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사랑해나가는 과정 - 서른다섯, 늙는 기분 [도서]

글 입력 2022.06.1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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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늙는 기분>은 스스로를 사랑하기 힘든 삼십 대 여성을 향한 작가 이소호만의 응원방식을 담은 책이다. 삼심 대 여성은 나이의 유통기한을 매개는 사회 속에서 ‘잔혹 노화’를 겪게 된다. 늘어난 흰 머리, 짙어진 팔자주름, 늘어나는 영양제 수 늙어가고 있음은 명백히 느낀다.

 

작가는 서른 다섯이라는 시기를 또 다른 성장판이 열리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시들어갈 일만 남은 나이라는 편협한 사회적 편견에 맞선다. 아직 자신만의 성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모험을 해나가며 나이 들어감의 진정한 의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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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데 35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이십대 초반, 아직 노화를 실감하기도 말하기도 어려운 나이다. 나를 알아가고 사랑하기 위한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존중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든 것을 수용할 만큼 어른이 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취향이 사라진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난 뭘까.

 

한 때는 개성이 없는 듯해 슬프기도, 또 한 때는 확고하고 섬세한 취향을 가진 내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내가 어떤 취향과 취미를 좋아하는지 나의 입체성을 당장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하고 싶던 나날들도 있었다. 그것도 최대한 있어보이게. 마냥 무던하고 평범한 사람이 지루할 때도 있었다.

 

나는 잠깐 그러다 말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이제는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고 한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스스로를 증명해내야할 것 같은 긴장감을 해소해냈을 때 나에겐 여유가 찾아왔다. ‘아무거나’를 말해도 괜찮다는. 무던해지는 것을 예민하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명 무기력함과는 다르다. 이제 나는 침대에 누워있을 용기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편한 장소여야 하는 침대가 나에겐 아주 큰 가시가 박혀있는 방석 같았다. 조급함이 가득했던 시기에는 침대에서만 하루 종일 누워있는 건 매우 죄책감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무겁고, 괴로운 일이었다. 빨리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아도 된다는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수 있게 된 후로는 여러 형태의 용기가 생겼다.

 

또 하나의 용기는 술을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술로 컨디션을 망치고 시간 낭비하는 술자리조차도 내겐 죄책감을 줬다. 맘 놓고 풀어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제는 맘껏 취해버릴 용기가 생겼다. 다만, 난 작가와는 다른 이유로 술을 자주 마신다. 천천히 느리게 프랑스식으로 입가심하는 정도의 와인 한 잔이 적당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무기력해도 꾸역꾸역 해낼 지구력이 생겼다는 점도 내겐 큰 용기이다. 아무리 힘들고 컨디션이 안좋아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작가는 어른이란 별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감정의 진폭도 점점 줄어든다. 힘들 때 아주 무너지지 않는다. 그만큼 어떠한 성취에 대한 기쁨도 줄어들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호기심을 갖고 세상에 감흥하며 살고 싶다. 작가는 눈물샘은 툭 하면 터지고 반대로 스스로는 점점 강해진다고 말한다. 속도는 느리게, 그리고 호흡은 점점 여리게, 여리게. 감각의 뾰족함이 유지되길 바란다.

 

*

 

또 다른 30대 여성 예술가가 살아갔던 방식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위의 도서와 미술작품의 연결점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30캐럿’은 1990년대 당시 30세 전후 여성 작가 10명으로 구성되었던 소그룹이다. 민중 미술 계열 페미니즘과는 달리 미술교육을 받은 중산층 여성 작가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여성의 본질과 여러 사회적 병리 현상까지 다루며 여성의 삶과 예술을 탐구했다.

 

30캐럿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작가 하민수는 바느질로 매체로 활용하며 본격적인 페미니즘 경향의 작품세계를 전개한다. 전통적으로 바느질은 가부장적 체제 속 여성의 생산성을 드러내며 고통스러웠던 삶의 한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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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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