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람으로 태어나 사랑으로 자란 아이 [영화]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이고, 진정한 부모란 또 무엇일까
글 입력 2022.05.19 14: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관련된 날들이 몰려있어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날이 하나 있다. 바로 5월 11일 입양의 날. 입양문화를 정착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날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과 다르게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다수의 관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피를 나눴다는 게 무엇인지 입양에 관한 이미지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정이라고 함축되는 단어 안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가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관계가 존재한다. 혼자 사는 가정도 있으며, 부부만 사는 가정도 있고, 한 명의 부모만 있는 가정도 있다. 이렇게 많은 형태가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것이 가정이고, 이들이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티모시 그린의 이상한 삶>은 평범하지 않는 가정과 가족의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특이하고, 어떻게 보면 또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 그 안에 들어있는 따듯함과 행복감을 말해 보고 싶다.

 


*

영화 <티모시 그린의 이상한 삶>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바람으로 태어난 아이


 

오랫동안 아이를 갖길 원했던 짐과 신디는 의사로부터 더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에 상심한 신디는 집으로 돌아와 울음을 터치고, 그녀를 달래던 짐은 별안간 메모장을 꺼내든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들이 원하는 아이에 대해 써 내려 간다.


 

-이건 어때? 지나치게 솔직한 아이

-바로 그거야!


-음악적 소질은?

-당연하지

-우리 아이는 멋진 록을 할 거야.


-예술적으론?

-연필로 그리는 피카소


-긍정적인 아이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운동신경은?

-이번엔 멋진 우리 아이가 결승골을 넣는 거야.

 

 

이렇게 적은 메모들은 집 앞 텃밭에 묻히게 되는데, 그날 밤 마법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천둥과 비는 짐과 신디 부부의 집에만 쏟아지고, 예기치 않게 내린 비와 함께 한 명의 아이가 찾아온다. 바로 진흙은 온통 뒤집어쓴 티모시.

 

자신을 티모시라고 소개한 아이에 둘은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들의 아들 이름으로 정해놓은 것이 티모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자를 묻어놓았던 땅이 파헤쳐 져 있는 것은 본 짐과 신디는 망설임 없이 누군가 자신들을 위해 내려준 아이라고 생각한다.

 

티모시는 둘의 피가 섞인 아이가 아니었다. 오롯이 부부의 바람을 통해 갑자기 태어난 아이였지만, 그들이 가족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크기변환]commonEN2WXMHB.jpg

 

 

 

사랑으로 자란 아이


 

[크기변환]common3MWO503A.jpg

 

 

티모시는 평범한 아이들과 달랐다. 일단은 양쪽 다리에서 자라는 나뭇잎이 그랬다. 짐과 신디는 티모시의 다른 점을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 내놓지 않으려 했다. 나뭇잎은 긴 양말과 바지로 숨겼고, 티모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격도 다른 사람에게 평범한 아이로 키울 거라며 둘러댔다.

 

짐과 신디는 결국 티모시의 다리에서 자라는 나뭇잎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나뭇잎을 가위로 자르려는 순간 가위는 부서졌고, 나뭇잎은 없애지 못했다. 티모시의 나뭇잎도, 특별한 성격도 부모인 짐과 신디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이후로 짐과 신디는 티모시를 평범한 아이로 만드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티모시가 가진 평범하지 않음을 모두 사랑하기로 했다.

 

사람은 모두 다른 성격과 취향, 분위기, 특별함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건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어떻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이가 추구하는 것과 맞으면 다행이겠지만, 전혀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부모들은 고민에 빠진다. 부모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게 할 것인지, 아이의 생각을 순순히 인정하고 놔둘 것인지.

 

짐과 신디가 여기서 선택한 것은 부모의 관여 없이 아이가 온전히 생각하고 느끼게 놔두는 것이었다. 그러기까지 조금의 시간과 갈등이 있었지만, 짐과 신디는 티모시의 모든 말을 존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 티모시의 긍정적인 성격과 함께 아이는 매일을 행복하게 보냈다.

 

 

 

부모가 될 사람들을 위해


 

티모시에게 있던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다리의 나뭇잎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티모시는 그 나뭇잎들이 떨어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티모시는 은연중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다면 짐과 신디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티모시의 나뭇잎은 짐과 신디가 적었던 메모에서 시작된다. 솔직하고, 긍정적이고,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알고. 이런 둘의 바람이 티모시 다리에 달린 나뭇잎으로 표현됐다. 바로 메모에 적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질 때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 티모시가 하나하나 이뤄갈 때마다 짐과 신디는 행복으로 충만했지만, 반대로 끝이 점점 다가왔다. 예상치 못하게 왔던 아이는 부모가 예상치 못하게 떠나야 했다.

 

비를 통해 왔던 티모시는 바람을 통해 다시 되돌아갔다. 슬픔에 잠긴 짐과 신디는 메모를 묻었던 밭은 다시 파헤쳤고, 그 안에는 그들이 적었던 메모 대신 티모시의 편지가 남아 있었다.

 

 

엄마, 아빠께

 

제 나뭇잎은 모두 나눠줬어요. 선물은 나눠주는 거잖아요.

브렌다 이모한테도 줬어요. 록 음악을 즐기시라고요.

밥 삼촌한테도 하나 드렸고, 크러스태프 아주머니에게도 드렸죠.

코치님한테도요. 제 슛이 최고라고 하셨어요.

제 나뭇잎을 좋아해준 레지한테도 줬고, 짐 할아버지가 늘 보시는 곳에도요.

조니한테는 두 개를 줬어요.

부모님에게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저를 원하는 두 분이라고,

최선을 다하고, 가끔 실수도 하고,

짧은 시간 동안만 함께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해줄 거라고,

그게 사실이라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할 거예요.

 

 

사실 짐과 신디는 티모시가 떠나기 전 크게 싸웠다. 우리 아이가 결승골을 넣는다는 소원 때문이었는데, 티모시가 힘껏 찬 공이 들어간 것은 같은 편의 골대였다. 둘은 실망했고, 또 실망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자신들이 최악의 부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티모시는 짐과 신디와 함께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이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끔 실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티모시는 자기가 그들을 떠나더라도 포기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실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며, 사랑해 줬다는 사실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짐과 신디는 티모시로 인해서 알게 되었다. 진심 어린 사랑, 최선을 다하는 노력,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티모시로 인해 용기를 얻은 그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뻗기로 했다. 이번에는 조심스럽지만 다정하게, 평온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릴리라는 아이에게. 이제 이 둘에게 티모시는 없겠지만 티모시가 남겨둔 용기로 릴리의 손을 맞잡았다.

 

 

[크기변환]캡처.JPG

 

 

 

진정한 가족, 진정한 부모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엄마아빠도 엄마아빠가 처음이라'. 누구나 처음은 서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천재성은 학문적인 것에서만 발휘될 뿐이다. 그럼에도 좋은 부모님이 있는 것은 그들이 노력한 결과이다. 진정한 엄마, 진정한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력인 것이다.

 

부모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던 짐과 신디에게는 티모시라는 선물이 다가왔다. 현실의 모두에게 티모시라는 선물이 올 수는 없겠지만, 이 선물과 같은 영화가 부모가 되는 것에, 가족이 되는 것에 용기를 주길 바란다.

 

 

 

김예솔.jpg

 

 

[김예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49988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