그는 영적인 자리를 예비하는 풍요로운 공백을 음미하며 연주한다. 트랙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언급하기 아쉬운데, 이 앨범은 그 자체로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몸과 마음의 고통을 딛는 동안 자신의 안팎에서 보지 못한 걸 마주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감히 짐작만 하는데, 송관욱의 이번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간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길잡이가 되고, 동시에 자신의 삶이 지닐 방향성을 예견하는 실마리이지 않을까 싶다.

 

그의 연주가 우리에게 가지는 설득력은 종교와 비종교를 넘은 영적인 감각을 지닌 연주, 재즈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인 ‘스피리추얼’한 연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존 콜트레인이 닿고자 했던 ‘지고의 사랑’도 결국 삶이 지닌 영성에 관한 이야기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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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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