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서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 - 팀 버튼 특별전

낙오자를 조명하고 정상성을 되돌아 보는 시간
글 입력 2022.05.2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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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티켓을 찾는 사람에게 지상 최대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기회를 준다. 당첨된 아이들 다섯 명을 데려다가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장의 시설들을 보여주는데 틈이 보이자 애들이 제멋대로 행동을 한다. 결국 소년은 초콜릿 파이프에 빨려 들어가고 소녀는 풍선껌을 먹고 몸이 공처럼 부풀어 오른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의 줄거리다. 눈을 사로잡도록 화려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가득한 공간을 배경으로 마냥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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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화감독 ‘팀 버튼’은 이런 서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가위손(1990)>,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까지 몽환적이고 기괴한 세계를 꾸준히 표현하고 있다.


10년 만에 돌아온 팀 버튼 특별전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전시는 총 10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감독의 약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도록, 그가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 사진, 영화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까지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전에 선보인 적 없는 신작을 다수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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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괴물이 좋았고, 괴물 영화를 즐겨봤다. 한번도 그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다. 보통 아이들은 동화 속 예쁜 그림을 더 좋아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이 괴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괴물들은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팀 버튼은 어린 시절부터 괴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괴물을 영화에 자주 등장시킨다. 괴물 캐릭터들이 실제로 악하거나 못되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낙오자, 소외된 이웃을 상징하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위손’이나 ‘프랑켄위니’ 등의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무서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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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서는 ‘홀리데이’, 즉 휴일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괴한 괴물들을 등장시키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모두가 쉼을 누리는 크리스마스라는 점이 다시 독특한 모순을 형성한다.


팀 버튼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의 버뱅크에서는 연말이 되면 집과 마당을 꾸몄고 이는 그에게 일상에서 탈출한 느낌을 줬다고 한다. 이에 영감을 받아 개인 작품과 대중적인 프로젝트에 감성적이면서 암시가 섞인 모티프로 자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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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이 작품을 창작하는 태도를 엿볼 수도 있다. 영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영화 촬영이나 홍보를 위해 세계 여행을 일상적으로 다니던 중 떠오른 영감을 호텔의 메모지나 식당 냅킨까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기록한다.

 

그가 말했듯 자신은 ‘말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쉬운 사람’이기에 주로 낙서처럼 보이는 스케치였다. 스쳐 지나갈 법한 영감을 붙잡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는 성격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그려진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콘셉트 드로잉과 회화, 대본, 스토리보드 등 줄거리와 캐릭터를 떠올리고 이를 확장해나간다. 굉장히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 점차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뻗어나갔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겁주는 것도 지겹고 공포도 지겹고 놀래키는 것 말고도 인생에는 더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라는 모티프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한 가지 생각에서 출발해 가지를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컨텐츠의 창작자이기도 한 우리에게 공감과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팀 버튼의 작업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도 있다. 세계적인 감독이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지, 코르크 보드 위에 그의 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전시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보드에다가 생각의 거점을 마련해 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추가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괴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여기도록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다. 평화로운 휴일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교차시켜 독특한 세계관을 대중에게 어필한다. 낯설고 괴상한 캐릭터들을 주로 내세우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구체화하며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캐릭터도 절대 버리지 않는 창작자의 태도도 배울만하다.

 

 

“나는 늘 현실이니 정상이니 하는 단어들이 싫었어요.

누군가에게 정상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일 수 있으니까요.”

 

 

전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처음과는 달리 괴물들이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모순적이고도 몽환적인 캐릭터들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를 풍부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꼭 팀 버튼의 주요 작품들을, 특히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위주로 미리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만 모르는 상태로 가도 큰 문제는 없다.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 하나는 무조건 있을 거고 분명 팀 버튼의 영화를 다시 찾게 될 테니.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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