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롭게 부유하는 상상가 -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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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입력 2022.05.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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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색과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의 독창적 화풍으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거장의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이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개최된다.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 조르디 클라베르(Jordi J. Clavero)가 기획하였고, 그에 따라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엄선된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7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_사람과 새.jpg

 

 

호안 미로는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에서 모두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그려낸다. 그는 작품에 많은 색을 쓰지 않으면서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번 전시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그의 다양한 시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작품 하나하나가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는 호안 미로 작품의 특징은 기호다. 미로의 작품은 어떠한 상징성을 담은 기호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보통 눈이나 성기, 신체의 일부, 새, 별, 선 등이며 결국 그것은 미로의 우주론적 세계관을 구성한다.

 

작품의 제목 또한 표현된 기호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기호가 가진 본질적 의미를 떠올려보게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 새, 별들>, <여인들, 새, 별들>, <새들>과 같은 식이다.

 

기호의 나열과 같은 작품이기에 미로의 회화는 원근법과 중력에서 자유롭다. 전경과 후경의 차이를 알 수 없고, 그림 속 모든 요소들은 공중을 부유하는 별과 달처럼 이곳 저곳을 배회한다.


 

지평선이나 공간감을 나타내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공간 속에서 그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색이나 선이 불가피하게 시점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들은 표면을 가로질러 이동하기도 한다. 큰 형태에는 움직이는 작은 형태들이 있다. 그리고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큰 형태 또한 움직인다.

 

- 1959년 이본 타이양디에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원대한 자유를 갈망한 미로는 그것을 상징하는 기호로 새를 내세운다. 새는 뱀과 상충하는 상징물로 뱀은 땅 위를 기어다니는 동물, 그리하여 지상과 속세를 상징하는 반면, 새는 세속적 공간을 초월해 자유로이 천상에 드나드는 동물을 상징한다.

 

미로는 "새는 우주를 날아다니며 우리를 속세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환상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고 했다. 지상과 천상의 연결 및 조화는 미로만의 독특한 우주론이자, 미로가 겪었던 전쟁과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그의 갈망이 반영되 것이기도 하다.

 

미로 작품에 자주 언급되는 '여인' 또한 인간 성별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우주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의 대주제인 '여인, 새, 별'은 대우주를 그려낸 미로의 찬가와도 같은 셈이다.

 

 

1부_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jpg

 

 

기존 회화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시도를 원했던 미로는 테크닉적인 실험 작품에 집중하며 예술적 해방감을 느꼈다. 작업 초기에는 에칭, 석판 인쇄 기법, 도예를 탐구했는데, 그 후 제작한 회화 작품에서는 불규칙한 붓 터치, 흐릿한 점, 캔버스에 흘러내리거나 사방으로 튀는 페인트, 손자국, 손가락으로 칠한 물감으로 더욱더 자유로운 표현을 보였다.

 

그리고 캔버스를 벗어나 판화, 조각, 세라믹, 직물 등 여러 재료로 실험을 하면서 새로운 부류의 작품들을 창조해내기도 했다.

 

후일 미로는 일상 용품을 다른 요소와 함께 배치하여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수집 및 보관하고 그 물체의 관계를 정의하며 조립해나갔다.


 

형태는 절대 추상적일 수 없다. 사람, 새, 또는 어떤 것을 상징하는 기호이다. 나의 회화에서 형태를 위한 형태는 없다.

 

-1948년 제임스 존슨 스위니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워낙 강렬한 특징을 지닌 작품들이 많았기에 그것을 보는 관객들은 이 작품이 어떤 것을 품고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미로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다. 기호의 본질이 그렇듯, 그의 작품 또한 단순함 속에 형용할 수 없을만큼의 큰 무언가가 담겨있다.

 

미로가 원했던 자유, 그리고 그것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선언을 보며 우리는 평소보다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것을 꿈꿔볼 수 있겠다. 우리는 단순함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살았으니 말이다.

 

 

 

컬처리스트.jpg

 

 

[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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