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문하신 낭만 나왔습니다

낭만주의자의 낭만 한 움큼
글 입력 2022.05.2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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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너 낭만주의자구나.’ 라는 말은 순수한 감상인지, 안에 뼈가 있는 말인지 좀 애매하다.


힘든 현실도 바쁘고 멋지게 살아내는, ‘쿨’한 사회인이 되는 게 이상적인 모습처럼 생각되기 때문일까.


말에 뼈가 있는지 없는지 걱정하는 이유는 내 얘기라서 그렇다.

 

볕 좋은 날, 예쁜 꽃, 바다와 같은 것들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나는 남들보다 배로 호들갑 떠는 편이다. 아기자기한 예쁜 것들로 내 주위를 장식하고 바라보길 좋아하며, 작은 사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깊은 뜻을 찾는다. 힘든 일이 있는 날에는 어린 시절부터 상상해 온 나만의 판타지 세상을 떠올리며 스토리를 써 나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가 동심이 살아있어 좋겠다 하고, 누군가는 각박한 일상 속에서 그런 활기를 느낄 수 있어 부럽다고 한다.

 

그러나 TV나 책, 주위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낭만을 좇는다’는 건 부정적인 행동으로 묘사될 때가 많다.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기보다는 상상과 망상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굴어서 일을 망치는 태도.


그리고 그러한 낭만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회사 일에 치여 지친 날에는 휴양지에서의 여행을 계획하고, 방 안 책상에 앉아 일하려다가도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로 향해 노트북을 켠다. 쓸데없는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소품을 구매해 선반 한편에 올려놓고 싶다.

 

언제부터 이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자 낭만이 현실에 충실하지 못한 태도가 된 건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외롭고 힘든 매일매일인데, 어떻게 그 현실만 생각하며 기계처럼 일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들이 낭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낭만은 낭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 하는 존재 같다.

 

우리는 낭만 속에서 잠시 쉬어가고 행복을 느끼니까.

 

번거로워도 직접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만족감이나 퇴근길,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지름길이 아니라 예쁜 골목을 향해 걸으며 채우는 행복처럼 말이다.

 

낭만이 있어야 현실을 잘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느낀 적 있지 않은가.


낭만 속 행동과 분위기도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다만 자주 일어나지 않고, 학업이나 일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것뿐이지.


그래서 나는 아주 낭만이라도 기록을 남겨놓고 되짚어보곤 한다. 하나의 낭만 조각이 여러 날의 내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래서 내가 얻고 감상한 낭만의 순간들 몇가지를 당신과 함께 나눠본다. 주문한 적 없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바라고 있었을 낭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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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비밀의 마을로 향하는 상상을 펼칠 수 있던 레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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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비친 호수의 타오르는 물결에서 느낀 잔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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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할 수도, 다시 찍을 수도 없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남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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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즉흥적으로 사버린 꽃들이 안겨준 사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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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봄날, 벚꽃과 반짝거리는 비눗방울 속에 파묻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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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찰나의 낭만들을 기다리는 지금 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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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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