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도 알고 남도 아는 시간 [드라마/예능]

금쪽상담소에서 따뜻한 패널들과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글 입력 2022.05.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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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 키워드는 오은영 박사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요즘 TV 예능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시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연예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진단과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금쪽 상담소’와 과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처럼 부모 상담을 하고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금쪽같은 내새끼’가 있다. 육아를 직접 하는 입장은 아니라서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공감의 여지가 별로 없어 이보다는 금쪽 상담소를 자주 챙겨 보게 된다.

 

오은영 박사님이 진행하는 예능은 대부분 그의 직업적인 장기를 살려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비슷한 궤가 반복되기 때문에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루틴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이야기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특별한 지루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오는 사람마다 모두 제각기 다른 배경에서 태어나 고유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각자 가진 문제도 다양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사소한 이야기부터 오랜 시간 쌓아온 걱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다. 또한 남의 고민을 들을 때 우리는 피로함을 느끼기보다는 함께 나아지는 기분을 받는다. 전문가가 내려주는 분명한 해결책이 함께 따라오기 때문인 것 같다. 이는 충족적이고 발전하는 경험이다.


오은영 박사님의 시원하고 분명한 진단과 솔루션도 물론 대단하지만 본 예능에 함께 출연하는 출연진들 덕분에 풍성한 나눔과 공감의 현장이 있을 수 있었다는 점도 놓칠 수가 없다. ‘금쪽 상담소’에 함께 출연하는 정형돈과 박나래, 이윤지는 무해하고 포용적이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면에서 참 잘 구성한 패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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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은 과거 무한도전으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공황 장애로 모든 예능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이 있고 현재도 약을 먹는 걸 숨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병과 이야기를 오픈해서 공감하는 데 쓰곤 한다. 그의 개방성과 경험에 비롯한 공감에 의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던 이들이 더 풍성하게 얘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다. 중간중간 이야기의 맥을 짚고 토크를 적절하게 이끌며 예능의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느껴진다. 또 정형돈의 공감하는 말투가 연예인 홍석천 씨가 등장했던 에피소드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홍석천씨는 그간 SNS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줬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본인에게 짐이 되고 힘들게 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에 정형돈은 “나는 형만큼 저렇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워 봤는가 반성하게 된다"라고 말해준다. 상대의 의도와 감정을 알아주고 이에 필요한 이야기를 제때 해주는 역할이 좋다고 느껴졌다.


박나래는 천상 개그맨으로 상담, 힐링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조금 스스로에게 맞는 옷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도 같다. 최근 ‘서울 체크인’에 출연해 이효리에게 이런 예능에서 어떻게 웃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이효리의 답변이 정말 내 마음처럼 느껴졌다. ‘웃기려고 애쓸 필요 없다’는 말이 맞다. 금쪽 상담소에서 박나래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대단히 웃기는 것이 아닐뿐더러 지금도 적절한 리액션과 질문으로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분장과 대단한 입담으로 많은 이들을 웃기던 입장에서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약간 비워내 힘을 뺀 상태로 귀 기울여 듣고 적절히 농을 던지는 또 다른 모습도 따뜻하게 보인다. 나래 씨도 본 예능을 통해 따뜻하게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이윤지 씨는 사실 배우로서만 지켜봤을 뿐이지 예능적인 모습은 처음 봤다. 그런데 공감하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게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역할이었다.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단단해진 윤지씨의 모습이 대단하고, 듣기 방식도 너무 좋다. 물론 매체를 통해 본 모습을 통해 그를 전부 알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봐온 바로는 굉장히 유하고 선한 사람인 것 같다. 악의없이 타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것을 보면 공감하는 태도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내 얘기를 오픈할 때 내가 받아들여지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윤지씨는 포용적이고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타고난 것 같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 힘입어 출연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화제로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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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금쪽 상담소를 즐겨보고 있지만 사실 가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기곤 한다. 금쪽 상담소를 보면서 마음의 고민을 콜렉팅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박소현씨의 상담 내용을 보다가 나도 혹시 성인 ADHD가 아닌가?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양익준 감독의 고민을 듣다 보면 나 역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과도하게 낮추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러다 보면 없던 고민도 만들어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질병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이런 질병이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나도 이런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며 고민하게 되는데 사실 이런 과정도 나를 알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니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이다. 금쪽 상담소도 과도한 자기 성찰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질병에 관한 간이 진단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나의 모습을 반성하거나 비슷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어 간다는 점에서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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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돌 그룹 위너가 상담소에 왔던 적이 있다. 멤버 송민호가 불면증 고민을 털어놨었고 꽤 화제가 되었다. 최근에 타 예능 ‘아는 형님’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이 등장한다. “민호 너 불면증 있다면서?”, 그러자 송민호는 “맞다. 그런데 이제 다 나았다.”라고 대답한다.

 

물론 불면증에서 회복된 건 정말 기쁜 소식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나아지는 증상은 아닌데 다른 예능에서는 이를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 같아 우려가 되었다. 병에서 나아서 회복된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질병은 계속 안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니까 너무 희망적으로 이를 해결하거나 차도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

 

금쪽 상담소처럼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몸의 질병과는 다르게 마음의 질병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예능을 통해 조명 받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남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심화하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포용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더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타인의 아픔과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고민을 얕게 가십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더 건강하게 스스로를 돌보고 홀로 설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때다. 각자 마음에 안고 있는 짐을 내려놓고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포용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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