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심 속 펼쳐졌던 마법 같은 순간: WONDERLAND FESTIVA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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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침체되었던 공연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페스티벌은 비록 실외에서 열리지만 대규모의 인원이 한 공간에 자리한다는 특성 때문에 한동안 거의 열리지 못했다.
콘서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좌석 간 거리두기를 하여 간신히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힘들게 열렸음에도 공연장에서 함성과 떼창은 할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반쪽짜리 공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규제 또한 해제되며 여러 공연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서서히 돌아가는 듯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4월의 마지막 날,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는 간만에 함성과 떼창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WONDERLAND FESTIVAL 2022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 페스티벌은 라인업에 뮤지컬 배우들이 많았고, 노래 또한 뮤지컬 넘버가 많았던 조금 특이한 페스티벌이었다. 흔히 페스티벌이라 하면 록 페스티벌, 재즈 페스티벌, EDM 페스티벌 등을 떠올렸는데, 뮤지컬과 관련된 페스티벌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색다른 마음을 품고 입장했던 것 같다. 페스티벌은 약 10시간 조금 넘도록 진행되었는데, 그동안 뮤지컬 극장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었던 뮤지컬 넘버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넘버와 각 가수들의 히트곡이 전반적으로 셋리스트에 잘 분배되어 있어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잡은 페스티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밴드 LUCY의 신예찬&최상엽 듀오로 포문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LUCY의 따뜻한 음악을 좋아하는데, 완연한 봄 날씨에 맞는 노래들이 많아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오후가 되어 이석훈님과 선우정아님의 노래들도 정말 좋았다. 두 분 모두 관객들과 호흡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고, 관객들 또한 이에 호응하며 재밌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선우정아님의 ‘고양이’ 노래에서 다같이 떼창을 하고 관객들이 아티스트의 멘트에 웃음을 터트렸던 순간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페스티벌을 묘미를 잘 보여준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날이 확연히 어둑어둑해지고 쌀쌀해지기 시작할 무렵, 파워풀한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한 렌(REN)님의 무대도 기억에 남는다.
헤드윅의 넘버부터 평소 존경한다고 밝혔던 레이디 가가의 노래까지. 어떻게 저런 에너지를 가지고 무대를 하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 또한 감화되었던 것 같다. 이때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완전히 뒤로 가서 즐기기도 했는데, 스탠딩석이 있었다면 훨씬 더 잘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대의 조명 또한 그 공간을 감싸는 에너지에 호응이라도 하려는 듯 붉은색으로 강렬함을 배가시켜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완전히 밤이 되고 나서 펼쳐진 규현님과 라포엠의 무대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뮤지컬 페스티벌이라는 컨셉에 맞게 그동안 규현님이 출연했던 뮤지컬의 많은 넘버들을 들을 수 있었고, 감동적인 라포엠의 목소리는 관객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라고 부르는데, 두 아티스트로 인해 마지막까지 풍성한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꿈같았던 몇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 모인 관객들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되면서도 각자 자유롭게 어떤 방식으로든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함께 하는 관객이 누구인지, 어디서 온 것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늘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한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으면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빽빽한 일상에서 잠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틈을 준다고 생각한다. 지정된 공간에서 노래를 들어도 되고, 푸드존에서 음식을 사와 먹으며 즐겨도 되고, 함께 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겨도 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것. 그것이 페스티벌에 함께 하는 관객의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공연계의 움직임과 이번 WONDERLAND FESTIVAL의 개최가 유난히도 반가웠다.
함성과 떼창 없이 지정된 공간에서 박수만 쳐왔던 지난 2년과는 달리, 원하는 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은 잊고 있던 행복을 다시금 꺼내기에 충분했다. 아티스트와 함께 소통하며 페스티벌의 공간을 함께 채워간 것도 정말 좋았다.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상황이 더욱 나아져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보통의 나날들로 돌아갈 수 있길, 그래서 다시금 자유로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지길 바래본다.
[정하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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