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읽은 책이지?”

“여기 코끼리가 있네? 코끼리가 뭐하고 있어?”

 

 

실제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앞에 놓인 그림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상상하고,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는 이 생생한 현장마저 전시 전체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듯했다.

 

그럼,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로 천천히 스며들어보자.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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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해진다. 그림에 스며든 따스함 덕분에 주변이 밝아지고 생동감이 넘쳐난다. 그러고는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무엇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주의 깊게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이는 그림 속에 숨겨진 작은 디테일 덕분이다. 요컨대, 수많은 나무들 중 사실은 나무가 아닌 발 하나가 있고, 나무 중앙에는 눈 감긴 얼굴 표정이 숨겨져 있고, 나무 위에 켜켜이 쌓인 나뭇잎 사이로 밤이 이어지는 등 은근히 찾아내길 바라는 듯 숨겨 놓은 그림 흔적 찾기는 '상상력 과몰입'을 불러일으킨다.

 

 
“어른이 글을 읽고 동시에 아이는 그림을 읽고 있다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그림과 글이 동시에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왜 여기에 이걸 그려 넣었을까’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는 것이  그림책의 묘미다.” _인터뷰 中에서
 

 

인터뷰에서도 느껴지듯, 그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글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을 그림으로, 또 그림을 읽어낸 누군가의 마음과 머릿속에서 상상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되는데,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이 그 역할을 한다. 평범한 이야기도 일러스트레이션의 배경에 그의 재미있는 작은 그림들이 더해지면 한층 더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앤서니 브라운 전시 배로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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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미술관에 간 윌리>를 미디어 아트로 즐기기!

 

 

 

<미술관에 간 윌리>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모나리자’, ‘아담의 창조’, ‘비너스의 탄생’, ‘이삭줍기’, ‘바벨탑’ 등 윌리가 좋아하는 고전 명화들이 등장한다. 명화에서 영감을 얻은 윌리는 걸작 그림들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다시 그려내며 자신과 친구들을 그림 속에 녹여내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종의 세이프 게임을 하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오묘한 미소를 띤 할머니 고릴라가 되고, 19세기 미국 화가 윈슬로 호머의 작품 ‘청어잡이 그물’의 어부들은 그물에서 물고기 대신 바나나를 건져 올린다.

 

특히 이중 몇 작품들은 미디어 아트로 선보이기도 했는데, 원작이 윌리의 그림으로 어떻게 다르게 각색되는지를 천천히 보여주면서 분위기가 반전됨을 느끼는 것이 포인트이다. “모든 명화를 윌리스럽게.”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신기하게도 윌리의 붓 끝에서 새롭게 각색된 그림들은 명화 특유의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덜어내고 유쾌함을 더했다.

 

 

 

 

한 가지 더, 윌리가 새롭게 그려낸 명화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늘 붓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붓을 쥔 손만 등장하거나, 붓을 손에 쥔 윌리가 그림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윌리의 붓 끝에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세계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런 윌리의 모습에 ‘상상력으로 소통하려는’ 앤서니 브라운 자신을 투영해낸 것 같기도 하다.

 

 

둘째, 셰이프 게임 체험하기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셰이프 게임(shape game).

 

 

 

 

셰이프 게임은, 한 사람이 먼저 아무 형태를 그리면 그다음 사람이 이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로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 시절 형과 함께 했던 게임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그림 놀이로도 꽤 유명하다. 앤서니 브라운은 셰이프 게임을 통해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처럼 일상생활의 평범한 인물과 오브제를 새로운 무언가로 변화시킨다.

 

전시장을 나가기 전 직접 셰이프 게임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마음껏 상상하고 그려내보길 바란다. (많은 고뇌의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그저 모양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번뜩 생각난 것으로 무심하게 그려내면 된다. 생각보다 어렵다.)

 

 

 

 

이때 내가 그려낸 모양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렸는지 둘러보며, 이곳에서 같은 모양을 저마다의 방식대로 다르게 그려낸 다채로운 모습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셰이프 게임 덕분에 이곳은 다양한 형태의 세계로 가득 다채롭게 채워지고 있다.

 

 

셋째, 앤서니 브라운 빌리지 즐기기 (이곳은 어린이 세상)

 

 

 

전시 마지막 섹션에 다다르면,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낸 놀이형 설치 작품인 ‘앤서니 브라운 빌리지’가 있다. 어린이의 몸이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의 문을 통과하며 이리저리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그야말로 어린이들의 세상이다. 이미 많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었다.

 

(덧붙여, 예술의전당 1101 어린이라운지와 연계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기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 신청을 해두는 편이 좋겠다.)

 

 

 

주목할 만한 전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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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마련되어 있는 몇 가지 장치들도 눈에 띄었다.

 

 

첫째, 그림책 펼쳐보듯 자기소개

전시장에 들어는 초입부터 앤서니 브라운 자신을 소개하는 구간이 있는데, 전시 서문으로 한 번에 소개하기 보다 이곳을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말을 걸듯 한 문장씩 자신을 소개하는 구성이 마치 그림책을 펼쳐보듯 흥미로웠다.

 

 

 

 

요컨대, 위 사진처럼 자신이 그린 그림과 함께 그림 속 인물과 닮은 앤서니 브라운이 등장하며, “안녕, 나는 앤서니 브라운이야.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라고 소개한다. 이는 앤서니 브라운과 그의 세계를 처음 마주하며 생기는 낯선 느낌을 덜어주고 오히려 반가움과 친근함을 더해주는 효과를 선사한다.

 

 

둘째, 섹션 별로 배경색을 다르게 구성

 

섹션 별로 배경색을 다르게 구성함으로써 공간을 분리한 점이 눈에 띈다. 배경색 전환은 다음 섹션으로의 전환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기에 편했다. 무엇보다 섹션 별로 선정된 배경색들이 모두 각각의 작품 또는 시리즈에 몰입도 있게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작품 관람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배경색을 선정한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 섹션별 배경색 선정에 신경 쓴 듯했다.

 

 

셋째, 곳곳에 등장하는 그의 그림들

 

 

가끔 작품 속에 있는 이미지가 가벽에 등장하거나 그의 작품 속 꽤 중요한 의미로 사용되는 바나나를 관람 동선의 이미지로 사용했다. 작고 세심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하다.

 

 

넷째,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듯한 작품의 위치

 

작품의 위치가 허리를 완전히 꽂꽂히 세우고 보기에는 다소 낮은 구간이 있었으며, 그렇다고 체구가 작은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는 다소 높은 위치에 걸려 있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관람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애매한 작품의 위치 때문에 허리를 자주 구부리며 감상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관람객 대상이 폭넓은 관계로 작품 설치 위치의 기준을 잡기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오히려 필자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그림은 어떤지 경험해 보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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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시 관람 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주위를 잘 살피며 관람할 것.

 

앞서 말했듯, 그림책 전시인 만큼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고 함께 동반한 어른과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이 대부분이기에 관람하다 부딪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친구와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하다 바로 뒤에 있던 작은 아이와 부딪칠 뻔한 적이 있었기에, 이후 관람 시에 큰 동작은 삼가고 주변을 살피며 움직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것마저 어느 전시장과 다른 특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곳에서 어린이들의 활기와, 그림 앞에서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를 상상력이 가득한 이곳, 바로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