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비행기 예약하기 전에 '보복여행'이 아니라 '재충전여행'이라고 되뇌여요

'일탈'은 '위반'이 아니라 '일상탈출'이 될 수 있다
글 입력 2022.04.3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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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들은 “어떤 나라가 입국 제한을 풀었다더라”는 것. 뿐만 아니라 항공, 숙박 예약 플랫폼인 '스카이스캐너'에서는 국가 별 여행 제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고속 이동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느림의 미학’을 찾아냈다. 팬데믹으로 거대한 타격을 입은 숙박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해외 숙소 대신 국내의,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촌캉스’를 내세웠다. 촌캉스란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머무는 휴가를 뜻하며, 러스틱 라이프 Rustic Life 라고도 부른다.

 

트렌드코리아2022(김난도 저)에 따르면 촌캉스(시골에서의 바캉스), 옥캉스(한옥에서의 바캉스) 뿐만 아니라 노을뷰, 바다뷰가 좋은 숙소에 이어 논밭뷰까지, 여유를 부여하는 날 것의 자연과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셀프 유배’라고 칭하기도 했다. 익숙해진 편리함들을 뒤로 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관계들을 보류하면서 일상 자체를 시골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도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의 전략 뿐만 아니라 ‘촌캉스닷컴’이라는 웹페이지 개설에, 인스타그램에 촌캉스를 태그한 게시글이 1만이 넘어간 것을 보면 확실한 유행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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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머물다 인스타그램

 

 

그러나 과거형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유는 여행에서 보복소비를 많은 매체 또는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CNBC는 2022년의 여행 트렌드를 “더 좋은 곳으로 떠나고, 더 큰 돈을 쓴다(Go big, big spend)”라고 예상했다. 외식, 의류 등에 대한 소비는 이미 보복성 소비가 한 번 쓸고 지나갔지만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언제든지 새로운 팬데믹이 들이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한 몫한다.

 

경기연구원에서 2021년 10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개월 이내 해외여행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5.5%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팬데믹의 방역 강제성이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2022년 2분기의 조사결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삼성카드가 4월 6일에 조사한 결과는 국내 응답자의 44%가 2023년 이전에 해외여행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기어때, '야놀자'와 같은 여행 플랫폼이나 항공사의 기업가치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 놀랍지 않다.

 

온택트 시대가 길게 이어지며 소셜 미디어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상황에 해외여행과 관련한 ‘인증샷’이 증가하게 된다면, 해외여행의 의향이 없던 사람들도 법적 효력을 잃은 방역에 더더욱 둔감해지면서 동조효과가 일어나,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럭셔리 여행이 트렌드라면, 촌캉스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우리는 이전보다 더더욱 문명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반작용을 경험할 예정이다.

 

게다가 국내 통계 사이트인 컨슈머인사이트에서는 여행시장의 양극화를 예측했다. 경제적 위축에 따른 결과로 더 넓은 소비자 계층을 분석한 것이다. 모두 다 같이 느림을 추구하던 모습에서 두 갈래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양극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뉴노멀 시대에는 그 여파가 지속되거나, 심화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대인인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은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변이 혹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몰 예상으로부터 오는 불안, 그로 인해 자유를 제한하는 셧다운이 또다시 올 것이라는 불안, 경제 회복 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는 불안, 생계 위협으로부터의 불안에 더해서 이제는 양극화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마음에 가중되는 부정적인 감정은 끝도 없이 들이닥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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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이 때, 우리는 구태여 늦춰 놓은 속도를 빨리감기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팬데믹이 가속화 시킨 재택근무로 인해 전일 출근은 먼 이야기가 되었고, 이에 따라 ‘5도2촌(일주일 중 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기)’의 라이프 스타일 추구형 현대인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번아웃에 효과적인 동시에 도시 생활도 유지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관리에 적합하다는 이유다.

 

보복소비가 성행했던 이유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만성화된 것이 배경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역을 바탕으로 한 생활에 적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그 어떤 것도 만성적으로 변하는 외형과 적응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외 여행 욕구 역시 폭발적인 모습이 일시적일 수 있다. 현재 여행업 성장은 소비자들이 억눌린 욕구로 인해 값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출혈적 소비는 유지될 수 없다. 그리고 개인 소비자는 어떤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방법인지, 어떤 속도가 적정 속도인지 고심하는 순간이 올 것이 분명하다.

 

모든 여행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찾아 나아가야 할 생활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장기간의 색다른 경험으로 체감해 볼 수 있었던 ‘느림의 미학’이, 자연과 가까워진 기분이, 사람 간의 적절한 거리를-가, 생활 속 증가한 잔여 시간이 문득 떠오를 날이 오게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은 맛을 알기 때문에 다시 먹고 싶은 것처럼.

 

'일탈'은 사회학에서 규범 위반을 뜻한다. '일탈'을 '일상탈출'의 줄임말로 알고있다는 청소년 어휘력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언어적 변형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되고, 문화적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취가 되듯이 여행의 과소비가 규범 위반이라고 생각한다면 전면 비판이 되겠으나, 일상탈출로 생각한다면 다시 열심히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짧은 기간이 된다. 다만, 충전중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을 놓아버려서는 안된다. 중심축을 마련해 놓은 보복소비 실천으로 '보복'이 아닌 '재충전소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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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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