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연한 효과로 원대한 상상력을 그려내다 -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글 입력 2022.05.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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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뮤지엄은 순수한 색과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의 독창적 화풍으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거장의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을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개최한다. 호안 미로는 전통적인 회화 작법을 배제하고 원대하고 창의적인 자유를 그려내어 이후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는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 주관하며,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엄선된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7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 제목은 호안 미로의 말년 시기 작품에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모티프로, 그가 40여 년 이상을 고구한 결과물이다.

 

 

스페인의 대표 화가이자 조각가, 도예가인 호안 미로는 20세기 초현실주의의 이상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구축한 인물이다. 1893년,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 근처의 몬로이치에서 태어난 그는 시계 제조업자이자 금속 공예가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예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인물을 그리는 것은 미로의 일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술을 전공으로 삼고자 한 미로의 의지와는 달리, 부모님은 회계 사무직으로 일하기를 바라며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길 바랐다. 그런 바람에 따라 일하던 미로는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예술의 길을 걷겠노라 다짐한다.

 

 

Joan Miro, 1944, ⓒ Hereus de Joaquim Gomis. Fundació Joan Miró, Barcelona.jpg

호안 미로(Joan Miro) 1893.04.20~1983.12.15

 

 

이후 1912년, 독창적인 표현으로 그림그리기를 가르쳤던 바르셀로나와 프란세스크 갈리의 미술학교를 다니면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당대의 미술 사조였던 야수파와 입체주의 작품을 접하며 크게 감명받고, 영감을 얻게 된다.

 

1919년에는 파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동시에, 시대를 풍미하던 야수파와 입체파 작가들과 실제로 교류할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사실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점차 소박하며 찬란한 색, 단순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초현실주의풍을 완성해나가게 된다.

 

활발한 교류 및 스타일의 연구와 더불어 1947년에는 미국으로 가 벽화 제작을 담당하고, 1948년 이후에는 바르셀로나와 파리를 오가며 회화, 조각, 판화까지 세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예술 엔터테이너로서 활약한다. 스페인을 넘어, 세계 무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부지런히 실력을 연마한 결과였다.

 

 


1부 '기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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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1부 '기호의 언어'

< 사람과 새 > 1948. 석판화

< 새들 > 1956. 석판화

<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 1978.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

 

 

노력의 결과로써 시각화된 호안 미로의 작품은 굵은 선에서 힘차게 뻗어 나오는 율동성과 팔레트의 색감을 모두 가져다 쓴 듯 형형색색의 칠로 완성된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물들여진 캔버스 화면에는 통통 튀는 독특한 형태의 조합이 나열돼있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미로만의 예술적 언어다.

 

그런 예술적 언어에 주목하여 마이아트뮤지엄의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는 호안 미로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그의 예술적인 발자취에 주목한다. 미술학교에 입학해 처음 그림을 접하던 1910년대부터 전통적인 회화 방식을 부정하는 '회화의 암살(Assassination of Painting)' 선언과 미로를 대변해주는 화풍이 구축되기까지의 여정을 뒤따라간다.

 

전시 1부 '기호의 언어' 섹션에서는 1940년대 자신을 표현할 시적 기호로서의 언어를 통합하는 데 매진한 흔적들을 추적한다. 우주론적인 시야를 펼쳐냄으로써 천체 또는 별자리를 은유하는 표현 방식, 점을 찍어 그리는 기법을 사용한 미로의 화풍이 드러난다. 순수한 색과 제한된 회화적 요소로 상징적인 언어를 표현하는 예술가의 자유로움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고자 본 섹션을 마련했다.

 

 

"내가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피조물로서 여자가 아니라 우주를 말한다."

 

 

 

2부 '해방된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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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부 '해방된 기호'

< 2 + 5 = 7 > 1965. 캔버스에 유채

< 여인 III> 1965.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2부 '해방된 기호' 섹션은 기호의 언어를 연구하며 테크닉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예술적 해방감을 전해 받은 미로의 실험적인 작품이 전시된다. 불규칙한 붓 터치, 흐릿한 점, 캔버스에 흘러내리고 사방으로 튄 페인트 방울, 손자국같이 보다 다채롭고 직관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즉흥적인 산물처럼 보이지만, 미로의 철저한 계획하에 실현된 이미지다.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와 조각, 세라믹, 직물 등 여러 재료로 실험하며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기호를 정립해나갔다. 특히 회화를 그리는 데 있어서는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물감을 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효과를 좋아하기도 했다. 그런 '우연한 효과'로 제작된 작품 역시 몇 년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 미로의 오랜 사유로부터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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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은 빈 캔버스에 검은 선을 긋고, 물감을 튀기거나 떨어뜨려 주변을 채워나가는 순서를 통해 구현된다. 순서를 밟아나가면서 스케치하는 단계에서 색을 채워나가고 완성하기까지, 즉흥적이지만 조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림을 목표에 둔 채 작업했다.

 

미로는 그림 속의 모든 요소가 하나의 동질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형태라도 위치를 벗어나는 즉시, 순환은 중단되며 균형은 깨져버리고 만다고 그는 말한다.

 

르네상스 후기의 회화 전통에서 해방된 미술적 기법을 새로이 빚어낸 호안 미로의 캔버스는 강렬함을 준다. 과감하면서도 적절히 배치된 선과 물감의 번짐은 시선을 유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한다. 당대, 그리고 이후 세대의 미술가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창의적인 그림에 대한 원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2 더하기 2는 4가 되지 않아. 회계사들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림은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야 해."

 

 

 

3부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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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3부 '오브제'

< 고요한 별자리 > 1970. 브론즈

< 소브라테이심 6 > 1972. 조세프 로요가 엮은 천에 아크릴, 노끈, 털실

 

 

3부 '오브제' 섹션에서는 일상의 용품을 다른 요소와 함께 배치하여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 예술가의 조각품이 선보여진다. 오브제에 대한 미로의 열의는 대단했다. 작업실이 위치한 팔마데마요르카 근처의 17세기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손 보테르(Son Boter)'를 매입해 온갖 사물을 수집, 보관한 것에 더하여, 회화의 기호를 조각에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며 오브제에 대한 열정을 내세웠던 행동에서 비추어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확장된 범주로서의 오브제와 사물을 향한 관심으로 아크릴과 노끈, 털실로 작업한 작품 < 소브라테이심 > 연작을 작업했다. 사물과 또 다른 사물의 결합에 매력을 느낀 미로는 두 사물의 결합이 오간 작업물을 '한 편의 감동적인 시'라는 단어로 일컫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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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광경이 나를 덮쳐온다.

광활한 하늘에서 초승달과 태양을 마주했을 때 나는 압도되곤 한다."

 

  

 

4부 '검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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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4부 '검은 인물'

< 달빛 아래의 카탈루냐 농부 > 1968. 캔버스에 아크릴

< 몬로이치 IV> 1974. 석판화

< 여인과 새 I> 1969. 캔버스에 유채

 

 

4부 '검은 인물'은 미로만의 완전한 스타일이 확립된 1940년대 이래, 색감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흑색을 사용하여 검은색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그의 시선이 깃든 섹션이다. 제시된 위 이미지에서 보이듯, 짙은 선으로 이루어진 형상은 모양이나 속성이 구체적이지 않아 초상화로 보기엔 어렵다.

 

대신, 호안 미로는 고향 몬로이치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지역 로마네스크 성당의 성화, 수많은 인간의 눈이 그려진 성화 속 천사의 날개로부터 영감받았다. 그리고 이를 인물과 유사한 형식의 '기호'로 표현했다. 특정 사물과 현장을 상징적인 기호로 전환하여 알맞게 배치한 미로의 예술적 원천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머물러왔던 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리해있다.

 

 

 

여인, 새, 별을 사랑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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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4부까지, 네 개의 섹션으로 마무리되는 본 전시의 출구로 나가는 길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컨테이너 박스와 유사한 각기 다른 직사각형의 안전 크레이트가 놓인 곳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마이아트뮤지엄으로의 운송을 담당한 총 39개의 안전 크레이트가 전시 일부로 포함되어 오브제이자 포토존으로 자리한다.

 

전시가 개최되고 막을 내린 후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공간에 축약된 것이다. 작품 훼손의 방지와 안전한 이동에 힘쓰는 미술관의 일사불란한 현장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긴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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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에서는 예술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함께 40년에 걸쳐 집성화된 그의 모티프와 화풍의 뚜렷한 발전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대표 모티프인 여인, 새, 별, 더 나아가 태양, 달, 별자리, 사다리를 그림 속에서 발견해보는 것도 크나큰 재미일 것이다.

 

미대 출신인 국힙원톱 래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선보이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미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이 외에도 도슨트 전시해설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키즈 아틀리에와 시즌 이벤트 프로모션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미로는 타고난 호기심과 감각으로 그려 낸 원대한 자유를 관람객의 온전한 해석으로 맡긴다. 단지, 자신의 시적 표현이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해석을 자극하길 기대할 뿐이다. 미로 고유의 언어이자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여인, 새, 별을 사랑했던 이의 시선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나는 화방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하얀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형태, 색의 우연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나는 우연적인 것이 좋다.

나는 매우 직관적으로 시작하고 그저 물질이 표현하도록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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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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