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스케치] 1. 사랑이 그리워질 때가 다시 돌아갈 때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 입력 2022.05.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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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내가 괴물이 될 때, 방에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떠오르는 목적은 단 하나, “이곳을 떠나자.”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으니 숲을 만들었겠지? 도착한 곳에 날 기다리는 건 눈이 노랗고 형체가 우스꽝스러운 괴물들, 나와 닮아서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존재들. 그중에서 가장 강한 괴물은 바로 가장 작은 ‘나’. 나는 이 어둠 속에서 마음껏 군림하고 다스린다.

 

그리고 … 사랑이 그리워질 때가 다시 돌아갈 때. 괴물들이 으름장을 놓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 세상의 주인은 나니까. 너희를 만든 건 나니까, 내가 눈을 감으면 너희는 없으니까.

 

다시 돌아왔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나는 언제든 다시 떠날 것이다. 이 따뜻함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



Keywords - #사랑 #자아 #자유 #본능 #선과악 #여행

 

 

 

Point note


 

1) 시퀀스 - 주인공 '맥스'의 공간은 처음엔 내지 사이즈 1/4 정도의 크기였다가 양쪽 페이지를 가득 채울 때까지 점점 커진다. 반대로 맥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프레임이 작아진다. 맥스의 방에서 괴물들의 나라로 가기까지 여섯 장에 걸쳐 점차 커졌던 프레임은, 단 두 장만에 방으로 돌아오며 작아진다. 떠날 때와 돌아올 때 속도감에 차이를 느낄 수 있다.

 

2) 그림과 글 - 괴물들이 맥스를 왕으로 인정하고 "소동을 벌이"기로 외친 다음부터, 3개 스프레드 가득히 글 없이 그림만 나온다. 글과 그림을 함께 보던 독자의 시야에 글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독자는 문득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이 침묵의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바로 그림과 자기만의 목소리로.

 

반대로 마지막 장면에는 그림 없이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라는 글만 있다. 처음에 엄마는 목소리만 등장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결말에도 끝내 맥스의 방 너머의 공간은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그림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맥스의 내면 이외의 세계는 가시화하지 않는다(혹은 그 의도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림책은 이렇게 글이나 그림 중 일부러 한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여운과 깊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3) 디자인 - 표지에 주인공 맥스가 아닌 괴물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만의 세계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맥스와는 별개로 존재한다. 즉, 그 세계는 맥스가 떠나고 싶다고 마음먹기 전부터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에는 세 개의 세계가 등장한다고. 첫째로는 맥스의 현실 세계, 둘째로 맥스가 군림하는 괴물들의 나라, 마지막은 맥스가 떠나도 여전히 살아있는 괴물들의 나라.

 

표지의 그림은 여기서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 같다. 맥스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개념적으로는 맥스가 없는 괴물들의 나라가, 책의 형태로는 겉 부분(표지)이 되어 맥스의 이야기(내용)를 감싸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다른 괴물들과 달리, 표지에 나오는 괴물만 발 부분에 털이 까져서 사람의 발 모양을 하고 있는 걸까? 맥스처럼 어디 인간세계에서 들어왔다가 제때 나가지 못한 괴물일까? 아니면 거기서 살 이유를 발견한 또 다른 맥스일까.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4) 캐릭터 - 소동을 벌이는 괴물들과 맥스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만져질 것 같은 괴물들의 털, 둔중한 몸체, 그 사이를 누비는 자유로운 작은 맥스, 그리고 그의 표정.

 

자기 몸집의 몇 배는 되는 괴물들을 호령하고 다스리는 그의 얼굴에는 무모한 자유를 만끽하는 자의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얼굴을 어떻게 그렸을까? 단순히 기쁨, 즐거움, 행복을 넘어 진정한 해방감을 만끽하는 것 같은 이토록 생생한 표정을 그리기 위해 직접 거울 앞에서 연습해 본 건 아닐까?

 

Brief comment - 누구나 한번은 떠나야 한다. 사랑은 그걸 허락한다. 그리고 어떤 사랑은 상대를 완전히 떠날 수도 있게 한다. 언제나 거기 있는 따뜻함을 맹신하는 오만까지 포용하면서.

 

 

 

Workshop idea


 

1) 시퀀스 - 그림책 안의 프레임이 점점 커졌다가 결국에는 꽉 채우고, 다시 작아져 원래 크기로 돌아오는 흐름을 사용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는 어떤 게 있을까?

 

ex) 감정: 한순간 폭발했다가 어떤 계기로 스러지는 감정에 관한 짤막한 에세이를 쓴(그린)다.

 

2) 디자인 - 표지와 내지의 이야기를 분리하여 책을 만들 수도 있다. 책의 물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내지를 담는 그릇으로 표지를 디자인한다면 어떨까?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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