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벡델 테스트가 과거의 일이 되기를 [영화]

벡델 테스트와 약자가 원하는 것
글 입력 2022.06.1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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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아는가? 이는 영화에 여성이 얼마나 자주, 주도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지를 평가하는 양성평등 지수를 보여주는 시험을 말한다. 벡델 테스트는 아주 단순한 기준 세 가지가 전부인 테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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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은 단 세 가지이다. 첫 번째 기준은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두 번째 기준은 이름을 가진 두 명 이상의 여자가 서로 대화할 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기준은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이 세 가지 기준이 전부이다.

 

이 테스트를 만든 앨리슨 벡델은 할리우드 영화가 최소한의 ‘젠더 개념’을 반영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주 낮은 기준으로 질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테스트를 진행해보면 많은 수의 영화가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 특히, 거대자본이 투입된 영화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한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벡델 테스트 기준을 통과하는 여성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이 테스트가 보여주는 결과이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한국 영화는 2005년 그때 그 사람들, 2006년 괴물, 2009년 해운대, 2012년 광해, 2012년 도둑들, 2015년 암살 등이 있다. 통과한 영화 목록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페미니즘 영화라고 확정할 수 없다. 2012년의 도둑들 같은 경우를 보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 영화산업에서는 양성평등에 입각한 영화 만들기를 정책적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2016년 씨네21의 “양성평등과 다양성, 스웨덴영화에선 기본이지!”라는 기사를 보면, 2012년 이후 스웨덴은 벡델 테스트를 영화산업에 세계 최초로 도입해 모든 영화에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이를 배웠을 때는 벡델 테스트 기준이 너무 단순해서 당연히 모든 영화가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영화가 많지 않았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가 많아지긴 했다. 우리나라 영화감독조합 역시 한국 영화가 더욱 평등한 성별 재현을 하도록 돕고 있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양성평등주간’에 ‘벡델데이 2020’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많은 노력이 오가고 있는 것을 알지만, 나는 이러한 노력이 노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는 “벡델 테스트? 언제의 얘기를 하고 있어. 요즘 그거 통과 못하는 게 영화냐.”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전에 봤던 강연에서 어떤 내용을 듣고 참 감명 깊었다. “약자가 바라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더는 약자가 아닌 것입니다.” 어느 강연에서 들었던 말인데,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모든 사람이 다 원하는 것은 그들이 약자가 아닌 세상이라는 것.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인 나 역시도 말을 듣기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이처럼, 영화계에 양성평등을 외치는 일이 촌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도, 많은 제작자와 후원사가 함께 해줬으면 좋겠고, 또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에서 연애도 있겠지만, 남성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처럼 액션도 있었으면 좋겠고, 성공한 사람을 다루는 영화도 있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약자가 바라는 것은 약자가 아닌 것이라는 말을. 물론, 살다 보면 내가 처한 상황에 이러한 사실을 잊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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