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사람]

글 입력 2022.06.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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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싫어요!


 

싫어요.jpg

 

 

아주 어릴 때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진첩을 열어보면 아주 어린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찍힌 것 사진이 많았는데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한 시절부터 사진이 점점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찍혔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포즈 취하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보통 어딜 놀러 가서 찍곤 했는데 좋은 배경을 찾아 나를 세워두면 그 경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를 힐끗 보고 지나가는데 그것이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그 사람들이 다른 뜻이 없다는 것은 지금은 알고 있지만 어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예쁜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하시는 부모님도 부담스러웠고, 인화되어 나온 어색한 얼굴의 사진도 보고 싶지 않았다. 증명사진이나 졸업 앨범 개인 사진은 그나마 사진사분께서 조종해주셔서 목각인형처럼 앉아있으면 후보정을 통해 좀 괜찮다.

 

하지만 학교 활동사진으로 찍은 단체 사진이나 자유 사진을 확인할 때면 괜히 자연스러운 친구들 사이에 얼어붙은 어색한 표정의 나를 보면 사진을 싹 모아 숨기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찍힌 사진에 신물이 나다 보니 학창 시절, 내 휴대폰에는 나를 찍은 사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어른이 되면 좀 찍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나도 없다. 친구들이 옆에서 셀카를 찍으면 '음~ 예쁘네.'하고 가만히 양쪽 엄지손가락을 세워준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담아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이제 카메라 렌즈를 보고 얼어버리는 나 자신을 떨쳐 버리고 싶어졌다. 언제까지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 어색해할 것인가! 젊은 날의 사진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저에게는 멋진 후배와 사진사분들 그리고 통장이 있습니다.


 

대학교에 오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전공, 성격, 취향, 취미 모두가 제각각이지만 그 사람 중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연을 이어 나가고 싶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는데 이 후배님도 그랬다.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였는데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출사를 나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모델을 한단다. 스튜디오를 예약해서 찍기도 하고 야외에서 촬영하기도 한단다. 그걸 듣고 사실 신이 나 자신을 극복하라고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했다.

 

혹시 다음에 찍을 때 같이 찍을 수 있을까 했더니 너무 흔쾌히 반겨주었다.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미리 약속 도장을 찍은 후 꽤 오래 걸렸다. 약속을 한 지 약 2년이 지나 큰마음을 먹고 후배님께 조심스레 연락했다. 후배님은 굉장히 반겨주며 촬영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역시 숙련자는 달랐다. 사진사분을 섭외하시더니 어떤 컨셉을 찍고 싶은지, 의상은 어떤 걸로 하고 어디서 살지, 소품이나 포즈는 어떻게 정할지 등 상세한 계획이 잡혔다. 컨셉을 정하니 후배님과 사진사분들이 콘셉트에 딱 맞는 스튜디오를 찾아오셔서 예약하시는 데 이번이 촬영이 처음이었던 나는 무조건 끄덕였다. 저분들이 말이 다 맞는 말이었고 촬영의 바이블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의상을 준비한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었다. 찍고 싶은 컨셉에 맞게 필요한 소품도 준비해야 했고 조명을 사용하다 보니 화장을 해야 했는데 화장하지 않았던 기간이 거의 다 새로 사야했다. 그러다 보니 따로 모아두었던 여유금이 많이 사라졌지만 괜찮았다. 그 마저도 즐거웠으니까. 꽤 오랫동안 천천히 차근 차근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촬영 당일이 되었다.

 

 

조명켜라.jpg

 

 

 

나 자신과 마주하기


 

촬영은 순조로웠다. 앱으로 메시지만 주고받았던 사진사분들은 굉장히 친절했고 처음인 나를 잘 이끌어주셨다. 어색해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칭찬해주시고 옆에서 함께 찍는 후배를 곁눈질로 따라 하며 열심히 촬영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부끄러웠지만, 스튜디오에는 후배님과 사진사분들밖에 없으니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대여 시간이 끝나갈수록 즐거워졌다. 어떤 사진이 될지 기대하며 포즈를 취하고 시선을 바꾸고 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계속되는 사진사분들의 격려로 첫 촬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직 보정해야 하지만 사진도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사진이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도 렌즈 너머로 이런 표정을 할 수 있구나. 마냥 어색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있구나. 나도 몰랐던 나를 끌어내시는 사진사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다. 두렵고 무섭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앞에 나서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로 조금이라도 나를 드러내는 데 자신감이 생긴 기분이다.

 

아직 셀카를 찍고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남이 찍어줄 때는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촬영도 가보고 싶다는 설렘도 생겼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점점 더 나 자신에게 당당해질 것이다. 좋은 경험을 해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이 글을 그들에게 바친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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