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절대로 알 수 없었던 인생을 듣다 - 털 난 물고기 모어

글 입력 2022.05.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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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해'한다'라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나는 달라, 나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라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 넌 정말 달라? 넌 정말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라는 물음표들이 끊이지 않는다.

 

 

털난물고기모어_표지_띠지유_인쇄용.jpg

 

 

 

모어란 사람


 

책 <털 난 물고기 모어>의 주인공, 모어는 남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다. 많은 이들에게 드랙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끼 떠는 것을 좋아하는 끼순이이자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그런 평범한 여성.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실 나는 그녀를 알지 못했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찍은 영화도 있고 미국에 초청받아 공연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그 소식이 나에게는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문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태초부터 남다른 여성스러움을 뽐냈지만, 그 시대는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시대였다. 하늘하늘한 몸짓은 남자의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나 보다. 발레를 전공했음에도, 여성성이 넘친다는 이유로 뺨을 맞아야 했다.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차라리 죽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덕분에 지금의 아름다움을 피워낼 수 있었다.

 

한 떨기 장미가 될 수 있었다.

 

 

 

모어의 글


 

시인 황인찬은 그녀의 글을 보고, '글이 아닌 한 편의 무대를 보는 것 같다'라는 평을 남겼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이야' 싶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더 적확한 평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의 자유연상기법을 차용한 시를 한 편 읽고 있는가 싶었는데, 이내 희곡이 등장하고 에세이가 남는다.

 

1부 이후 짧은 인터미션, 그리고 이어지는 2부를 보는 듯 처음에는 생경하기만 했던 그녀의 글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더군다나 표현은 왜 이리도 직설적인지. 그동안 솔직한 글이라는 문장을 정말 많이 사용했었는데, 드디어 TOP of the TOPs을 만났다!

 

거칠다는 말보다는 역겹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나만의 의견이 아니다. 아티스트 이랑의 말을 빌린 것이다. 다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는 그녀의 글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표현이다.

 

궁금하시다면, 책 <털 난 물고기 모어>를 읽어보시길.

 

 

 

모어의 삶


 

모어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자,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나라도 그녀를 만나면,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아마 그녀를 한 번 보게 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리게 되나 보다.

 

현실에 주저 않아 현실을 탓하며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그렇다고 또 자신을 내버리진 않는다. 자신을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다. 보여준다. 보고 싶게 만든다.

 

글에서 '끼를 떤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참 재미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타고나기를 끼쟁이인 것을 어쩌란 말이야, 내가 말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에 나의 끼가 자연히 묻어나는 것을 어쩌란 말이야'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 * *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모어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럼 이제 나는 모어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쎄... 솔직히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삶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특별하니까. 하지만 그녀를 꼭 안아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해도 안아줄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르지 않다.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그러니 부디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내가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알려주시길 바란다. 내가 거짓 없는 이해를 말할 수 있도록.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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