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출판] "책을 만드는 건 막혀 있는 곳에 창문을 뚫는 일과 비슷해요." - '다다서재' 김효근 대표

글 입력 2022.06.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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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昭한 출판


오늘도 어딘가에서 책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책을 읽습니다.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출판 이야기,

작고(小) 빛나는(昭)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다서재_전체도서.jpg
다다서재에서 펴낸 책들

 

 

 

다다서재

 

김효근 대표와 김남희 편집장 두 사람이 운영하는 출판사로, 돌봄, 다양성, 장애 등의 테마가 담긴 교양서와 에세이를 주로 내고 있다. 2019년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를 시작으로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서로 다른 기념일』,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마이너리티 디자인』 등을 출간했다. 다다서재의 ‘다다’는 두 사람의 반려묘 이름이면서 ‘힘 미치는 데까지’, ‘한눈팔지 않고’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우리가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집단면역과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뉴스를 보며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던 타인을 생각했다. 직접 얼굴을 맞대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깨달은 시간이었다.

     

다다서재는 2019년 말 첫 책을 내며 사실상 팬데믹과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출판사이다. 그래서인지 다다서재의 책들에는 돌봄문제를 비롯해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청각장애인 부부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아이의 일상이 담긴 『서로 다른 기념일』, 다양한 인종과 계급의 아이들이 다니는 영국 중학교 이야기 『나는 엘로 화이트에 약간 블루』,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라 여기는 카피라이터의 창작론을 담은 『마이너리티 디자인』 등 다다서재의 책에는 이질적인 세계가 서로 부딪히는 가운데 그 사이에서 지속되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다다서재는 계속해서 돌봄에 대해 얘기하며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보듬고 그것이 지닌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책 만드는 일이란 막혀 있는 곳에 창문을 뚫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다다서재의 김효근 대표를 지난 6월 2일 만났다.

 

 

 

다양한 가치를 일깨우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다다서재


 

다다서재_첫책_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JPG
다다서재의 첫 책,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다다서재 대표이자 번역가인 김효근이라고 합니다. 다다서재는 김남희 편집장과 저 둘이서 운영하는 출판사고, 주로 돌봄, 다양성, 차별, 장애 등을 다루는 교양서와 에세이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내셨죠. 많이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책이 나온 직후 진행해야 하는 일은 일단락되었고, 8월에 또 신간이 나올 예정이라 그 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거의 격월로 신간이 나오다 보니 책이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책 작업을 이어가는 편입니다.


책을 부지런하게 내십니다.

 

출판사를 막 냈을 때 선배들이 출간 종수 20종을 빨리 채워야 회사가 동력을 얻어 자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땐 그 말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해보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판매가 잘되었던 책들도 있지만, 계속 그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눈덩이가 불어나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빠르달까요? (웃음) 2020년까지는 외주를 병행하느라 책을 많이 내지 못했는데, 작년부터는 외주를 그만두고 다다서재에 집중하여 고생스럽더라도 1년에 최소 6종은 내야겠다 결심하고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다다서재_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_2020 교보문고 올해의 책에 선정되어 받았던 북 케이크.jpg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가 2020 교보문고 '올해의 책'에 선정되어 받았던 북 케이크

 

 

제가 처음 접한 다다서재의 책은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였는데, 이 책의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영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일본인 저자가 백인 노동자 계급 중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며 겪은 이야기를 기록한 책인데, 이 책이 잘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다다서재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준, 아주 고마운 책이죠. 그 책이 없었다면 작년에 외주를 안 하겠다는 결단은 못 내렸을 거예요. 다다서재의 두 번째 책을 출간하기 위해 일본 신간을 살펴보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너무 좋아서 새벽까지 읽었어요. 당시에는 작가도 한국에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고, 일본 불매운동도 한창 심할 때라 다른 출판사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덕분에 저희가 이 책을 낼 수 있었지요. 여러 가지 행운이 따른 책이기도 해요. 저희가 출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이 책이 일본에서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고, 이 작가의 전작이 다른 출판사에서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거든요. 출간 후에는 여러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지정되기도 했어요. 책 자체도 좋았지만 운도 따랐기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출간할 책을 고르실 때 잘될 거라는 느낌이 오는지, 실제로 그 느낌이 얼마나 맞는지 궁금합니다.


매번 달라요. 해외에서의 히트작이 한국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히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지요. 첫 책인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는 ‘이 책 참 좋다’ 하는 느낌이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어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내게 된 책이라 출간 일정이 다소 촉박하기도 했고, 저희도 첫 책이라 서툴러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반면,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은 되겠다 싶었고, 실제로도 반응이 좋았던 대표적인 책이에요. 저는 사실 뒤로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확신까지는 없었는데, 편집장은 확신했어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경우, 저는 지금의 한국에 꼭 필요한 책이고 무거운 내용을 비교적 쉽게 잘 썼다고 생각해 기대를 많이 한 책이에요. 반면 편집장은 작은 출판사에서 거대 담론을 다룬 책을 얼마나 잘 확산시킬 수 있을지 걱정을 했죠. 저자가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고, 광고도 저희 나름 크게 해서 결과적으로 손익분기점은 넘겼는데, 기대에 비하면 조금 아쉬웠어요.

 

 

 

"눈길을 끄는 것보다는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걸 우선시하고 있어요."


 

출간하신 책들의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하신 대로 다다서재의 책들은 주로 ‘돌봄’, ‘장애’, ‘다양성’ 등의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책을 기획하고 번역하실 때 어떤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외서도 그 방향에 맞춰서 고르고 출간하려 하고, 국내서 기획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 외에 기준이 있다면, 첫 번째로는 제가 재밌어야 해요. 검토 때문에 읽는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책이 재미있어서 계속 책장이 넘어가야 해요. 제가 먼저 책을 살펴보고 편집장에게 소개하는데, 제 취향에 치우쳐 미처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편집장이 의견을 주기도 해요. 흥미롭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공감을 얻기에는 조금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냐는 식으로요.


그렇게 책이 정해지면 최대한 한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좋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역자 각주를 달고, 그 책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분께 추천사를 받기도 해요. 각각의 책이 가진 메시지와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첫 책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를 낼 때는 저희 나름 독자의 흥미를 끄는 포장을 많이 하려 했어요. 그 결과, 책의 진가나 주제가 다 담기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도 개정판을 내고 싶다는 얘기를 편집장과 할 정도로요. 첫 책을 낸 뒤로는,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보다는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걸 우선시하고 있어요. 독자를 혹하게 만드는 것에는 소질이 없어서요. (웃음)


다다서재는 주로 일본 책을 많이 출간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유는 단순히 제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입니다. (웃음) 좋은 책에는 국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책은 평가가 훨씬 박한 부분이 있어서 속상할 때가 많아요. 일본 책만이 아니라 중국 책이나 남미, 아프리카 쪽 책도 그렇죠. 영미와 유럽 책을 제외한 외서는 주목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보통 국내서의 경우 저자가 북토크를 여는 등 홍보할 수단이 다양한데, 번역서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다다서재는 어떤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나요?

 

가장 고민하는 부분인 동시에 제일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외서도 외서 나름인데, 저희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책을 주로 내다 보니 더 어려워요. 한 권을 낼 때마다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들어요. 특별히 기발한 방법을 쓴다기보다는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서평단을 운영하는 등 다른 출판사에서 하는 것들을 저희도 하려고 노력해요. 작은 출판사에 책 만드는 걸 가장 우선하다 보니 다른 출판사들이 하는 걸 따라 하기도 벅찰 때가 많거든요. 서평단의 경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서평단을 계기로 저희 출판사를 알아보고 책을 사주는 독자들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다다서재_지속 불가능 자본주의_출간에 맞춰 한겨레와 진행한 저자 인터뷰.jpg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출간을 맞아 한겨레와 진행한 저자 인터뷰

 

 

책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계십니다. 두 분 모두 출판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회사에 다닐 때는 그저 임금노동자일 뿐, 특별한 원동력이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계에 봉착하더라고요. 회사를 창업한 다음에는… 일단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웃음) 물론 다른 원동력도 있어요. 한국에서 아직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메시지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요. 그 마음 때문에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내고 싶은 책이 계속 생겨요.


앞으로도 계속 책을 만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다른 관심사가 있나요?


출판사를 만들기 전에는 번역만 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당장은 한눈팔지 않고 예정된 책들을 계속 만들 것 같아요.


책을 만들며 보람 있는 순간과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보람 있을 때는 다다서재의 책을 두고 ‘올해의 책’이라고 한 사람이라도 말해줄 때요. 다행히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큰 힘이 됩니다. 기운이 빠질 때는 좋은 책이고, 자신 있게 만든 책인데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죠. 회사를 다닐 때는 누가 봐주고 안 봐주고를 신경 쓰지 않았어요. 회사를 차리니까 공들여 책을 만들고 발신했는데 거기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 게 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저희 편집장님은 책이 덜 쌓여서 그렇다며 힘들어할 시간에 한 권이라도 더 내라고 말합니다. (웃음)


다다서재에게 출판이란 무엇인가요?


1차적으로는 밥벌이입니다. 그런데 그냥 밥벌이는 아니에요. 책 한 권 한 권이 창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책을 만드는 건 막혀 있는 곳에 창문을 뚫는 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왕이면 큰 창을 뚫고 싶어요.

 

 

 

"출판계에 좀 더 모험이 가득해지면 좋겠어요."


 

다다서재가 그리는 미래가 궁금합니다.


현실적인 걸로는 다다서재를 운영하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업계 지인들에게서 팔리는 책 만들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런 얘기를 듣는 저희 같은 출판사도 책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저희 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돌봄’인데요, 돌봄이 우리 주변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회자되면 좋겠습니다. 그때 다다서재의 책이 레퍼런스로 언급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제 롤모델인 일본 편집자가 있는데, 그분이 20년 전부터 돌봄에 대한 책을 시리즈로 출판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반응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인문서 시리즈가 되었고,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는 데다가 매년 올해의 책 후보로 지목되고 있어요. 팬데믹을 겪으며 일본에서는 돌봄이 화제가 되고 ‘케어 열풍’이라고 언론에서 이야기할 정도인데, 그 편집자가 만든 책이 그런 사회 현상에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례를 보면 우리도 꾸준하게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다다서재는 독자에게 어떤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나요?


내 돈과 시간을 들여도 아깝지 않은 출판사요. 가끔씩 이 책을 읽고 시간 낭비했다는 리뷰를 볼 때가 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하는 거잖아요. 상품을 내놓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경험은 안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 나올 책을 소개해주세요.


일단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의 후속편이자 완결편이 나올 예정입니다. 국내서도 한 권이 출간될 예정인데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교사가 쓴 교육 에세이예요. 그리고 일본의 젊은 철학자가 ‘일상의 철학’에 대해 쓴 에세이도 있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바람인데, 출판계에 좀 더 ‘모험’이 가득해지면 좋겠어요. 이미 많긴 하지만 모험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더더욱 많아지면 좋겠고, 독자들도 더욱 모험심을 발휘하면 좋겠고요. 갈수록 신간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저희도 체감하고 있는데, 저는 ‘모험’이 가득해질 때 책의 수명이 길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소원.jpg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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