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존재의 증명, 마주보다 [영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의 조우
글 입력 2022.05.0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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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게 뭔지 아세요?
40년간 사람들이 저를 미쳤다고 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이렇게 인정받았다는 거예요.

 

 

행위예술가 '마리나'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예술가다. 20세기 후반 예술에서 언급이 안 될 수가 없는 아티스트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매우 파격적이다. 평소 행위예술을 본 적이 없는 나에겐 충격적이다. 여러 종류의 칼들로 그녀의 손가락 사이마다 찌르기도 하며 자신의 배에 칼로 별을 그은 후 나체의 모습으로 서있는 작품도 있다. 약을 먹은 후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보여주고 채찍으로 자신을 때리는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줬다.

 

그 당시 사람들은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예술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금 그녀는 손에 꼽히는 20세기 후반 예술가가 되었다. 그리고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재현하고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고 백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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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마리나'가 전시회를 준비하고 그녀가 새롭게 선보이는 행위예술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새로운 작품은 전시가 열리는 3개월동안 하루에 8시간씩 관람객의 눈을 부동자세로 바라보는 것이다.

 

1주일에 4일 동안 단식하고 8시간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의자에 앉아 맞은 편에 앉은 관람객의 눈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준다. 그녀는 모든 걸 비우고 고통을 이기며 3개월간의 긴 작품을 마무리한다.

 

 

사람들이 제 앞에 앉으면 주인공은 제가 아니게 돼요.

금세 제가 그들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 되죠.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다. 관람객을 수반하는 그녀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그녀 앞에 앉은 관람객들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눈만 보는데 왜 사람들은 그녀와 눈을 마주하길 갈망할까? 바로 시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을 보면서 우는 사람도 있고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다. 걱정과 화로 가득한 사람들도 그녀와 눈빛교환 후 평화로워지며 눈물을 흘린다. 아무 일도 없지만 시선이 주는 위로와 용기의 힘이 있다.

 

그녀는 관람객으로 온 그녀의 오래 전 애인 '울라이'와도 눈빛을 주고 받는다. 아무 말도 없는 헤어진 그들이지만 시선이 오고 가면서 소리없는 굉장한 말들이 오고갔을 것이다. 마치 '라라랜드' 마지막 장면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 눈을 보며 응원한 것과 같다.


그녀는 마주보는 힘을 알고 있다. 원래는 의자 사이에 책상이 있었지만 그녀는 나중에 책상을 치운다. 서로 바라보는 일에는 책상은 필요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와 관람객 사이 장애물은 없어지고 더 직접적으로 눈을 바라볼 수 있다. 진심이 더 잘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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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의 시선을 받음으로써 관람객은 자신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다. 보통 전시회를 가면 시선을 받는 쪽은 작품이 되고 주는 쪽은 관람객이 된다. 그래서 전시회는 작품들이 주가 되고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관람객 또한 시선을 받게 되면서 관람객들이 주인공이 된다. 전시회 이름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여기 있다'지만 오히려 관람객들이 그 공간 안에서 여기 있음을 자각할 수 있다. 이렇게 그녀의 시선은 위로와 용기를 준다.

눈은 입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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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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