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이프 게임, 어떻게든 이어 나가는 거야 -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글 입력 2022.05.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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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_공식 포스터.jpg

 

 

 

앤서니 브라운


 

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jpg

 

 

영국의 동화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의 철학과 작품에 대한 정보가 어린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진 전시다.

 

어렸을 때 봤던 그의 작품 중 기억나는 건 ‘돼지책’이다.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하는 엄마가 사라지자 남은 아빠와 아들들이 돼지로 변해가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사회가 정한 여성과 남성의 틀을 잘 깬 작품이다.

 

그 작품을 보고 반가운 마음은 마치 동화책을 읽었던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원숭이다. 그의 작품에는 침팬지,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가 자주 등장한다. 많은 동물들이 나타나지만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는 작가의 어렸을 때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내용보다도 시각적으로 먼저 시선을 끄는 영장류의 캐릭터지만 전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전시 그 자체다.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는 전시인 만큼 설명이나 작품들이 아이의 시선에 맞춰 아래에 정렬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고개를 들지 않고 그들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또 구체적인 설명이 많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상대적으로 높게 써져있고 재밌는 작품과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래에 써져있다. 어른들도 많았는데 글을 읽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숙이면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앞만 보고, 위만 보고 달려왔던 어른들이 간만에 아래를 바라보며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읽었던 어렸을 때로 잠시 돌아간다.

 

어린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어른들에 대한 추억의 시간은 이 전시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그가 바라본 시선, 그리고 가족


 

My Dad 2000 @Anthony Browne.jpg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체로 그 자신이나 그의 가족들을 투영한 것이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등 그의 가족들을 바라본 시선을 담았고 침팬지 캐릭터인 ‘윌리’에는 그의 자신을 담았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옷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우리 아빠’와 ‘우리 엄마’에 등장하는 부모님의 옷은 패턴 무늬의 옷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등장한다. ‘우리 형’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그와 반대되는 쿨하고 멋진 형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윌리’에는 소심했던 그의 성격을 담았고 많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고 꿈을 꾸는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모든 긍정적인 감정만 담지 않는다. 불안, 우울, 분노 등 불안정한 감정들도 책에 잘 녹인다.

 

그가 바라봤던 모든 시선을 담는다. 안정적인 시선이든, 불안정한 시선이든 어린이들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는지 앤서니 브라운은 길을 알려준다. 마치 그가 어렸을 때 겪었던 혼란들을 담아내듯이.

Willy_s Pictures 2000 @ Anthony Browne (1).jpg

작가의 이런 시선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앞서 말한 예시를 통틀어서 가족 얘기가 많다. 엄마, 아빠, 형,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나, 이렇게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보여주며 이 공동체가 겪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전달한다.

 

이들 사이에 불화도 있다. 갈등과 마찰도 있으며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다. 작가는 이런 사실적인 시선을 통해 가족을 다시 생각하고 사랑할 기회를 준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은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들도 가족 울타리 안에서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동화 속 세상, 현실과 상상의 연결


 

앤서니 브라운 빌리지 2022 @ 아이땅 (1).jpg

 

 

작품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여러 방식으로 전시되었다.

 

벽에 커다랗게 그려져 있거나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진 패널로 만들어졌거나 미디어 장치를 활용해 동적인 느낌을 강화한다. 동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컬러가 반영된 벽은 따뜻하고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전시를 보다 보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동화 속 작은 집들이 있다.

 

어른에게는 미니어처와 같은 가시적이고 직관적인 작품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세상의 체험이다. 작은 집 안에 들어가서 뚫려 있는 구멍 사이로 보는 동화 그림들은 현실에서 동화 속 세상으로 가는 순간이다. 미디어아트로 표현되는 작품들도 새로운 세상이라는 느낌을 더한다.

 

 

 

셰이프 게임


The Shape Game 2003@ Anthony Browne .jpg 

전시 중간에 ‘셰이프 게임’이라는 용어가 많이 나온다. 작가는 ‘셰이프 게임’을 통해 동화를 만든다고 한다.

 

‘셰이프 게임’이란 말 그대로 형태, 모형을 활용한 그림 그리기 게임이다. 한 사람이 아무 형태를 그리면 다음 사람이 그 형태를 이용해 떠오르는 것을 다른 색의 펜으로 이어 그리는 것이다. 용어만 들었을 때는 뭔지 몰랐지만 막상 들으면 어렸을 때 한 번씩은 해봤던 활동이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셰이프 게임’을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 어린이들이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말한다.

 

많은 아티스트와 협업한 그의 ‘셰이프 게임’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리고 직접 ‘셰이프 게임’을 할 수 있다. 책상 위에 있는 종이에 그려져 있는 도형에 생각나는 것을 그린다. 포인트는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좀 어려웠다.

 

주위를 봐도 그랬다. 펜을 잡고 적극적으로 빠르게 그리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들은 망설이며 고민을 많이 했다. 즉각적인 충동에 따르는 것이 아닌, 어떤 걸 그려야 잘 그렸다고 할 수 있을지, 독특하고 특이한 건 뭔지 고민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셰이프 게임’의 본질을 잃는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현실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슬픈 사실이다.

 

 

[크기변환]KakaoTalk_20220511_153941516.jpg

 

 

그래도 벽에 가득 찬 사람들의 그림들을 보면 또 다른 희망이 느껴진다. 직접 그린 그림을 벽에 붙이니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교실 뒤 내가 그린 그림이 내 이름이 적힌 칸 위에 붙여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우리의 삶도 ‘셰이프 게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그림을 완성해 나가듯이 어떻게든 지금의 삶을 멱살을 잡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간다. 멈추지 않고 이어간다. 작가는 동화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막무가내였던 그때의 도전과 적극적인 자세가 어른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박성준 태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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