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책하며 발견하는 행복 모음집, 산책가의 노래 [도서]

글 입력 2022.06.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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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는 작가가 산책을 통해 얻은 위안을 서정적인 글과 감성을 자극하는 수채화로 엮은 첫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연이어 찾아온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안은 채 무작정 한여름 뜨거운 햇빛 속을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을 혼자 걸으며 발견한 작고 소중한 행복과 그로 인해 서서히 치유되어 가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의 담담하고 섬세한 묘사와 솔직한 감정을 읽고 바라보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햇빛, 호수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꽃잎에 맺힌 빗방울, 춤추듯 팔랑거리는 나비, 멀리서 지저귀는 작은 새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일상의 풍경이 건네는 위안,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다.

 

*

 

이고은 작가의 소개란에 쓰인 ‘화가 그리고 산책가’라는 문장에 혼자 하는 산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백수가 아닌 ‘산책가’라는 직업이 생긴 것만 같다. 휴학과 동시에 찾아왔던 어둠에서, 산책은 건강과 정서적인 즐거움을 선물했다.


의무였던 산책은 이젠 습관이 되었고, 목표로서 나를 얽매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발견한 것들, 같은 길이라도 카메라를 들게 할 정도로 가끔 생경하게 다가오는 산책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새로운 길이라도 걷다 보면 나의 길이 된다. 걷고 걷고 걸었더니 나의 길이 되었고, 내가 지나온 길이 되었다. 뭐든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산책 중에 끄적인 문장이 생각난다. 3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내게 주는 위안처럼 나무, 햇빛, 그림자 등 자연을 보며 느낀 작가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닮아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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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다시 피어나기 위해서는


꽃이 다시 피어나기 위해서는

밝은 빛과 따뜻한 바람,

맑은 물방울과 좋은 흙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피어난 꽃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는

나비와 벌 같은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각기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일에는 해답이 없다. 그래서 유난히 내 주변에 나와 맞는 좋은 사람들을 되새긴 최근이었다. 6월엔 내 생일이 있다. 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에 처음 먹는 음료, 기분 좋음과 고마움. 함께하는 가족과 고심해서 축하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에 잘 살아가고 있다. 나비와 벌 같은 좋은 친구들이 있어 평온하다.

 

 

아기 고양이


클로버 숲 사이에

조그만 아기 고양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구나


아직 겁을 모르는지

가까이 다가와 빤히 쳐다보다가


서툰 발걸음으로

수풀 속으로 들어가네


다음에 다시 오면

또 만날 수 있을까


클로버 숲 사이에

조그만 아기 고양이


 

참 귀여운 시다. 수채화와 시를 보고 있자니, 산책하면서 일기와 사진 외에 작가처럼 그림과 시 한 편 따라 적어볼까 싶었다. 내가 쓰는 일기였다면 ‘새끼 고양이 봄. 빤히 쳐다보다 갔는데 꿀귀~’ 정도인데, 상상이 가게 단정히 적어놓은 시라면 여러 번 곱씹으며 떠올릴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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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맘에 들어 찍었다. 몇 년 전, 비 온 뒤에 나뭇잎을 기어가던 거북이걸음의 달팽이를 본 게 연이어 생각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미지의 어딘가로 나아가는’ 달팽이를 보고 얜 어디를 가나, 무슨 생각을 할까 했었는데. 미지의 어딘가로 가는 애벌레가 나 같았다. 아무도 모르는 미래이지만,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맑은 초록빛을 담은 나무는 차분히 자리를 지킨다. 글을 기고하고 있는 카페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이의 신호등을 멍하니 보다가, 그냥 맡은 일을 다 해내며 살아가면 그게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고 마음껏 날아다니는 모습은 아닐까, 생각했다.


관찰하는 재미는 세상을 흥미롭게 만든다. 내가 바라본 세상보다 더 작은 세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건 더욱 더.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다람쥐를 보았다. 빼꼼 나와 몇 번이고 쳐다보거나 먹을 걸 찾는지 버퍼링 걸린 것처럼 뛰어다니고, 잠시 한 눈 판 사이엔 내 뒤의 길을 빠르게 건너갔다.


어느 날은 산기슭에서 꽤 큰 뱀을 봤는데,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엄마를 수십 번 부르고, 신을 미친 듯이 찾았다. 안전한 곳에 대한 감사함과 드넓은 자연에 겸손해졌다. 편백나무 숲길을 걸을 때는 맑은 공기와 참새 소리 덕에 마음마저 쾌청하게 씻었다. 산책을 하며 듣고 보고 느끼는 것들에 재미와 공감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책 <산책가의 노래>였다.


아주 차분하고 편안히, 별 다른 생각 없이 단번에 읽은 책이다. 중간중간 다른 색감을 가진 수채화를 구경하는 재미와 내게 ‘꽂힌’ 몇 개의 시들을 보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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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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