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이 삶이 된 파리에서 - 파리, 13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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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고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은 사랑이 두려워서, 사랑을 몰라서, 사랑을 원해서, 사랑을 팔아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파리의 배경을 토대로 하나씩 중첩되어 연결된다.
그들이 교차되면서 사랑을 찾아 이해해가는 이야기, 영화 '파리, 13구'이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제목을 찾아보았다. 파리의 제 13구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포스터에서도 인종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화려할 것 같지만 흑백으로 연출함으로써 오히려 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 점이 오히려 인물들이 가진 사랑에 대한 견해에 관객이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고 그 감정이 섬세하게 느껴진다.
영화 '파리, 13구'에서는 4명의 인물이 사랑을 대한다. 사랑이 두려운 '노라', 사랑을 모르는 '카미유',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 그리고 사랑을 값비싸게 파는 '엠마'까지 가지각색의 사랑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을 결코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노라'는 학교에서 성인 방송 BJ인 '엠마'로 오해받고 소문이 나버렸는데, 그나마 들어간 부동산에서 만난 '카미유'는 사랑에 대해 자유롭고 공허한 입장이기 때문에 다양한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에밀리'와도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카미유'도 공허한 심리를 가지고 있어 스트레스를 풀고자 관계를 맺는 것이였고 그 대상 중 하나였던 '에밀리'는 사랑하는 '카미유'의 자유로운 연애관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엠마'는 자신의 방송을 위해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요구가 아닌 대화를 바라는 '노라'와 대화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 영화는 낯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 자체도 나체가 적나라하게 나와 굉장히 날 것, 솔직함이라는 것이 부각되는 느낌이고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습들이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사랑이라는 관계의 특징과는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자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네 명의 인물들의 관계가 우리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지만서도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우리의 가끔은 모르겠는 사랑과도 닮아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도 있고,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의해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파리, 13구'는 육체적 관계에 대한 장면이 나오고 청소년 관람 불가능 등급을 받은 영화인만큼 섹슈얼한 요소가 많다. 그것은 다양한 사랑과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는 내용의 영화인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특징이다. 그러나 야하다기 보단 섹시하고, 그래서 그 장면들이 영화에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육체적 사랑이 결코 마냥 문란하거나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표현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하며 영화가 깔끔하고 프랑스 영화 특유의 깔끔함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낭만은 사람들에게 예민할 수도 있는 장면조차도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혹은 나의 사랑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통해서 다양한 사랑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영화 자체가 중국어와 프랑스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막이 필수적인데, 그러다보니 표현 자체가 한국어의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어느 정도 있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지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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