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다리는 자들의 연대 - 연극 '돌아온다'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
글 입력 2022.05.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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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신기하고 독특한 식당이 하나 있다. 이 식당이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식당 안에 걸려있는 손글씨 액자의 문구대로 소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그 문구의 내용을 알려주자면 이렇다.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

 

 

과연 정말 식당을 방문해 막걸리를 마신 손님들은 자신이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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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돌아온다]는 '돌아온다'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일어나는 평범하지만 애틋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특히 가게의 단골손님인 욕쟁이 할머니와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선생, 집 나간 필리핀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은 날마다 식당을 방문해 막걸리를 마시고 간다. 이들은 비록 각자의 사연은 잘 모르지만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서로를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야산 절에 새로운 주지스님이 찾아오게 되면서 손님들에게도 여러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변화 속에서 손님 중 누군가는 그리워하던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어서 만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끝내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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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통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낸다.

 

때로는 묵묵하게, 때로는 술에 취해서, 때로는 화를 내거나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돌아온다'의 손님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기다림'을 소화한다. 돌아올 거라는 한결같은 믿음으로 출가한 아들을 기다리고,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고, 집 나간 부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어쩌면 그립다는 건 곧 기다림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립다고 해서, 기다린다고 해서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게다가 그리움을 함께 나누고 기다려 줄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위로를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돌아온다' 식당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리움을 달래는 소재로 '막걸리'를 선택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서민들의 삶을 위로하고 달래주었던 가장 흔하고 인기 있는 술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들도 관객들도 모두 막걸리라는 매개체에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극 중에서 막걸리를 마신 모든 사람들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한다. 역시 우리는 그립다고 해서, 기다린다고 해서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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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다'는 식당 이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마치 손님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외치는 주문처럼 느껴진다. 특히 마음이 불안하거나 나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손님들은 겉으로든 속으로든 반복해서 외친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만약 그래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으면 서로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와 감정을 토해낸다. 누군가는 그리움을 계속 지속해야 하고, 누군가는 그리움을 놓아두어야 하며 또 누군가는 그리움을 보내줘야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연대가 되어준다. 그래서 그리운 사람들이 모두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기꺼이 괜찮을 수 있다.

 

이야기의 결말은 모두가 그리워하던 이를 만나게 되는 상상으로 마무리된다. 그 상상 속에서도 '돌아온다'의 손님들은 서로를 축하해 주고 함께 기뻐하며 순간을 나눈다. 비록 가게의 손님으로 서로를 만났지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함께 보낸 연대와 동질감이 상상에서까지 발휘된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내고 그리움을 나눈다. 그러니 혹시라도 지금 너무 짙은 그리움에 짓눌려 힘든 이들이 있다면, 부디 [돌아온다]의 주인공들처럼 나의 곁에서 이 순간을 나눠주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쯤 떠올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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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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