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야 건국의 장대함을 보여주는 오페라 '허왕후'

글 입력 2022.05.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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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허왕후.jpg

 

 

지난 주말 2022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창작 오페라 <허왕후>를 관람했다.

 

오페라라고는 음악 교과서와 방송에 소개된 곡만을 겨우 들어 본지라 오페라 나름 결연한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오페라 관람 예절과 오페라의 구성 등을 찾아보며 <허왕후>를 보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공연장의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았고 관객들도 무대를 즐기는 것 같아 걱정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오페라 <허왕후>는 2021년 4월,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초연되었고, 같은 해 대구오페라하우스(9월,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강동아트센터(10월,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서도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2022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도 공연되었다.

 

김해시에서 역사 문화 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창작한 공연인데, 처음 공연 소개를 본 사람들이 흥미를 얻는 포인트도 그런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공연 장르인 '오페라'를 국내에서 창작했다는 점과 익숙한 역사적 인물인 , '김수로와 '허왕후'를 소재로 채택했다는 점이 마치 퓨전 공연으로 다가온다.


퓨전의 요소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대 장치와 의상, 음악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가야 역사를 다룬 오페라라는 점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페라라는 장르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내용은 관중들에게 익숙한 가야 건국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나 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부담이 적었다.

 

편안하게 줄거리를 생각할 수 있으니 무대에 펼쳐진 시각적 요소에도 집중하고 조연 배우 분들의 연기를 눈여겨 볼 여유도 있었다.



허왕후 (3)_ⓒ(재)김해문화재단.jpg


 

제목은 허왕후지만 내용은 가야 건국기에 더 가깝다. 허왕후가 한반도에 도착하여 왕후가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예상했으나 의외로 왕권을 중심에 둔 김수로-이진아시-석탈해 세 사람의 갈등이 메인 플롯이었다. 석탈해의 음모로 김수로-이진아시 형제가 서로를 오해하게 되었지만, 전말을 파악한 허왕후의 현명한 대처, 그리고 디얀시의 희생으로 이를 극복하고 가야를 세우는 내용이다.


그 속에는 왕권다툼, 석탈해와의 갈등, 디얀시와 석탈해의 은밀한 관계, 김수로와 허왕후의 사랑, 가락국의 체제 전환 등 여러 흐름이 얽혀 있다. 특히나 4막의 합창을 보면 '이름도 없었던 이 나라'가 통일 가야가 되어 번영하는 것이 등장인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나의 강한 국가를 세우고 번창하고자 하는 비전이 처음부터 제시되었다면, 왕권을 둘러싼 형제의 갈등과 외부인의 음해가 더 와닿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다행스럽게도 친숙한 내용이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볼거리와 음악을 즐길 만한 여유가 있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여러 줄기가 함께 등장하게 된 이유로는 건국 신화 혹은 역사 기록을 현대의 감각을 토대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부족국가에서 통일국가라는 용어부터, 장자 상속을 주장하는 장로, 나라는 백성의 것이라는 군주의 태도까지 관중들이 친숙하게 여길 수 있는 요소를 넣어 인물을 설정했다. 인물의 동기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가야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꼼꼼히 구성되어 있다. 아리아 곳곳에 등장하는 가야의 유물과 문화들에 대한 칭송은 당시 가야 문화가 가지고 있었던 기술 및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고 다른 나라와의 교역 역시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섬세함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문화와의 비교가 아니라 가야 문화에 대한 언급과 칭찬만 있었더라도 가야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혹은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문화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진정한 '리스펙'의 태도로 비추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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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왕후>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배우들의 목소리로 청각적으로 무대를 채우는 한편, 시각적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무대에 설치된 장치와 무대에서 보여주는 영상은 무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었다. 배우가 표현하는 감정이 유쾌함, 애절함, 절실함, 그 무엇이라도 증폭될 수 있었다.

 

철기 제조장과 가락국 마을에서는 가야 사람들의 일상을 생기 있게 보여주고 주물 예식과 회의장에서는 엄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같은 벽이라도 조명과 각도를 달리하여 다른 분위기로 보일 수 있게 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연회 장면과 마지막 허왕후가 돌아오는 장면 등 화려한 무대에서 한국무용이 등장했다. '최선희 가야무용단'이 보여주는 무용은 고운 선과 눈부신 동작으로 가득했다. 여러 사절단이 참여한 연회 장면에서는 연회의 호화로움을 보여주고 흥겨움을 돋우는 춤이 등장했고, 허왕후와 김수로가 다시 만나는 순간에는 그들의 사랑과 재회의 기쁨을 백성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로 꾸며졌다.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보다도 모두가 신나고 즐겁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춤사위였다.

 

 

허왕후 (4)_ⓒ(재)김해문화재단.jpg


 

출연진의 수는 정해져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에너지는 그 수를 넘어, 가야 건국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재현해주었다. 가야가 건국된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니 후속 공연이 기획된다면, 허왕후나 김수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거나 후대의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허왕후>와 같이 장르와 소재에 도전하는 공연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컬쳐리스트.jpg

 

 

[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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