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기의 고민 오늘 뭐먹지 [사람]

밥이 고민인 대학생의 한탄
글 입력 2022.05.22 14: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엄마가 주는 밥을 먹거나, 학교에서 나오는 식단표를 따라 밥이 나오니 밥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맛있는 게 나오면 빨리 뛰어가 한 번 더 받아먹고 맛없는 게 나와도 다음날이나 그다음 날을 고대하며 후딱 먹어 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하루하루가 고민으로 차버렸다. 바로 '밥 뭐 먹지'였다.

 

 

고민고민.jpg

 

 

얼마나 중대한 고민인지 내 게임 닉네임마저 '내일점심뭐먹지'가 되었다. 휴학을 했을 때 취준을 하던 언니와 앉아서 매일 고민했다. 오늘의 점심을 뭘 먹어야 하는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먹어도 되지만 그건 저녁에도 똑같을 것이다. 하루 세끼를 똑같은 반찬으로 먹고 싶지 않았다.

 

어른이 무엇이냐. 직접 돈을 벌어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식당에는 메뉴 걱정 없이 매일 바뀌는 정식 메뉴가 있었지만, 학창 시절 내내 봤던 식판에 밥을 또 먹고 싶지 않았다. 식판도 식판이지만 밥을 먹으면 잔반 없이 깨끗하게 비우고 싶은데 정식을 먹으면 꼭 한 가지씩은 먹기 싫은 반찬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지갑 하나 달랑 들고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대학가라 그런가 고등학생 때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있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베트남식, 멕시코식 등등.

 

오랜 고민은 사치다. 까딱하면 웨이팅이 생겨 다음 수업에 늦을 것이다. 그러니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깨끗하게 다 먹을 수 있는 것. 기왕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배를 채우고 싶었다.

 

막바지 대학생이 메뉴를 결정하며 썼던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마법의 주문 밥빵면 한중일양분.


  

친해진 선배가 알려준 주문이다. 한창 결정을 못 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메뉴를 정할 때 저 주문 하나면 결정할 수 있었다. 우선 밥빵면을 외치면 일행은 알아서 기호를 낸다. '나는 빵이 안 당긴다.' '나는 면이 먹고 싶다.'처럼 말이다. 그럼 뒤에 한중일양분에 조합하고 쳐내면서 메뉴 폭을 좁혀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밥'이 먹고 싶은 사람이 있고 '양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양식집에 가서 리조또를 시키면 되는 것이다! 면이 먹고 싶은데 저 중에선 먹고 싶지 않다면 쌀국수를 먹으면 되고! 선택지가 나오면 배가 고파 다들 이견이 좁혀져 빠르게 출발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은 잔인하지만 과감하게 보내드렸다. 어쩌겠는가, 나는 아직 오후 수업이 남아있는 것을. 선배가 졸업한 이후로도 저 주문은 나의 바이블이 되었다. 메뉴 결정을 못 하고 있을 때 차분히 주문을 외고 있으면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면서 마지막 결론이 나올 때 정말 짜릿하다. 다음에 선배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해야겠다. 하면서 같이 밥 먹자고 하며 또 주문을 외쳐야지.

 

 

 

하늘이 내게 말했다. 오늘은 따뜻한 걸 먹으라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눈뜨자마자 '아, 오늘 이걸 먹지 못하면 울고 싶어질 거야.' 마치 하늘의 계시처럼 떨어질 때가 있다. 아주 운이 좋은 날이다. 메뉴를 정했으니 뛰어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가게 문이 닫혀 있거나 다른 일이 생겨 먹으러 가지 못해 울적한 날도 있지만 다음에 또 먹으면 된다. 밥 고르는 데 그렇게 많은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다. 먹으면 행복하지만 굳이 스트레스받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런 계시를 받는 날이 아니라도 우리는 종종 날씨에 결정을 맡기기도 한다. 워낙 왔다 갔다 하는 날씨의 나라에서 살다 보니 날씨만 따라가도 매일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바람이 쌀랑하면 국물 있는 걸 먹고, 날씨가 좋으면 간단한 걸 사다가 소풍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고민될 때는 밖으로 나가 잠시 걸어보면서 날씨를 보다가 메뉴를 결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집에서도 밥을 먹자.


  

새내기 시절 들어간 동아리 사람들과 노는 게 즐거워 매일 점심, 저녁을 밖에서 먹고 집에 들어갔다. 물론 즐거웠지만, 지갑이 점점 가벼워지기도 했고 엄마도 못마땅해하셨다.

나이 먹더니 맨날 밖으로 돌아다닌다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진 게 아닌가. 밖에서 먹는 밥도 물론 맛있지만 오래 밖에서 입맛이 변하는 것 같기도 했고 살도 많이 쪘다. 수업이 일찍 끝나거나 오후에 있는 날에는 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저녁도 꼬박꼬박 들어가서 먹었다. 시간이 좀 많으면 만들어 먹기도 했다.

 

집에 재료가 한정적이라 사 먹는 것만큼 다양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대충 해 먹는 게 즐거웠다. 밖에서 먹으면 비싸기만 해 먹으면 생각보다 싼 음식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먹고 싶은 재료를 듬뿍 넣고 싫은 건 쓱 빼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것도 친구들과 먹는 것만큼 충분히 재미있다는 걸 알아서 더 그랬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먹는 게 즐거웠다. 고등학교 때는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고 주말에도 학원이다 뭐다 해서 따로 먹는 일이 많아서 잊었다. 자주 집에서 가족과의 시간을 또는 혼자서 만들어 먹으며 식사를 즐겨보는 게 어떨까.

 

 

가족.jpg

 

 

 

기분 좋게 맛있게 든든하게


  

다들 음식 먹는 취향이 다양한 만큼 누군가와 밥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혼자서 좋아하는 걸 후딱 먹고 오고 싶을 때가 있고 여러 메뉴를 시켜서 다른 사람들과 다양하게 즐기고 싶을 때도 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꼭 밥을 같이 먹자 강요할 이유도 없고 이유도 없이 끌려갈 이유도 없다. 불편하다면 동행인에게 말을 하자. 잘 말하면 이해해 줄 것이다. 밥을 먹는 데까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 밥이라도 편하게 먹자.

 

바쁘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 밥시간을 챙기기 힘들 때가 많다. 애매해서 귀찮다고, 바쁘다고 대충 때우거나 안 먹고 넘어갈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수업을 이상하게 잡아서 바쁜 학년일 때 밥을 거르거나 음료수로 대충 때우는 날이 많았다. 그랬더니 저녁에 폭식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같은 음식을 먹어도 속이 불편했다. 예전만큼 소화를 못 시키는 기분이었고 많이 먹지도 못했다. 휴학하고 약을 먹기 위해 세끼 잘 챙기면서 먹었지만, 옛날만큼은 건강해지진 않았다. 나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이러한 후회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건강을 챙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식사를 소홀지 하지 않도록! 잘 챙기고 즐겁고 든든하게 노인이 되어도 맛있는 걸 먹으면서 살 수 있도록!

 

 

[빈민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